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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우(相棒)/시즌11

아이보우 시즌11 제10화

by 캇짱 2012. 12. 22.
정처 없이 헤매던 미로에도 드디어 출구가 보인다고 생각한 내 마음을 무참히 짓밟는구나. 
오랜만에 맛 본 달콤함에 속아 여느 때의 아이보우로 돌아왔다고 빨리도 판단을 내리려 했던 나를 매우 친다. 
차라리 계속 실망한 채로 있었다면 '이번에도 역시..' 정도로 끝났을 텐데 한번 뛰어올랐다 떨어지니 더 아프다. 
뭐야, 이 기승전은? 이걸 특명편과 나란히 할 뻔하다니 칸베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사실 전편에 해당하는 9화에 웬만한 힌트를 줬기에 이미 정답이 '그것'이라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다.
과연 스기시타 우쿄의 머리는 따라갈 수 없어서 보자마자 단번에 추리해낸 것은 아니지만
불교에 관한 약간의 지식, 그리고 연관검색어의 도움을 받으면 의외로 쉽게 나오는 답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걸 추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추리라기보단 그 분야의 지식을 알고 있는가 아닌가로 갈리는 문제 아니었어?


그러니까 예고대로 이타밍도 충분히 해결 가능했을...☞☜ 
여하튼 10화는 과연 이타밍이 해결할 것인가..'그것'이 맞는가 하는 시선으로 보았기에 
답을 전혀 모르고 봤을 사람보다는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 부분은 애초에 일주일이나 시간이 주어졌던 것이 문제였던 것도 같고.
2시간 스페셜로 방송되었다면 미처 답을 알기 전에 결론까지 이어 볼 수 있었을 테니 
지금보다는 평가가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보우라면 거기서 한 번 더 꼬아줄 거로 생각했거든.
'그것'으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교묘하게 꾸며진 '살인'이었다든지.. 더 깊이 감춰진 무엇이 있다고 기대했었다.  
지금까지도 우쿄의 지식에 기대어 해결한 사건은 많았지만
그것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발판이었지 그것 자체로 스테이지 클리어인 경우는 없지 않았나; 
아이보우를 본 게 아니라 이건 <스기시타 우쿄의 '즉신불이 되는 방법'>을 수강 완료한 느낌이네. 

차치하고, 내가 정말 아쉬웠던 건 주인공 스기시타 우쿄의 태도에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범인들의 잘못은 자살을 방조했다느니 하는 법률 저촉 문제를 떠나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인데..
그 점에 대해서 전혀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다니 우, 우쿄상.....??
이미 5화 감상에서도 한번 짚고 넘어갔던 부분이지만 다시 한번 말해야 겠다.
우쿄상의 캐릭터가 붕괴되고 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자꾸 법률 저촉 문제만 걸고 넘어지는 거야.
법은 법이고, 그 다음부터가 진짜 스기시타 우쿄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잖아.
자신들의 죄를 무마하려 카이를 강간범으로 몰지 않나, 폭행하면서까지 암주의 유지를 받들려고 한 것.
이미 여기서부터 그분의 뜻은 퇴색되어 버렸다는 걸 왜 지적하지 않는 거지?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고통받는 사람들의 구원을 바랐던 후시키다 씨의 소중한 마음을 가장 먼저 짓밟은 건 자네들이 아닙니까!」
정도는 외쳐주셨어야죠. 이쯤 해서 그리운 우쿄상 한번 보고 갑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이들을 향한 우쿄상의 일갈! 
이때의 우쿄상과 요즘의 우쿄상은 다른 사람인 게 분명해. 아니, 아이보우 자체가 다른 작품이 되어버렸어ㅠㅠ
지난 번에야 신참 작가 하나가 물 흐린 거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지,
이제 아예 메인 작가가 이 노선을 가버리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진정 아이보우는 어디로 가는가..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 챙겨준 간호사와 범인과 형 동생하던 경비원 떡밥은 회수도 안 됐다.
(살윈 떡밥 회수는 내가 바라지도 않았어;;;) 
조대5과까지 총출동했길래 범행 동기가 마약 관련인 줄 알았는데 전혀요. 
이럴 거면 왜 굳이 범인들을 전과자로 설정한 건지.

카이 토오루가 진짜 기억상실이었던 점은 의외라면 의외였다.  
병실에 범인이 찾아왔던 시점에서 어쩐지 기억이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 뒤로는 연기하는 줄 알았거든. 
사건 해결을 위해 우쿄상과 짜고 치는 줄 알았는데 끝까지 기억상실이었네? 
음.. 내가 칸베&우쿄의 아이보우 극장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나;
그리고 문제의 '그 장면'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가버린 건 조금 억울하다.
내가 카이에게 유일하게 마음이 움직였던 게 바로 그 장면이었다고!!! 

뒷심 부족이었지만 크리스마스 직전에 구태여 불교를 소재로 다룬 패기만은 높이 산다. 
예고로 흐른 설날 스페셜이 재미있어보여 나는 또 낚였어요 ㅋㅋㅋ


+ 이번 에피소드로 아이보우가 200회째를 맞이했다고 한다. 프리시즌 포함, 극장판은 제외.
아이보우의 200회를 오직 기쁜 마음으로만 축하해줄 수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