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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뮤지컬 RENT

긴자백점 2005년 7월호. 배우 야마모토 코지 에세이 - 나에게 있어서「RENT」

by 캇짱 2017. 1. 14.

나에게 있어서 『RENT』 / 야마모토 코지


최근 몇 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제 소원은 다시 한번『RENT』를 연기하는 것입니다!"라고 계속 말하고 있어.

계속 말하면 분명 실현된다고 때로는 약해지는 마음을 억지로 북돋

계속 말하는 것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나 자신도 북돋고 있어.


1998년『RENT』는 아카사카 BLITZ에서 초연 개막.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첫 대사를 뱉은 순간,

이상한 감각에 휩싸였어. 온몸이 떠오르고 시공을 뛰어넘었어. 지금까지 체험한 적 없는 감각.

혈액이 역류하는 것과도 비슷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 그 순간, 내가 연기한다는 레벨을 무언가가 꿰뚫고 나갔어.

이『RENT』로 지금까지의「연기한다」라는 작업이「살아간다」라는 작업으로 바뀌었어.

내 속에서 뭔가가 부서지고 뭔가가 생겨났다.

언젠가 다시 이 감각 속에 몸을 두고 싶어서, 재연을 계속 바라는 내가 되었어.


사람들 중에는 하나의 작품에 구애되기보다 뒤돌아다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야한다고 진언하는 사람도 있어.

덧붙여 나 같은 건 발끝에도 못 미칠 정도로 유명한 배우의 말을 예로 들면서. 

"나는 항상 주어진 작품을 전력투구로 연기할 뿐. 끝난 것에는 고집하지 않아" 이게 그 배우의 말. 

그럴 때, 내 마음은 날카로워지고 울렁거려. 마음의 사나운 파도가 술렁술렁.

그리고 더욱 완고해져가는 내 자신이 있다.


오만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생각해. 그 배우는 분명 고집할 정도의 작품과 만나지 못한 거라고.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같은 가치관을 가진 동포는 "그러한 작품과 만날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이 있는 게 아냐.

만나고 말았으니까 그게 배우로서의 너의 운명. 하지만 그건 최고의 행복인 동시에 어느 의미 최대의 불행이기도 해"라고 한다.

그리고 동포의 말은 계속된다. "하지만 그 최대의 불행은 최고의 행복으로 바뀔 가능성을 가진 불행이기도 해.

앞으로의 걸음 중에서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 가능한지 아닌지가 배우로서 너의 재능과 운이야"


늘 쫓아가고 쫓아가지만 따라잡을 수 없어.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다.

「연기한다」라는 작업은 나에게 있어 그러한 것. 

'일'이라고 말해버리면 그야 보수와 맞바꾸기도 하지만

나는 목숨을 깎으며 확실한 것을 만들어내려고 필사적으로 뭔가와 싸우고 있어.

그 뭔가는 나 자신의 안에 있어, 아니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적은 나 자신. 꽤나 괴로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아. 그게 나에게 있어「연기한다」라는 것.

생각하면 그 적은 어느 샌가 내 안에서『RENT』라는 괴물로 모습을 바꾸고 나를 몰아댄다.

제길! 쫓아버려도 쫓아버려도 그 주박(굴레)은 한층 거대해져서 나를 짓누르려고 해.


꿈 속에서, 나는 눈부신 광선 한가운데 나홀로 우뚝 서있어.

그곳은 브로드웨이의 Nederlander Theatre 무대 위. 차원을 넘어 도원향에 있는 것 같다.

객석에서 울려퍼지는 개막의 박수.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혼자 무대 중앙에 나아간다.

순간, 고요해지는 객석. 카메라를 세팅하고 객석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시선을 던지며 서서히 입을 연다.

"시작은 크리스마스 이브. 나 마크와 룸메이트 로저. 이 로프트에서 살고 있지"

『RENT』의 시작. 거기에서 눈이 떠졌어.

이런 꿈을 몇 번이나 꾸었을까... 그렇게 잠에서 깨어 허상과 투쟁심이 뒤섞인 이상한 아침.


『RENT』의 원작자 조나단 라슨. 개막 전야에 쓰러져 하늘의 부름을 받고만 그는 여기 일본에서 내 안에 영혼의 뿌리를 내렸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말하는『RENT』를 향한 마음이 장래 이루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그때「신생(新生) 야마모토 코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걸까... 그때가 오는 걸까...

그때까지는 무슨 말을 듣던지 "『RENT』를 연기하는 게 나의 소원이에요" 라고 계속 말하자.

『RENT』는 그만큼 나의 배우로서의 감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작품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돈과 시간을 써서 봐주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무언가를 안겨주는 작품이니까...


코지군이 일본 렌트 초연 무대에 선 게 98년. 이 에세이는 05년에 잡지에 실린 것.

이밖에도 수많은 인터뷰에서 언급한 렌트, 렌트, 렌트.. 

그리고 2017년인 현재까지도 그는 변함없이 렌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같은 가치관을 가진 동포란 켄짱인 걸까..

먼저 하늘로 떠난 켄짱... 요시카와 상일수도 있겠구나. 

이 글을 썼을 땐 두 분 다 코지군 곁에 있었지. 아... 이걸 생각하면 또 가슴 아파ㅠㅠㅠㅠ


렌트는 지금의 코지군이 있게 한 정말 고마운 작품이지만 동시에 아픈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