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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우(相棒)/시즌11

아이보우 시즌11 제9화

by 캇짱 2012. 12. 13.

어젯밤엔 흥분해서 잠을 설쳤을 정도로 오랜만에 아이보우를 보고 들떴다.

이런 기분 올해 설날 스페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거 같네. 그렇다고 피에로 편과 나란히 놓고 보기엔 장르가 다르고

굳이 비교하자면 칸베의 첫 등장인 시즌7 최종화 '특명'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같은 작가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런 쪽이 코시미즈 작가의 특기 분야인 거 같다. 

그러니까 시즌11의 첫 시작은 홍콩이니 뭐니 갈 것도 없이 숲 속으로 갔어야 해!! 

마침 카이 군도 리셋(?)된 마당에 시즌11 제1화는 이거다! 그동안의 삽질은 기억에서 지워주겠어 ㅋㅋㅋ 

아직 전편만 공개된 셈이라 후편까지 봐야 최종적으로 '특명'급의 완성도를 보여줄 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을 느낀다.  


이번 사건은 카이 토오루가 빈사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오면서 시작된다.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사건의 경위를 물어보려 해도 그는 자기 자신도 가족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기억상실' 상태. 그가 입을 열어 말한 단서는 오직 '방울 소리'가 들렸다는 것. 

이에 스기시타 우쿄와 정예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실력 있는ㅋ 수사1과 트리오는 사건 수사에 착수하고... 


'카이 토오루의 기억상실'에 대해선 약 3주 전부터 잡지 등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기에 큰 충격은 없었다.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 캐릭터가 정착되지도 않은 카이가 기억 상실이라니 일러도 너무 이른 거지.

우쿄와의 파트너쉽도 주변 인물들과의 친밀감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억을 잃어봤자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 


다 보고 난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역시 이 소재는 전임자인 카메야마나 칸베로 보고 싶었어.

카메야마였다면 이타밍의 반응이 궁금하고 칸베찡이었으면 라무네가 당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겠지. 

........만! 이런 건 굳이 공식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들 펜대 굴려주실 걸로 믿고요 ㅋㅋ


역시나 익숙한 얼굴들이 줄줄이 병문안을 온 것치고 

(과장님 트리오의 개그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개그를 넘어선 그 이상의 감정은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에츠코와의 관계도 음, 그냥 귀여운 연상연하 커플이구나 정도로 보고 있던 입장에선

그것을 '상실'했을 때의 애절함이나 연민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의 관계도 좀 더 깊이 그려진 후에 '상실'을 맞이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


'상실' 면에서의 효과가 예상대로였다면 '기억' 면에서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던 거라 솔직히 놀랐다.   

9화가 되도록 잡히지 않던 카이 토오루의 캐릭터가 드디어 보였어!!+_+

그동안 카이토만 노골적으로 밀어주던 전개와 무리하게 갖다 붙이는 온갖 설정에 반발심만 커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그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현실감 없이 붕 떠있던 카이의 캐릭터가 드디어 지면에 내려앉은 느낌. 

이런 면에선 제작진의 노림수는 적중이구나.  

한편으로는, 카이 캐릭터를 처음 탄생시킨 메인 작가를 불러와서 이 정도 성과도 없으면 안 되지 하는 생각도 들고. 

원래 코시미즈 작가는 매 시즌 첫회 스페셜을 쓰는 정도로, 이렇게 시즌 중간에 재등장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근래에 중간 등장이라곤 카메야마 최후의 사건 정도였을까. 그 정도로 메인이 되는 사건이 아니면 쓰질 않는다. 

그런 그에게 첫회에 이어 다시 펜을 쥐게 했다는 건 

9화가 다 되도록 잡히지 않는 카이의 캐릭터에 제작진도 고심했다는 거겠지.


과연 메인 작가인 만큼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 능숙해서, 

카이가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덧붙여진 설정이 몇 개인가!

어머니도 멀쩡히 살아계시고 (왜 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형도 있고. 저 성격에 첫째는 아닐 거 같았다만.

아버지와의 관계도 이번 기회에 좀 더 명확히 그려진 거 같다. 

이들 부자는 어째 서로의 안부를 묻는 첫 마디가 "(아들 녀석은) 죽었는가?" "(아버지는) 죽었어?" 야 ㅋㅋ

이쯤 되면 친아들이 아니라는 설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은 우쿄상이 친아버지라든가;;


카이의 설정뿐만 아니라 사건에도 충실해서 오랜만에 아이보우의 저력을 느꼈다. 

역시 우쿄 시점으로 전개되니 재미가 있구나. 

그동안은 카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우쿄상은 마지막 10분에 좌르륵 쏟아내기 바빴지

당최 언제 추리하셨나요 싶을 정도였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우쿄상이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내고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전개로 보기 편했다. 

우쿄상이 찾아낸 힌트에 주목하면 후편의 전개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바, 

역시 이건 2시간 스페셜로 만들어야 했어!! 라고 생각하지만 설날부터 이런 음침한 이야기를 내보낼 순 없죠^^;;

참고로 이번 설날에는 '피에로'편을 쓴 오오타 여사가 '앨리스'란 타이틀의 작품으로 대기중!


이번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카이 토오루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때 -무려 15분 간 대사 한 마디 없었음-

비로소 감정이입이 되고 사건도 재미있게 풀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은 슬프다.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확인 사살.. -ㅁ-

카이 토오루의 파트너로서의 존재감과 필요성은 여전히 제작진이 풀어야 할 숙제로 느껴진다. 


그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