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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뮤지컬 TTB

뮤지컬 틱틱붐 2012 in 도쿄 : 야마모토 코지 - 독백 + Why

by 캇짱 2016. 10. 30.

무척 직접적인 이야기가 있는 곡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묘사 하나하나보다는

친구에 대한 생각이나 나의 갈등, 무엇도 나아가지 않는 현상과 그래도 나는 너와 함께 나누고 있어 같은

그런 이미지를 가사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틱틱붐 2012 : 야마모토 코지(존)


엘레베이터 안에서 나는 그 여름 캠프에 대한 걸 떠올린다

마이클이 M&M's 초콜릿과 교환하여 짐 샤나한과 침대를 맞바꿔서

밤새도록 소근거리며 이야기했지


10대 시절엔 가족들도 함께 해변 근처의 별장을 빌렸을 때는

해변까지 달려나가 펜스를 뛰어넘어 몇 시간이나 함께 헤엄쳤어


대학에 들어가고 첫 여름방학에

오랜만에 만나 화려하게 불꽃놀이를 했을 때

마이클은 자신이 게이라고 나에게 털어놓았어


태양이.. 1월의 구름 사이를 통과해 센트럴 공원의 저편으로 저문다

난 53번가와 55번가의 모퉁이에서 East Drive까지 달린다

센트럴 파크 안, 동물원 옆을 지난다


나는 공중전화에 25센트를 집어넣고 마이클에게 전화를 건다

부재중이잖아, 제길!

한 번 더..

 

나는 수화기를 내던지고 다시 달려나간다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도 회전 목마도 셰익스피어의 동상도 지나간다


아무도 없는 목초지다

나는 펜스를 뛰어넘어 잔디밭 한 가운데까지 달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나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해

알콜중독자처럼


(째깍 째깍)

저 소리.. 저 소리 때문에

억수 같은 빗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견디지 못하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나는 혼자가 아닌 것을 깨달았다

눈 앞의 언덕 위에서 몇 백마리의 갈매기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무인도에 조난한 사람이 구조 비행기를 발견했을 때처럼

팔을 휘두르며 갈매기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갈매기들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라 곧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내려앉는다

나는 갈매기들에게 말을 건다


친구가 죽어가고 있어

나는 어떡하면 좋아!


분수대 옆을 달려나가 폭포를 지나 수풀을 지나 

전망대 꼭대기까지 오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야외 극장에 들어간다

낡은 연습용 피아노가 나무 아래에 방수 시트를 쓰고 놓여져 있다

나는 다시 펜스를 뛰어넘어 피아노에 다가가.. 시트를 벗긴다



Why ♪


그 밤 그때.. 기억하고 있지?

한밤중 3시까지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버릴 때까지

둘이서 정신없이 노래했지

노래하는 것만으로 시간을 멈출 수 있었어


흐려진 창문에 새긴 음표는 새하얗게

바로 사라져버렸지만 이제 사라져버렸지만

그 노래 그 목소리 그 멜로디는 사라지지 않아


계절이 몇 번이나 눈 앞을 지나가고

뒤처진 것처럼 어둑한 방 안에서

나홀로 그저 멈춰서있는 것밖에 못하던 밤에


정신이 드니 네가 거기 있었지

말은 없어도 확실히 너의 목소리가


시간은 지나가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지만

지금도 선명히 확실히 들려


만약 마음먹은 대로 

그 이상(理想)대로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면

괴로움도 기쁨도 없을 거야


20대의 마지막 날이 밝아오려 하고 있어

무엇 하나 해답 따위 찾아내지 못한 채


그저 귀를 기울여

들려오는 것은

시간을 새기는 시계의 소리뿐

연결되지 않는 B 마이너와 A


-Rrrrrrrrr

다이너에서야

금방 갈게요


시간은 지나가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지만


그 밤 그때

너의 노랫 소리와 함께 노래하고 있어



틱틱붐은 Rent의 원작자로 유명한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30살을 맞이하는 불안한 심경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코지군은 어느 역할을 연기해도 제 옷 같아서 실제 본인과 가깝지 않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틱틱붐의 존은 유독 그런 거 같다.

21살 때 Rent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는 코지군은 실제로 서른살 생일을 틱틱붐 무대 위에서 맞이하기도 했다.

게다가 12년에 재연된 틱틱붐은 코지군이 직접 연출을 맡아 가사도 자신의 말로 새로 쓰고 연기도 하고

그야말로 조나단 라슨의 세계를 온몸으로 체현한 것이었다.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코지군과 음악 활동을 같이 하던 절친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Rent에서 앙상블하던 분이었고ㅠㅠ 저기서 이야기하는 친구는 그 친구가 아닐까 싶기도 해. 


그러니까 내가 야마모토 코지의 생일 전야에 이 작품을 떠올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

오늘은 그의 30대 마지막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