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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연극 대지(大地)

미타니 코키의 흔해빠진 생활 : 999. 긴장과 정적에서 웃음과 열기로

by 캇짱 2020. 7. 17.

2020.07.09 아사히 신문 미타니 코키 칼럼


코로나 상황 아래 신작 무대「대지」가 개막했다. 파르코 극장으로서는 3개월만의 오픈이다.


첫날의 개연 10분 전, 나는 연출 조수 다테 노리유키 씨와 함께 무대 뒤에서 로비로 나왔다. 관객으로 붐비고 지금부터 연극을 볼 사람들의 고양감이 넘치며 여기저기서 누군가가 누군가와 재회하고 있는, 그 북적이는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개연 전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조용한 긴장감. 입구에는 스태프가 대기하고 있다. 관객은 체온을 재고 손과 신발 바닥을 소독하고나서 안으로 들어온다. 만일을 위해 백의의 선생님이 몇 명 대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최저한의 대화 속에 엄숙하고 담담하게 진행되고 있다. 뭔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국정 선거 투표소, 바로 그런 느낌이다. 찾아온 사람도 마중 나온 사람도 모두 해야할 일을 잘 지키고 있다. 이것이 당분간 극장 로비 모습의 표준이 될 것인가.


객석으로 들어간다. 소곤거림을 삼가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수다를 떠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빈 자리가 눈에 띄는 것은 좌석을 한 칸씩 띄워서밖에 팔지 않으니까. 400석 이상이었던 좌석은 리뉴얼로 600석 이상이 되었고 이번 자숙으로 300석 이상이 되었다.「고요」한 소리가 들려올 듯이 고요한 가운데 나는 제일 안쪽 스태프석으로 향했다. 물론 나도 마스크를 하고 있으므로 언제나처럼「아, 미타니가 왔다」같은 분위기는 되지 않는다. 살며시 자리에 앉아 새삼 객석을 바라본다.


한 칸씩 떨어져 늘어선 뒷모습은 역시 쓸쓸하다. 분위기는 매우 딱딱하다. 엄중한 경계로 연극을 보는 긴장감이 모처럼의 연극이라는 기대감을 상회하는 것 같았다. 이건 나의 연출이지만 어차피 긴장할 거라면 그 긴장을 마음껏 맛보게 하려고 일체의 관객 입장 음악을 흘리지 않았다. 덕분에 개연할 때까지 객석은 마치 미술관처럼 아주 고요했다.


이윽고 징 소리와 함께「대지」가 시작됐다. 관객은 소리내어 웃는 것에 주저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시리어스한 씬에서도 헛기침 하나 없다. 모두가 숨바꼭질로 구석에 숨어있는 것처럼 아주 조용했고 배우의 대사 이외의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공기는 부드러움을 되찾아 갔다. 극장에 웃음이 돌아왔다. 폭소, 그리고 뜨거운 박수. 절반밖에 관객이 없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언제나의 광경. 아니 언제나 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좌석 수의 절반이라도 해도 관객은 300명 이상. 더 적은 인원밖에 들어갈 수 없는 소극장에서 우리는 해온 것이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은 300개의 마스크를 넘어서도 제대로 무대 위의 배우에게 전해져 연극은 분 단위로 열기를 띠어갔다. 3시간 후 막이 내려간다. 그칠 줄 모르는 박수. 누구나가 기다렸던 순간.


언제나와 달랐던 것은 한 번으로 정한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이 밝아지자 사람들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의 생활 습관은 이미 침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