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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락오페라 모차르트

일본「락 오페라 모차르트」2013 in 도쿄 (1)

by 캇짱 2013. 2. 22.

그동안 일본에 공연 보러 갈 때는 아니, 그것이 국내 공연일지라도 약 3~4개월 전에 티켓부터 잡아두고 준비해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준비 기간이라는 4개월 전에 난 일본에 다녀왔고! 설마 4개월 만에 또 일본에 가게 될 줄은 몰랐고! 그런 관계로 미리 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이번엔 포기할까 했는데 공연일이 다가올수록 견딜 수가 없는 거다. 지금은 재정적으로 힘들겠지만 다녀오면 1년은 행복하겠지. 게다가 이번 공연은 놓치면 다시 안 올라올 거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결국 2주 전에 일본행을 급 결정했다. 원래 일본 갈 때는 여행사 안 통하고 비행기, 호텔 개인적으로 잡아가는데 이번엔 기간이 촉박하다 보니 비행기 잡기도 어렵고 호텔은 빈방 없다지 시간도 없는데 조바심이 나서 그냥 여행사에 맡겨버렸다. 


밤 도깨비 상품으로 간 거라 새벽에 일본 도착해서 잠도 못 자고, 비몽사몽 상태로 일본의 찬 바람을 맞으며, 아니 또 일본은 왜 이렇게 추운 거야. 요즘 한국 날씨가 장난이 아니니까 나는 따뜻한 일본으로 간다며 좋아했더니만 어째 일본이 더 추워. 한국에서 입고 간 옷이 있어서 망정이지 가져간 얇은 옷만 입었으면 얼어 죽을 뻔.. 지난 토요일 일본 날씨는 한국보다 추웠다. 바람에 날려갈 뻔했다. 그 엄청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까악대는 까마귀 소리를 들으며 을씨년스러운 우에노 공원을 걷고 있자니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싶더라. 티켓 구해준 친구가 우에노 공원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어 티켓 건네받으러 간 건데, 그 쌩쌩한 바람 속을 걷고 있자니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사서 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락 오페라 모차르트(국내명 : 모차르트 오페라 락)> 한국에서 공연될 때도 흥미는 있었지만 하필 성남이라서! 귀찮아서(;) 안 갔는데, 그런 내가 일본까지 왔어요. 이게 다 그 잘난 남좌 때문이에요. 그런데 따져보니 성남 왕복하는 시간이나 일본 갔다 오는 시간이나 매한가지구나. 새삼 느껴지는 성남국의 위엄 ㄷㄷㄷ


그렇게 오전에는 반쯤 졸면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이 되어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일본 <락 오페라 모차르트>가 상연되는 극장은 시부야에 새로 지어진 번쩍번쩍한 건물(마침 사진도 번쩍번쩍하게 찍혔네 ㅋㅋ) 히카리에 11층에 있는 시어터 오브다. 이번 일본 공연은 독특하게도 두 주연 배우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역을 번갈아 가며 연기하기에, 캐스트 바꿔가며 버젼별로 챙겨봤다. 내가 본 것은 도쿄 루즈 버젼 막공(16일)과 인디고 버젼 막공(17일). 즉, 도쿄 공연 막공을 봤는데 지금도 그 열기로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 작품, 지금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라서 뒤늦게 티켓을 구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 처음엔 극장도 크고 적어도 나 한 몸 앉을 자리는 있겠지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입소문이 엄청나서 당일권도 불티나게 팔리고 내가 본 날은 양일 다 만석이었다. 듣자하니 시어터 오브 극장 사상 일일 최다 관객 동원수를 기록했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초연 작품이고 처음부터 이렇게 티켓이 잘 나갔던 것은 아닌 모양인데, 일주일 만에 입소문이 나서 연일 만석 행진을 하고 있는 건 역시 잘 만든 작품은 관객들이 알아본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 중심에 야마모토 코지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기도 하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기를 대본에 빈틈이 많고 치밀하지 못해서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순 없는데 순전히 배우들의 매력으로 이만큼 끌어 올린 거란다. 특히 야마모토 코지가 없었으면 성립할 수 없는 무대였다고들 하는데 보고 나면 왜 그런 평을 하는지 알고도 남는다.   


한 번 봐도 좋은 좌석에서 보자는 주의라 아마 한국에서라면 절대 보지 않을 자리였지만, 그래, 누구는 도쿄돔 천장에 매달려서도 보는데 이 정도쯤이야 뭐 하는 생각으로 강행. 아 근데 이거 안 봤으면 진짜 후회할 뻔했다. 극장에 앉아있는 내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백만 번은 한 듯. 내 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러웠어. (이미 우에노 공원에서의 안 좋은 기억은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 그게 다 이 좋은 것을 보기 위한 시련이었어ㅠㅠ) 그리고 좌석도 생각보다 좋아서. 이건 내가 일본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일본 극장 설계는 누가 하는 걸까. 진짜 우리나라에 초빙해오고 싶다. 완전 과학적 설계야. 적절한 단차와 지그재그 좌석 배치는 물론 (이건 당연한 건데 국내 극장에선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뒷좌석이라도 무대와의 체감거리가 가깝다는 거. 시야 확보가 굉장히 좋다. 


16일은 2층 뒷자리 정중앙, 17일은 1층 뒷자리 정중앙에서 봤는데 두 좌석 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사실 처음 티켓을 구했을 때는, 2층과 가격 차이가 제법 나는데도 불구하고 1층 좌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돈으로 이 딴 좌석에 앉을 바에야 2층 가고 말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친구에게 S석을 A석으로 변경해달라고 부탁해 보았으나 불가하다고. 일본의 열악한 예매시스템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탁해본 건데 역시나였다. 아아 수수료 장사한다고 그렇게 욕해도 한국 만한 시스템이 없다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번은 1층, 한번은 2층에서 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먼저 16일의 2층석은 정중앙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래 봐야 2층인데..라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내 눈앞에 펼쳐진 건 무대요, 내 귀에 들리는 건 스테레오 음향인가! 망원경 챙겨가긴 했는데 맨눈으로도 충분히 잘 보이고 오히려 뒷좌석이라 안정감이 느껴지고 좋았다. 덕분에 척 봐도 돈 엄청나게 썼다고 생각되는 이번 무대의 세트, 조명, 의상 빠짐없이 즐길 수 있었는데, 특히 살리에리가 노래하는 장면은 2층에서 보는 게 더 압도적이었다. 이건 코지 살리가 다음 날 본 앗키 살리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1층에서만 봤으면 살리에리가 서 있는 무대가 기울어진 십자가 모양이라는 것도 눈치챌 수 없었겠지. 

그리고 17일의 1층석은 원래 내가 구한 건 사이드 블록이었는데, 마침 이날 공연을 보는 지인(티켓 구해준 친구와는 다른 분)이 자기가 더 좋은 좌석이면 바꿔주겠다며 좌석 확인하더니 흔쾌히 바꿔주었다. 그래서 원래 좌석보다 무려 6열이나 앞자리로 진출한데다 그것도 정중앙에서 보게 됐는데, 역시 맨눈으로도 충분히 잘 보였다. 하지만 표정까지 살피기엔 역부족이라 망원경 장착하고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마지막인 걸ㅠㅠ 아 다시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 심정 같아선 당장 이번 주말에 오사카로 날아가고 싶어. 안 그래도 일본에서 도쿄 공연으로 만족 못하고 오사카 원정가는 사람들 많더라만 나도 좀 데려가요오오~


(2)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