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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Woyzeck)

음악극「보이체크」음악 미야케 준 - 순간의 영원, 영원의 순간

by 캇짱 2014. 10. 13.

2013년 일본에서 상연된 음악극「보이체크」프로그램북에서.

음악을 담당한 미야케 준의 글.


순간의 영원, 영원의 순간


내가 처음으로 무대에 관련된 것은 로버트 윌슨의『White Town』(2002년 덴마크)라는 작품이었다.

그전까지 밀실에서 고독한 창작을 해온 나에게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크리에이터들이 한팀이 되어

하나의 골을 향해가는 모습은 매우 신선하게 비춰졌다.

로버트 윌슨은 톰 웨이츠와 함께 2000년에『보이체크』를 창작했다. 

그들의『보이체크』와『White Town』은 같은 팀에서 운영되었기에

당시 아직 공연 중이었던 보이체크의 리허설이나 본공연을 지켜보았던 적이 있다.

거기에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안타까운 광기가 초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번에 이 제의를 받고 처음으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제재로「범인의 정신감정서를 바탕으로」쓰여진 미완성 희곡이란 것,

산재한 원고는 후일「과학적으로 분석해서」복원된 것, 작가는「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것 등을 알았다.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여백이 반대로 창작의욕을 돋우는, 유례가 드문 작품이라고 느꼈다.


그럼 어떤 음악으로 할까? 

한때 베르크가 오페라화하고, 톰 웨이츠가, 닉 케이브가 오리지널 스코어를 썼던 이 작품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전과 같이 시라이 상과 방대한 양의 서신을 주고 받는다.

 

원작이 집필된 것은 쇼팽, 슈만, 리스트 등이 활약한 시대. 하지만 나에게 그들의 음악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 여기저기에서 엿보이는 독일 병사의 일상과 프리메이슨이나 유대인이나 집시의 존재가 교차하는 풍경,

거기서부터 들려오는 음악이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보이체크가 하층민 계급에 속한다고는 하나「맞아, 역시 그래」와「아니, 틀려」의 사이에 있는 줄표의 존재를 지적하거나

「No가 있는 것은 Yes가 있기 때문인가 또는 그 반대인가」라고 언급하는 장면 등에서는 

그의 지성과 유머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정신 착란과 질투심이 뒤얽힌다.

이런 그의 심리를 1인칭으로 노래하게 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시라이 상에게는「브레히트처럼 서사적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의향이 있고

나에게는「노래는 단체(單体)로 들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가치관이 있다.

이 두 가지는 공존할 수 있을 테지만, 평소 하던 경계를 넘어 공동 작업하게 된 가사를 둘러싸고는 몇 번인가 의견이 충돌했다.

많은 느낌이 빠르게 오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두 사람 다 홀린 듯이 일하고 있었다. 마치 보이체크처럼.


그러던 어느 날, 조금 기분 전환을 하려고 흥미가 있던 샤갈전에 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가난한 병사들, 병영, 유대인 축제, 서커스, 악사들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대로『보이체크』세계에 삼켜져버릴 것 같은 느낌에 서둘러 도망쳤다.


 원작 첫머리에「영원은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순간이야」라는 말이 있다. 

실은 93년에 발표한 내 앨범에「순간의 영원, 영원의 순간」이라는 가사(독일어)를 포함한 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 우연의 일치에 보이체크와의 운명적 인연을 느끼고마는 것이었다.




음악=미야케 준

1958년 1월 7일, 교토 출신. 작곡가. 히노 테루마사에게 발탁되어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공부하고 재즈 트럼페터로서 활동을 개시. 이후 CM,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무대, 컨템포러리 댄스 등 많은 작품에 참여한다. 3,000작을 족히 넘는 CM 작품 중에는 칸느 국제광고영화제, 디지털미디어 그랑프리 등 수상작도 다수. 피나 바우쉬, 로버트 윌슨, 필립 드쿠플레, 올리버 스톤, 장 폴 구드, 오토모 가츠히로 등의 작품에 참여하여, 이종교배를 다용한 개성적인 사운드는 국제적 칭찬을 받고 있다. 2005년 가을부터 파리에도 거점을 마련하여 정력적으로 활동 중. 07년 앨범「Stolen from strangers」는 프랑스, 독일 음악지에서「연간 베스트 앨범」「음악비평가대상」등을 수상. 갤러리 라파에트 남성관의「2009년의 남자」에 선출되었다. 주요 악곡을 제공한 빔 벤더스 감독 작품『피나』는 유로피안 필름 어워드 2011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 수상. 또 아카데미상 2012년 다큐멘터리 부문 및 영국 아카데미상 2012년 외국어영화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시라이 아키라 연출작으로는『잔 다르크』,『유령들』,『천수 이야기』,『유리 잎사귀』『중국의 이상한 관리』,『서푼짜리 오페라』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