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야마모토 코지 / 살리에리 : 야마모토 코지
로젠베르크 : 살리에리, 그러니까 좀 더 빨리 왔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살리에리 : 누가 모차르트인가요?
모차르트 : 콘스탄체, 키스해준다고 했잖아
콘스탄체 : 받고 싶으면 붙잡아 봐~
모차르트 : 왓!
카발리에리 : 마에스트로 모차르트! 우리들의 준비는 이미 끝났어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요
모차르트 : 오옷! 프로일라인 카발리에리, 가끔은 당신이 빨리 올 때도 있군
살리에리 : 모차르트, 로젠베르크 백작과 나는 황제 폐하의 분부로 자네 작품의 완성 상태를 보러 왔네
아무래도 내가 본 바로는, 폐하가 걱정하시는 것도 당연한 듯하네만
모차르트 : 걱정이라고? 아직 아무 것도 듣지 않았으면서? 당신들이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로젠베르크 : 음표! 음표음표음표음표! 음표가 너무 많다고. 자네가 쓴 악보에는 음표가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어
그걸로는 제대로 연주 따위 할 수 없겠지
모차르트 : 음표가 너무 많다고? 당신 바보 아냐? 흥, 시시해
로젠베르크 : 뭐야, 그 말투는! 난 더는 못 참겠군, 실례하겠네.
당신도 서둘러 돌아가는 게 좋을거요, 살리에리경. 흥!
살리에리 : (짝짝짝) 하하하하, 브라보 모차르트! 잘도 저 백작을 내쫓았군. 훌륭하네
물론 자네의 음악이 자네가 말하는 만큼 훌륭한 것이라면 말이지
모차르트 : 잠깐만, 당신도 음악가지? 이거(악보) 봐 줘, 나에겐 필요 없거든.
자, 그럼 시작하자. 제10번 아리아야. 1소절 앞부터
모차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아리아 10
+ 고통이야말로 진실
마치 이 가슴을 나이프로 후비듯
고통이 온몸을 뜨겁게 떨리게 해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이 목마름은
아찔해질 정도의 빛을 쬐어
(고통만이 노래해 진실을)
(피를 흘릴 때 발견할 수 있는 진짜 기쁨)
(고통만이) 나를 (비추는 진실을) 몰아세워
(흘러 떨어지는 피가 말을 건다 진짜 너에게)
어디로 가면 좋은 건가
어디라면 발견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 지낼 수 있는 곳
이 고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건가
끝없이 계속되는 광기의 세계
(고통만이 고하네 진실을)
(꿈 같은 게 아냐 넌 포기하는 게 좋아)
(고통만이) 아무것도 (비웃는 진실을) 들리지 않아
(울부짖어도 삼켜지는 너의) 외침은
아~아아아아~
(고통만이 노래해 진실을)
(피를 흘릴 때 발견할 수 있는 진짜 기쁨)
(고통만이) 나를 (비추는 진실을) 몰아세워
(흘러 떨어지는 피가 말을 건다)
진짜 나에게
모차르트 : 어때, 마에스트로? 음표가 너무 많던가?
살리에리 : 모차르트, 내가 해 줄 수 있는 충고는 하나뿐이군. 그대로 진행하게나. 전부 잘 될 걸세
일본 모오락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이 아리아에서 고통이야말로 진실(Le Bien Qui Fait Mal)로 넘어가는 구성이다.
프랑스판 원작에서는 이 장면을 <아리아> + <넘버> 로 구분지어 끊어가는데,
살리에리가 등장하면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는 것도 그렇고 이러한 연출은 어딘가 콘서트 느낌을 들게 한다.
반면에 일본판은 장면장면이 암전 없이 이어지며 박수는 커녕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살리에리가 어두운 기운을 충전(?)했다가 슬그머니 껍질을 찢고 나오는 느낌이랄까.
물론 원작의 그 강렬한 밴드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느낌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살리에리의 감정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본판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고통이야말로 진실' 전주 부분의 아리아에 서서히 변화하는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그전까지 쿨한 무표정이었던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처음으로 표정에 변화를 준다. 이 장면은 배경이 전부 슬로모션으로 움직이고 살리에리에겐 어떠한 대사나 행동, 장치도 주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가만히 서 있는 코지군의 표정 연기 하나만 믿고 가는 장면인데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굉장하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클라이맥스로 치달을수록 그 음악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빠져드는 경악, 감탄, 전율, 환희, 동경, 좌절, 초조, 절망, 질투가 그의 얼굴에 공존한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곳에는 모차르트의 음악과 그것을 듣고 있는 살리에리와 그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내가 있었다. 한순간도 빈틈이 없이 꽉 들어찬 무대, 그것을 코지 살리에리가 만들어내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만 것에 괴로워하면서도 노래가 끝나니 싹 표정을 감추고 그대로 진행하라며 모차르트를 북돋아 주는 살리에리. 코지 살리에리는 끝까지 신경질적이 되는 일이 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질투심의 폭발 같은 격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데, 그 피를 토하는 심정을 안으로 삼키며 서서히 어둠에 잠식되어 가는 모습이 절절히 와 닿는다.
라는 건 내가 쓴 공연 후기에서 발췌ㅋ
정말 이 장면 하나에 공연 비용의 절반을 지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대사 부분은 코지 모차르트 + 코지 살리에리로 장난질. (이거야말로 내가 보고 싶은 캐스트라고ㅠㅠㅠㅠ)
코지 살리는 "누가 모차르트인가요?" 라고 물어볼 때,
이미 모차르트에 대해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 척 무시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
참고로 CD 음원은 아니다.
CD는 밴드 연주는 잘 들려서 좋은데 앙상블이 무슨 노래방 코러스 같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