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뮤지컬「RENT」에 또 하나 구전될 만한 토픽이 더해졌다. 여기 일본에서. 스태프, 캐스트를 미국에서 초빙해 연습한 첫 미일합작 캐스트판으로 주역의 한 사람인 마크를 무려 일본어판 초연 이래 26년 만에 야마모토 코지가 전부 영어로 열연! 관객을 열광으로 들뜨게 한 것이다. 공개 리허설과 회견, 그리고 도쿄 공연의 첫날을 관극했으므로 리포트를 전하고 싶다. 그 전에 기본 정보를 복습하자. 2005년에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어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RENT」. 이 작품은 왜 전설의 뮤지컬일까. 초연이 막을 올린 것은 1996년 2월, 오프 브로드웨이의 작은 극장에서였다. 작사·작곡·각본·연출을 맡은 것은 조나단 라슨. 푸치니의 오페라「라 보엠」을 현대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로 옮겨 예술가를 지향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청춘을 그린 록 뮤지컬은 순식간에 큰 인기에. 그리고 같은 해 4월, 브로드웨이의 네더랜더 극장으로 옮겨 한층 더 열광을 불러, 수많은 상에 빛나며 12년 이상에 걸쳐 롱런 상연되게 된다(지금에 이르기까지 전미 투어판이나 세계에서의 번역 상연은 진행되고 있다). 우정과 꿈, 사랑, 정체성 같은 청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종 문제, 격차 사회, 성소수자에 약물 중독, HIV 감염(AIDS) 등 라슨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당시 뉴욕의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그려 록 음악을 중심으로 한 감정을 자극하는 뮤지컬 넘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또 하나 특별한 사연이 있다. 7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뼈를 깎으며 작품을 만들어낸 라슨이 프리뷰 공연이 개막되는 그날 35세의 젊은 나이로 급병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라슨이 작품에 담은 메시지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며 흔들었고, 지금도 퇴색되지 않는다. 언어장벽도 뛰어넘어 온 세상을 하나로 잇는다. 그것을 재차 실감케 한, 28년 후의 미일 합작판이었다. 이번 방일 컴퍼니는 초연에도 뒤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베스트 캐스트가 집결. 그 가운데 일본에서는 야마모토와 마크의 전 여친 모린 역으로 크리스탈 케이가 참전하고 있다. 케이는 일본 태생이지만 영어 네이티브. 그러나 야마모토는 본인이 말하기를 "영어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도전을 결심한 것은 26년 전인 98년, 21살 때 마크 역을 연기한 일본판 초연「RENT」가 "배우로서 나의 원점이니까"라고 한다. "그야 처음에는 '할 수 없어'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언어가 다르니까"라고 회견에서 야마모토는 말했다. "26년 전에는 일본어로 했는데 이번에는 영어 원어민 분들 가운데 제가 영어로 맞춘다는 RENT이므로 굉장히 도전적이었어요. 1년 정도 전부터 영어 강화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말을 못하나'라고 생각할 정도. 다들 말을 잘하는 네이티브 스피커들뿐이니까요" "연습실에서도 알 수 없는 영어가 가끔 있어서 그럴 때는 'Oh, right'같은 느낌으로 아는 척을 하고^^ 나중에 케이짱에게 '방금 뭐라고 했어? 이렇게 들렸는데 맞아?'라고 물어보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내 서툰 영어를 들으려고 하고 후반에는 말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해도 말하려는 것을 잘 알아들어서. 뭔가 신기하네요. 접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말할 필요가 없어'가 되어 알아가는구나 생각했어요" 나는 일본판 초연 무대를 보면서 야마모토 마크의 정열과 섬세함에 감명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배우로서 나의 원점. 눈을 뜬 듯한 체험이었다"라고 느낀 것도 알 것 같고 이 도전의 의의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26년 만이라니! 이 얼마나 도전적인가. 약 1개월에 걸친 일본에서의 연습을 거친 개막 직전 "연습을 충분히 했으므로 만반의 준비로 좋은 'RENT'를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신감을 보인 야마모토. 연출 트레이 엘릿도 만족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코지는 훌륭해.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저는 'RENT'에 몇 번이나 관여해와서 모든 캐스트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슈퍼 슈퍼 스페셜한 컴퍼니라고 느끼고 있어. 코지와 크리스탈, 미국에서 데려온 동료들과 새로운 바이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신선한 감각이 있다. 코지는 음악도 잘하고 말도 잘 소화하고 매우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배우.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영어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중요해. 그 부분이 제대로 되어있으니까 멋진 본 공연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저도 갖고 있어요" 과연 26년 만에 관객 앞에 나타난 야마모토 마크는 깜짝 놀랄 만큼 완벽한 마크 그 자체였다! 솔직히 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마모토는 47세. 본인도 "저에게 26년 전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하면 그 아이가 (마크 역을)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감회가 깊다"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배우로서의 실력에 의문의 여지는 없지만 요즘은 대하드라마 등에서 관록마저 보여주고 있는 그다. 나이가 크게 다른 젊은 마크 역을 어떻게 연기할까? 그런데! 무대에 뛰어나온 마크는 젊고 싱싱하다. '매끈매끈한 피부구나' 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보다 그의 끝없는 신체 능력과 리듬감, 나긋나긋한 몸이 젊음의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감탄했다. 영어 대사도, 노래도 아무런 위화감도 스트레스도 없이 완벽. 튀기는 커녕 오히려 일본인으로조차 보이지 않는다. 첫공 무대에서는 야마모토 마크가 등장하자마자 '기다렸습니다!'라는 듯이 객석은 대흥분, 마크의 첫 대사「We Begin on Christmas Eve!」는 완전히 지워져 개막 직후 야마모토는 쇼 스토퍼(*연극에서 박수갈채인 나머지 진행이 중단되어 버릴 정도의 명연기나 그 연기를 한 배우를 가리킴)가 된 것이었다. 야마모토의 마크를 보고 들으며 생각한 것은 오리지널 캐스트 안소니 랩과 목소리의 느낌이 매우 닮았다! 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카피라거나 흉내가 되진 않았다. 거기에는 야마모토다운 에너지의 발산이 있고 표현의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친구 로저를 비롯한 동료들과의 관계도 보이고 배우들과 연습실에서 유대감을 쌓았을 것이라는 것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지망생 마크라는 인간은 내레이터이자 친구들에게 카메라를 향해 바라보는 이 세계의 방관자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예민하기에 고독. 그것이 고군분투를 피할 수 없었을 야마모토와 겹치는 듯한 감각도 있어 한층 더 감회가 더해졌다. 브로드웨이 등에서 활약하는 캐스트도 각자가 적임. 로저 역 알렉스 보니엘로는 와일드함과 섬세함이 함께해 마크와의 주고받음에는 우정이 또렷하게 보인다. 조던 돕슨의 엔젤은 귀엽고 씩씩하고 순수한 그야말로 엔젤이다.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의 유대를 자신의 죽음으로 다시 이어주는 영혼의 아름다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연인 콜린 역 애런 아넬 해링턴의 목소리의 깊이, 울림이 훌륭하다. 또 한 사람, 일본에서 캐스팅된 크리스탈 케이의 모린도 특출난 호연. 이별 후에도 마크를 휘두르고 여성 변호사 새 여친 조앤을 농락하는 매력적인 퍼포머. '그녀에게는 당해낼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캐릭터 연구도 노래나 댄스의 표현도 인상 깊게 남았다. 이번 연출은 라슨의 오리지널 연출에 기인한 것. 작품 자체가 '원점 회귀'를 하는 듯하고 그 본질이 똑바로 전해질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죽은 라슨이 작품을 통해서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살아온 인생의 가치를 무엇으로 셀까?' 라고 전 캐스트가 마음을 실은「Seasons of Love」. '지금 살고있는 것은 오직 오늘 뿐'이라고 반복해서 부르는「No Day but Today」. 만약 영어 듣기에 자신이 없다는 사람은 뮤지컬 넘버의 번역 가사를 한 번 읽고 나서 관극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자막을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순간을 놓칠지도 모르니까. 라기보다는 퍼포먼스에 열중하고 있으면 자막 같은 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받아들였을 터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까워! 맞아,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게 로저와 미미의 넘버로 불리는「I Should Tell You」는 일본어「愛してるよ(아이시테루요) 」로 들리는데 그건 환청. 첫날 커튼콜에서는 오리지널판 연출을 맡은 마이클 그라이프가 깜짝 등장해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Seasons of Love」를 대합창! 라슨도 이 미일합작판을 천국에서 보고 분명 기뻐하겠지. 시대는 변했지만 인생의,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순간을 뜨겁게 사는 배우들에게 타격당해 "우워!"를 외치며 안아주고 싶어진다. 라슨의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면 '이 뮤지컬을 본 인생 중 오늘이라는 하루'를 사랑스럽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RENT JAPAN TOUR 2024」는 9월 8일까지 도쿄·도큐 시어터 오브에서 상연 중. 오사카 공연은 9월 11일~15일 Sky 시어터 MBS에서 진행된다. 글·사진 와카바야시 유리 출처 영화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