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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Woyzeck)

음악극「보이체크」연출 시라이 아키라 - 인간동물 그리고 동물인간

by 캇짱 2014. 10. 11.

2013년 일본에서 상연된 음악극「보이체크」프로그램북에서. 

연출을 담당한 시라이 아키라의 글.


+ 사진은 올초 근하신년이라며 코지군 공홈에 올라온 건데 (말의 해에 걸맞은 공홈의 미친 센스를 엿볼 수 있다 ㅋㅋ) 

마침 글 내용과 겹치는 장면이므로 함께 소개해본다.


인간동물 그리고 동물인간



『보이체크』는 19세기초 독일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제재로 쓰여진 희곡이다.

약관 23세에 사망한 기예의 과학자이자 작가 뷔히너는 가해자인 보이체크의 재판기록을 바탕으로 이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왜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하게 된 걸까 보이체크의 공술서에 있는 말을 정중히 골라내어 그의 마음의 틈에 들어가려고 했다. 

작가 뷔히너가 흥미를 가진 것은 살해 전에 들렸다고 하는「죽여, 죽여」라는『환청』과 자주 나타났다고 하는『유령』과

싫은 일이 생기면 사고가 정지하는『사고의 공백상태』였다.

재판소는 그 현상은 정신 이상이 가져온 것이 아닌 뇌의 울혈증상이 원인이라고 단정해

본인에게 살인능력이 있었다하여  보이체크를 처형했다. 그 처형은 독일 최후의 거리 공개처형이었다고 한다.


뷔히너의 희곡은 그 재판소의 판단에 의문을 나타내는 것 같은 형태로 보이체크의 마음의 움직임에 다가간다. 

그가 일으킨 살인은 정말 지적인 범행이었던 걸까.

좀 더 인간이 가진 동물적인 본능으로 움직였던 것은 아닐까? 그의 시점은 거기에 있다.

용병을 시작으로 다양한 일을 전전하며 고향 라이브치히에 돌아온 보이체크는 유일한 소꿉친구였던 여성을 사랑한다.

그 연인에게 정부(情夫)가 생겼을 때 그의 마음에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 그건 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잃어버렸을 때 생기는 자기방위본능이다.


뷔히너는 그 희곡에서「인간은 동물」이라는 것을 되풀이해서 말한다. 

과학 발전이 현저했던 19세기초에 감히 인간의 지성과 도덕 규범에 의문을 나타내고

인간의 동물적 본능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호소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21세기는 뷔히너가 살았던 때보다 훨씬 과학과 테크놀로지가 진화한 시대다.

개인을 분류하여 작은 기기 안에 정보를 정리하는 일이 가능해졌어도

그걸 사용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그야말로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함 그 자체다.

우리는 변함없이 탐욕스럽고 교활하고 에로틱하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물이니까.


11년만에 야마모토 코지 군과 무대를 창작할 찬스가 주어졌다. 

이전부터 흥미를 가지고 있던 이 희곡을 그에게 부딪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야마모토 군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 경험을 쌓아올려온 숙련자다. 

때때로 엿보이는 예기치 못한 재능에 깜짝 놀랄 때가 자주 있었다.

음감, 굉장한 기억력이나 손재주가 좋은 점은 때로는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그 도드라진 부분이야말로 야마모토 코지의 동물적 본능인 것이다. 

나는 거기에 보이체크로 통하는 뭔가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상연에 임하며 이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을 새로운 시선으로 아카호리 마사아키 씨가 써 주었다. 

거기에는 현대의 우리를 둘러싼 기운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어

보이체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그 언저리를 뒹구는 우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를 휘감는 음악을 경애하는 미야케 준 씨에게 부탁했다.

보이체크의 머릿속에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상상의 세계를 넓혀준다.

두 분의 시점이 야마모토 코지라는 도드라진 재능 안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나는 그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연출=시라이 아키라

1957년 교토 출신. 와세다 대학 졸업 후 83년부터「연극 연구회」의 멤버와「遊◎기계 / 전자동 시어터」설립 주재가 된다. 2002년에 해산. 극단 활동 연출력이 높이 평가되어 다수 작품을 발표한다. 현재는 연출가로서 오페라, 뮤지컬, 음악극에서 연극까지 폭넓게 담당하며, 배우로서도 무대, 영상에서 활약하고 있다. 01년 무대 연출 활동으로 제9회, 또 02년『피치 포크 디즈니』,『클럽 오브 앨리스』로 10회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연출가상 수상. 05년『우연한 음악』으로 헤이세이17년 유아사 요시코상 (각본 부문) 수상. 최근 작품은 무대『병사 이야기』(출연),『오셀로』(연출출연),『취미의 방』 (출연), 오페레타『박쥐』 (연출),『4 four』(연출),『환접』(연출),『천수 이야기』(연출),『유령들』(연출),『잔 다르크』 (연출), 드라마 출연『MONSTERS』,『곤조』, 대하드라마『아츠히메』, 영화 출연 『천지명찰』,『모든 것은 바다가 된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