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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말한다

뮤지컬 모차르트! - 오오, 임느님이시여!!!

by 캇짱 2010. 1. 30.



뮤지컬 모차르트!
1월 27일(수) PM 8:00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 C열 32번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몇년 전이었던가. '과연 모차르트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훌륭한 넘버' 라고 닥찬하는 리뷰와 함께 소개된 것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낚이게 된 건 일본 라이센스 공연 소식과 앨범을 듣게 되면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일본판 공연이 훌륭해서가 아닌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어서 낚인 것임;) 이 작품은 넘버도 넘버지만 내용이 정말 취향인지라 우리나라 배우들로, 우리나라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런 이유로 이번 한국 공연은 정말 바라마지 않던 소식이었고 기쁨과 기대로 충만해야 마땅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일련의 소식들에 도리어 걱정과 우려만 쌓인 것이 사실이다. 모아이돌 그룹 멤버의 합류를 논하기 이전에 주인공 모차르트 역에 4명의 배우가 발표될 때부터 나는 이미 학을 뗐다. 4명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누구로 보라는 거냐! 라는 것이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었으니;; 젊고 파릇한 비주얼, 천재적 감성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끊임없는 주변과의 갈등, 자기 자신에의 고뇌, 자유에 대한 갈망과 고독을 표현해줘야 하는데, 4명 다 성에 차질 않잖아! 배우 자체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임태경 연기 안됨, 박건형 고음 안됨, 박은태 무매력...(노담에서 한번 봤는데 그 날 컨디션이 안좋았던건지 딱히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판단 보류 상태) 조성모 할말 없음. 이다. <- 이렇게 써놨지만 박건형씨는 꽤 좋아함.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캐스팅 됨으로써 이쯤되면 막장으로 치닫는 이 작품의 종착역이 과연 어디가 될지 궁금한거지. 경림팍 이후로 누가 뮤지컬을 한다해도 놀라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아이의 경우는 좀 놀랐다. 검증되지 않은 캐스팅 자체도 문제지만 문화예술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제작사의 행태에는 치가 떨려서.. 그렇다고 눈 딱 감고 안보기엔 이 작품을 기다린 세월이 억울하고.. 젝일, 딱 한번만 보..

려고 했는데 뒤늦게 발표난 콘스탄체 스케쥴을 확인하니 하필 내가 잡은 날에 얼터 배우가 선다네? 아니 뭐 콘스탄체 비중이 큰 것도 아니고 얼터배우라고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도 않을테니 큰 상관은 없을 듯 싶지만. 콘스탄체 의상을 입고 찍은 정선아씨의 프로필 사진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꼭 무대에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할 수 없이 한장 더 예매하기로.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아이돌 캐스트까지 예매한 상태;) 

초 레어라는 '박은태/민영기/김승대'의 조합을 잡아둔 상황에서 (스케쥴 변경으로 현재는 민영기->윤형렬로 교체됨) 남은 캐스트 중에 누가 좋을까를 고민하다 그나마 임태경씨가 모차르트와 가장 가까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 예매로 이어졌다. 여기서 모차르트와 가까운 삶이란, 임태경씨가 극중 모차르트처럼 천재이면서 고독하고 자유를 꿈꾸는 삶을 살았을 거란 이야기가 아니라 (임태경씨 노래할 때 정확하게 음정 잡아내는 거 보면 음악적으로 천재적인 면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나 오히려 그 삶은 대단히 모범적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바) 말 그대로 거리적으로 가까웠을 거라는 이야기다. 팝페라 가수 출신이니 못해도 남들보다 모차르트 앨범 몇 장은 더 들어보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에서.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임태경씨 연기 안 되는 거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아는데, 아니 연기가 다 무언가. 팔 동작, 걸음 걸이, 표정, 대사 처리, 그냥 무대에서 행하는 모든 것이 어색한 사람이다. 게다가 이번엔 그 노래실력 조차도 덮어놓고 기대할 수가 없어서..  임태경씨의 창법이 이 Rock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에 어울릴지는 과연 의문이었다.

그렇게 걱정을 한 가득 안고 공연장에 들어섰는데 임태경씨가 무대 위에 등장한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으니..

아아, 로미오, 당신이 그 때 그 로미오가 맞나요. 
노래하는 주크박스. 그러니까 사람 취급 안 했던

 로봇 임태경씨가 맞냐구요.

임태경씨, 아니 임느님이 무대를 누비며 빨간 코트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oh                   oh                    oh                   oh
         우윳빛깔                                   찬양하라
          임태경                                      임태경
  oh                   oh                    oh                   oh



연기 따윈 애초에 기대도 안했던 임태경씨에게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
아아, 이런 반전이라면 뒤통수가 다 까져도 좋아!

무엇보다 표정이 정말 풍부해서..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는 무대 구석에서 조차 연기에 여념이 없더라. 솔직히 단정한 이미지의 임태경씨에게 이런 자유분방한 역할이 어울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더군다나 이렇게 자연스럽다니.. 저 안무는 필시 안무가가 정해준 안무겠지. 임태경 아닌 다른 모차르트 배우도 저 정도는 할거야 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 외워서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가 않은거다. 마치 처음부터 자기 것인양 몸에 익혔어! 따닥 따닥. 뼈 마디가 느껴지는(;) 안무를 구사하던 과거의 임태경씨는 감히 상상도 못할 장족의 발전이다.

혼자 연기할 때도 좋았지만 모차르트를 속박하려드는 대주교와의 대립씬이나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씬에선 연기력 폭발-!! 와, 진짜 내가 임태경씨에게 연기'력' 이라는 단어를 쓰게 될 날이 오다니.. 그런 '능력' 을 지금껏 어디에 감춰두고 있었던 거야. 특히 대주교에게 반항하다 제대로 까인 후,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며 내지르는 씬은 임태경씨의 힘찬 보컬과 맞물려서 강한 인상에 남았다. "넌 네 엄마를 죽이고 네 누나를 속였어! 넌 우리 가족을 버렸다" 라고 소리치는 아번님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사랑을 갈구하는 모차르트는 또 어떻고. 아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정녕 태경신(!)이고 흐르는 건 눙물(!)인가. 여지껏 공연 보면서 눈물을 흘린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 한번은 렌트를 보면서, 한번은 다드윅, 또 한번은 해선 캐시.. 더 있을 지 모르나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 그런데 저 라인에 임태경씨가 들어가다니 ㄷㄷㄷ 장담하건데 이번 작품으로 임태경씨 연기 못 한다는 이야기는 쏙 들어갈 듯 하다. 이건 연기가 나아진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 태어났다니까!

모차르트의 죽음씬에서는 대사 치는 톤이 살짝 로미오와 겹쳐보이긴 했지만, 때때로 박자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런 실수 따윈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좋았던 넘버를 꼽으라면 1막의 '잔혹한 인생' (이거 한국판 제목이 뭔지 모르겠네. 공연 당일 비가 온지라 프로그램을 안 샀다. 어차피 박은태씨 공연을 예매해둔 게 있으니 그 때 사도 되겠지 싶어서. 어쨌든 일본판 제목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겠지) 이거슨!! 롬앤줄의 '두려워'를 이을 임태경씨를 위한 넘버가 아니던가! 그치만 까닥 잘못하다간 노래하다가 숨 넘어가겠더라. 어찌나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었던지 배우에게 숨 쉴 타이밍 따위는 주지 않는, 그래서 넘버 제목이 잔혹한 인생인건가;;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1막 끝의 '내 운명~' 과 2막 끝의 '내 운명~' 에 차이를 두는 것도 좋았다. 1막은 조금 몸 사리는 느낌이 났는데 2막은 아주 제대로 목을 긁으면서 소리를 질러주더라. 저러다 목 상하지- 싶었지만.

어째 후기가 임태경씨 찬양만 하다 끝나겠군. 그만큼 나에겐 난데없이 연기신이 강림한 임태경씨의 모습이 가히 충격이었던지라.. (그 동안 까댄만큼 보듬어 주는 거다;;)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공연 보기 전 암전 시간이 길다는 후기를 접하여 '완전 갈라콘 같은 거 아냐?' 라고 걱정한 것 치곤, 적어도 1막은 그 정도면 매끄럽다고 생각했다. 1막 후반부가 살짝 늘어지는 감이 있는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난넬과 아번님만 나오면 축축 쳐져서 내 운명~까지 몇 곡 남았나 세어보기도 했었다만;
문제는 2막이다. 그 감정선을 툭 툭 끊어놓는 연출이라니. 암전이 도대체 몇번이야.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모차르트에게 제대로 감정이입 하며 보고 있었는데 어라, 갑자기 극이 붕 떠버리네? 한 순간에 긴장이 끊어지고 산만한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콘스탄체는 모차르트랑 나 잡아봐라 할 때는 언제고 뜬금없이 과부 드립을 치더니 (여기까지는 그나마 이해가 갔으나)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착한 부인이 되어 못된 친정 엄마 때문에 남편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 신세로 전락.. 콘스탄체 캐릭터가 원래 이렇게 일관성이 없었던가? 무튼 정선아씨 노래는 잘 들었어요.

대주교 역의 윤형렬씨는 노래는 참 잘하는데 비주얼이 대주교치곤 너무 어려서. 그냥 훈훈한 남자 청년으로 보일 뿐. 아무리 좋게 봐줘도 주교지, '대' 주교는 아닌거다. 그 부족함을 민영기씨가 채워줄 것도 같은데 건강상의 문제로 스케쥴이 싹 다 바뀌어서 말이지. 그와의 만남은 좀 더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다.  
레오폴트 역의 서범석씨 입에서 '집시' 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뿜은 것은 나 뿐인가. 앙상블과 같이 서 있어도 신영숙씨 주변에만 후광이 보이더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어차피 낚일 수 밖에 없다면 이엠개에서 주는 건 다 받아올테닷! 이라는 마인드로
모차르트 코스프레(;)하고 가서 득템한 모차르트 탄생일 기념 와인. 아직 마셔보진 않아서 맛은 설명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