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이외의 채널에서 처음으로 재방송 되는 것을 기념하며, 블루레이 발매 무렵에 작성해뒀던 글을 정리해서 올린다.
드라마「박앵기」는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기획입니다만 주역인 텐젠은 야마모토 코지 씨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한팔을 잃은 검호의 아름다운 칼 싸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코지 씨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고, 촬영을 마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코지 씨와 일을 함께 한 것은 토요 드라마「마치벤(거리의 변호사)」라는 방송으로 코지 씨는 변호사를 연기해 주었습니다. 그 드라마의 직후 나는 대하 드라마「아츠히메」의 준비에 착수했습니다.「아츠히메」에도 반드시 코지 씨가 출연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신센구미!」의 호연에서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생각해 결국 제의하는 것을 삼갔습니다. 그로부터 4년, 드디어 코지 씨와「코지 씨밖에 할 수 없는 역할」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NHK 엔터프라이즈 중역·프로듀서(「박앵기」제작 통괄) / 사노 모토히코
이처럼 야마모토 코지가 주연을 맡아주는 것을 전제로 한 드라마「박앵기」.코지군이 출연을 수락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를 백지화 할 계획이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코지군의, 코지군에 의한, 코지군을 위한 작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코지군을 섭외하는 것부터가 제법 난관이었다고 한다. 코지군은 박앵기의 촬영이 있던 2012년 여름, 박앵기 이외에 드라마가 3편, 8월부터 시작하는 무대의 연습, 그리고 자신이 연출, 번역, 출연하는 뮤지컬의 준비가 한창으로 매우 다망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박앵기의 출연 섭외를 받고 무척 망설였단다. 이야기는 끌리지만 시간상 무리가 아닐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무려 감독(시미즈 카즈히코)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서 부디 나와줄 수 없겠냐고 설득, 그 열의에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그렇게 시작된 박앵기의 촬영은 단기간에 매우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보통 드라마 촬영은 늘어지는 일이 많은데 박앵기는 반대로 조여졌다고 한다. 밤 9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촬영이 6시간이나 당겨져 낮 3시에 끝난 적도 있을 정도다. 감독 시미즈 상과 코지군은「신센구미!」부터 호흡을 맞춰와서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란다. 감독이 요구하는 점을 말하지 않아도 코지군이 알아서 눈치채고 해주니까 촬영은 순조로울 수밖에 없었다고.
일찍이「아지랑이의 갈림길」에서 화려한 칼싸움을 보여준 야마모토 코지 상이지만, 그 야마모토 상에게도 외팔은 큰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촬영 첫날부터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어느 현장에서도 발도(검을 뽑는 것) → 휘두르기 → 납도(검을 집어넣는 것)의 연습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에게 물어보니 검을 뽑는 것은 신체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검을 집어넣는 것은 다른 손의 도움이 없으면 목표가 고정되지 않아 어려운 듯한데, 고심 끝에 갈고 닦은 탄게 텐젠의 기술, 실제 방송에서 꼭 확인해 주세요.
BS 시대극 박앵기 제작 일지 스태프
박앵기의 초반부는 불의의 사고로 왼팔을 잃고 남은 한 팔로만 검을 사용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주인공 탄게 텐젠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한 노력이 이어져 드라마 중반부터는 외팔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아름다운 전투를 훌륭히 소화하는데, 이것은 실제로 외팔 검술에 적응해가는 코지군의 모습과도 겹쳐보인다.
한 팔로만 검을 휘두르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검의 무게도 무게지만 마음 먹은 방향으로 휘둘려지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가지고 오는 것도 어렵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생한 것은 칼집을 잡지 않고 한 손으로만 검을 집어넣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칼집이 흔들려버리니 깨끗하게 한번에 넣을 수 없자 코지군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탄게 텐젠은 외팔 검호이므로 한쪽 팔로 예쁘게 칼을 넣어야 한다. 어느 날 야마모토 씨에게 칼집에 홈을 넣어주면 좋겠다고 부탁받았습니다. 하나만 넣는다면 누구라도 생각할 법하지만, 그는「랜덤으로 몇 개 넣으면 어디엔가 걸리니까」라고. 무대에서 수많은 수라장을 경험해 온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NHK 엔터프라이즈 중역·프로듀서(「박앵기」제작 통괄) / 사노 모토히코
▲ 그의 주문대로 칼집에 여러 개의 홈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텐젠의 아름다운 검술 뒤에는 이러한 코지군의 작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던 것이다.
코지군의 출연이 결정되자, 제작진은 이번엔 그의 옆에 누구를 세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제일 먼저 나카즈카 상(키라 코즈케노스케 역)과 공연해주길 바랐다고. 그렇게 탄생한 게 방영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던 이 다도실 장면이다.
언뜻 보면 별 거 아닌 듯한 매우 평범하게 차를 주고 받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장면에도 코지군의 노력이 숨어있다. 한 팔로만 무릎 걸음으로 다가가서 한 팔로 찻잔을 받는 것. 코지군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해내길래 스태프 모두가 따라해봤는데 그 누구도 할 수가 없었다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몸이 비틀어져버린다.
「박앵기」에서는 다도방에서 정좌한 채로, 한쪽 팔을 붙이고 앞으로 움직이는 씬이 있습니다. 이것은 좀처럼 할 수 없는 동작입니다만 이것도 현장에서 단번에 해 보였다. 이런 약간의 일을 하려면 뒤에서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을 테지만 그러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미의식이지요.
NHK 엔터프라이즈 중역·프로듀서(「박앵기」제작 통괄) / 사노 모토히코
※ 여기서부터는 최종화 강력 스포일러 있음
촬영 현장에서는 *젊은 감독(*시미즈 감독 아님)이 말하는 것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서, 연출 플랜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때때로 확 아이디어를 내 준다.「박앵기」에서는 탄게 텐젠이 친구 호리베 야스베와 만나는 최초의 씬과 야스베에게 베어져 죽는 마지막 씬은 같은 난투 씬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야마모토 코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NHK 엔터프라이즈 중역·프로듀서(「박앵기」제작 통괄) / 사노 모토히코
어느 씬인지는 드라마를 보며 직접 확인하길 바라며..
fabulous act vol.1야마모토 코지 인터뷰
(전략)
■ 최후의 야스베와의 장면 말인데, 텐젠은 야스베에게 일부러 진 거죠?
그런 거죠. 텐젠은 계속 찾고 있던 죽을 자리를 드디어 찾아낸 거니까요.
그게 야스베와의 최후의 순간이었던 겁니다.
■ ...그러고 보면 텐젠은 베어지면서도 차분한 표정이었네요.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액션 씬과 제일 마지막 장면은 완전히 같아요.
■ 도장에서 텐젠이 야스베에게 목도를 목에 겨누는 씬 말이죠.
그래요. 최후의 씬도 원래대로라면 거기에서 (야스베를) 베었을 텐데, 베지 않고 검을 치켜든다고 하는.
완전히 빈틈을 내어주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완전히 야스베에게 베일 생각이었던 거죠.
■ 텐젠으로부터 야스베에게 보내는 "내 주검을 넘어 가라" 같은 메시지였던 거네요.
그렇죠. "나를 베고 앞으로 가는 것이 너의 역할이다"라고 전하고 있었던 거죠.
그 후 머지 않아 야스베도 죽지 않습니까. 거기까지는 그려지지 않지만.
그러니까 촬영할 때 타카하시 카즈야 상(야스베 역)에게
"나(텐젠)를 벤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금방 갈게요> 라는 의미로 베었어" 라고 말씀하셨어요.
"<금방 따라갈 테니까 기다려주세요> 라는 마음으로 (벤 후에) 손을 모았어" 라고.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굉장한 드라마구나 라고. 라스트 씬은 그런 마음으로 했었죠.
■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울컥했습니다.
야스베와 텐젠의 남자의 미학이기도 했지만타카하시 상의 미학이기도 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의 사람들은 목숨을 건 대결이었기 때문이야말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중요했고,
진검으로 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달까 죽는 의미도 없어지는 거네요.
역시 이 시대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생명의 중요함이라든가 존중이 있는 거죠.
그렇기때문이야말로 무사도라거나 뜻을 이 정도까지 무겁게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블루레이 발매 기념 팬미팅에서 프로듀서가 밝히길 NHK에서 5년 후에 코지군 주연의 시대극을 구상하고 있다고.
박앵기가 2012년 작품이니까 이제 내후년인가?
내년 대하드라마 '사나다마루'의 출연도 유력한 가운데 코지군의 스케쥴 상 어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대극은 서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요구된다. 그것은 야마모토 씨처럼 수많은 경험을 쌓고, 현장으로부터 많은 것을 흡수하는 것으로 몸에 익혀가는 것. 향후 10년, 20년 앞의 시대극을 지탱할 수 있는 건 그 사람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