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뮤지컬 배우의 퇴근길 대응이 논란이 되었는데 한국 뮤지컬 문화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 것 같아서 소개한다.
사건의 발단은 뮤지컬 배우 우에하라 리오가 자신의 얼굴책에 데마치(배우가 나오는 걸 기다림. 즉, 퇴근길 지키기)에 대해 쓴 글이다.
우에하라 리오는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미스 사이공의 존,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의 당통 역 등 유명 작품의 준주역을 연기하며
이 바닥에선 제법 알려진 배우인데 글을 보면 알겠지만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답지 않게 꽤나 직설적인 표현으로 분노하고 있다.
무대에 출연하면 뭐 퇴근길 대응이란 게 있어.
그 퇴근길 대응에서 눈앞에 말 없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이란 뭐야?
최근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으니까 움켜쥐고 반대로 찍어줬어.
뭐라 한 마디 없는 걸까?
무례하지 않아?
그쪽은 이쪽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걸
이름을 말하라고, 우선.
잘난체 할 생각은 없지만 한 마디 양해를 구해주면 된다고, 그럼 흔쾌히 "편하게 하세요"라고 말해.
그게 일의 순서라는 거 아냐?
나는 동물원의 팬더가 아니라고.
피와 뼈와 살이 통하는 인간이라고.
애초에 퇴근길 행위자체, 금지행위지?
어느 극장도 강하게 나올 수 없는 건지 묵인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를 규제로 구속하는 것보다 그 행위를 규제해야 하는 거 아닐까?
특히 나이 먹을 대로 먹고 그런 최소한의 예의도 지킬 수 없으면 정말 징계해주고 싶어.
참수야.
그리고 이에 동조 혹은 우려하는 동료들▽
<테루이 히로타카>
관객 중에는 '퇴근길 대응까지가 일이지?'라고 인식하는 분도 있으니까.
배우가 관객의 퇴근길 지키기에 대해 뭔가 말하는 건 어렵지.
주최자가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살짝 한 마디 해주면 살겠지만.
포켓몬 몬스터가 된 기분이 될 때가 있어. 출연자 전원의 사인을 모으는 분이라든지.
이쪽이 사인하고 있는 사이에 다음 포켓몬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 슬퍼지고.
분명 사진을 찍는 분은 미키 마우스의 사진을 말 없이 찍고 있는 감각이겠죠.
그런 일로 리오의 평판이 내려가면 아까우니까.
그 분노는 혁명에 써주세요. <-리오 배우는 현재 레미제라블에 출연중
아무리 해도 참을 수 없어지면 술 마시러 가자고!
<이이노 메구미>
매우 이해해!!
살짝 한 마디 양해를 구해주는 것만으로도 이쪽의 마음은 천양지차지.
보러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사인을 요청하면서 '어디인가요?' 같은 말을 들으면 그저 전원의 사인을 모으는 것뿐이네...
라고 엄청 싫은 기분이 돼.
얼마 전 예술 극장에서는 퇴근길 금지였는데 매우 편했어!!
금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끔 기다리고 있었는데
"죄송해요, 퇴근길 금지이므로 대응할 수 없어요" 라고 거절할 수 있었고.
(그 대신 지방에서 보러온 분은 이야기가 길었지만...)
극장측이나 제작측이 확실히 금지를 해주면 매우 평화로운데.
<스기야마 아리히로>
퇴근길 대응 자체는 뭐 괜찮지만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이 옆에서 찰칵찰칵 찍고 있는 게 정말 싫으니까
다음부터는 말하려고 생각 중이야.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말이지.
<타니구치 쇼야>
원오크냐!(원오크록이라는 밴드가 팬에 대한 불만을 sns에 토로한 적 있음)라는 장난스러운 태클을 걸면서...
아무리 바른 것을 말해도 움켜쥐고 반대로 찍어줬다라는 행위가 전부 허사로 만들고 있어.
조심하는 게 좋아.
<후루사와 리히토>
이해해요.. 리오군에게는 한 사람이라도 많은 팬이 있었으면 하니까..
그 생각은 마음 속에 담아둬.
이 문제로 일본 뮤덕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오갔는데
이해한다, 모든 배우가 퇴근길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매너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저 말투는 아니라는 의견. 인간성이 의심된다고;;
'동물원의 팬더' '참수' '포켓몬 몬스터' 등의 표현이 과격하고 충격이라는 의견.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배우들의 퇴근길을 몇 번인가 갔었는데
그때마다 저런 식으로 생각했던 거냐고 실망이라는 의견.
이제 이 배우들의 퇴근길을 지키는 사람은 없겠지, 인기가 떨어지겠다는 의견.
이와 중에 동물원의 팬더도 피와 뼈와 살이 있다는 원초적인 의문을 갖는 사람 등 ㅋㅋㅋㅋ
논란이 커지자 결국 리오 배우와 소속사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항상 폐사 및 소속 배우를 배려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저희 소속 우에하라 리오에 대해 본인 발신의 sns에서의 발언 및 관객 대응에 있어서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이 있어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관계자 여러분에게 막대한 폐를 끼치고 만 것,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 건에 관련해서 각 방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소속 사무소로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우에하라 리오의 언행, 폐사의 대응에
마음 상하신 분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드립니다.
우에하라 리오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반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본인과도 이야기를 거듭하여 숙고한 결과, 정말 멋대로이긴 하지만 소속사무소로서
앞으로는 출근길, 퇴근길 등의 관객 대응을 사양하도록 판단했습니다.
아무쪼록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본인도 자신의 발언의 중대성, 사회인으로서의 자각 부족을 깊이 인식, 반성하고
앞으로 보다 한층 연예 활동에 매진함으로써 성의를 전해갈 생각입니다.
소속 사무소로서도 우에하라 리오의 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서포트 체제를 지금까지 이상으로 중시하고, 매니지먼트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대단히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도 지원과 편달을 내려주시도록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캡쳐에는 날짜가 오타났는데) 2017년 7월 2일
유한회사 오챠드
대표 이사 타시로 세이조
우에하라 리오가 여러분에게
이번 저의 sns에서의 발신이나 관객 대응 건으로 걱정, 폐를 끼치고 불쾌한 마음을 가지신 여러분,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 기사를 투고한 당시의 저의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실은 항상 그 공간에서 눈앞에 말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것,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대 공연 후에 전부 쏟아내고 지쳐있던 것, 흥분해있어 신경과민이 되어있던 것,
그 상태로 퇴근길 대응을 하던 순간의 사건에 놀란 것도 있어 잘 대처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퇴근길 대응을 하며 근처 가게에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죄책감 같은 염려가 있었던 것.
그런 생각이 나날이 거듭되며 참을 수 없어 부끄러운 일이지만 감정적으로 모든 생각을 엮어쓴
그와 같은 투고를 하고만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문장 자체의 품격이 부족하고 개인 페이지이긴 하지만 프로로서 그것을 선보이고
여러분을 불쾌하게 만들어버려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면목없습니다.
그 후, 사무소와도 차분히 상담을 하여 결론은 이쪽의 제멋대로인 사정으로
죄송하지만 앞으로는 출근길, 퇴근길 등의 대응을 삼가하기로 하였습니다.
출근길, 퇴근길 대응 등을 사양하는 만큼, 보다 한층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에 정진하여
인간성을 갈고닦아 앞으로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여기에 약속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런 글을 써야만 했던 배우의 심정은 이해가고 사과문까지 올리게 된 상황이 안타깝지만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움켜쥐고 반대로 찍어줬다는 행위가 전부 허사로 만들었다' 라는 냉정한 지적처럼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만 과격한 행동과 말투는 지양했어야 한다고 본다.
상대가 무례한데 이쪽이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나 싶지만 똑같이 진흙탕에서 구르면
관전하던 사람들은 어느 쪽이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니까 쉽게 편을 들 수도 없는 것이다.
조금 머리를 식힌 후에 글을 썼다면 말투에 대한 지적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일본의 내 배우는 매니저 차타고 언제 떠난지도 모르게 닌자처럼 사라진다길래 퇴근길을 지켜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컨디션 좋을 때는 창문 내리고 손 흔들어준다고. 사스가 슈스세요 ㅋㅋㅋ )
얘기 듣기론 일본은 배우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이런 쪽에 룰과 매너가 확실한 줄 알았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가 보다.
퇴근길 지키는 건 브로드웨이에도 있는 유구한 문화이고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어서
그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며 문제시 하고 싶지는 않다.
공연을 보고 나면 나에게 이런 행복을 주다니! 이런 연기를 보여주다니!
배우를 만나 이렇게나 좋았다고 전하거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고
나도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예전에 몇 번 정도 기다려서 사인을 받아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감사함을 표한다 -> 배우가 좋아한다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 반대의 상황을 초래한다면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
매너는 지켜야 하는 거다. 뭐든 과한 게 문제.
배우와 관객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 때 아름답다.
이 적당한 거리의 기준이 제각각이고 정확한 수치로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거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무대 아래가 아닌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게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