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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락오페라 모차르트

일본「락 오페라 모차르트」루즈 버전은 살리에리의 회상이 아닐까?

by 캇짱 2013. 6. 16.

루주 : 나카가와 아키노리 모차르트 / 야마모토 코지 살리에리


인디고 : 야마모토 코지 모차르트 / 나카가와 아키노리 살리에리



살리에리 :  들려온다 다시 그 음악이

                눈을 감으면 환상처럼 나타나 이 눈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그 자가 쓴 아름다운 하늘의 완성품


                그리고 들려오는 그 자의 목소리가 나를 초조하게 한다


모차르트 :  어째서? 왜 당신이 초조한 건데, 살리에리?


살리에리 :  그 자는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불리웠다

                겨우 6살에 처음으로 광상곡을 쓰고 13살에 처음으로 오페라를 작곡한 천재 소년

                (앗키는 이날 13살이라고 해야 하는 것을 11살이라고 정답을 말해버려서 ㅋㅋㅋ 

                 11살, 아니 13살이라고 곧바로 바꿔말한다)


모차르트 :  아니야, 11살이야. 내가 처음으로 오페라를 쓴 것은


살리에리 :  이 재능은 세간에서 지대한 칭찬을 받아 유럽을 돌며 콘서트를 열고

                18살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궁전의 궁정 작곡가가 되었다


모차르트 :  17살이었어. 그때 나는! 아, 미안


살리에리 :  누가 알고 있는가

                내가 황제 앞에서 처음으로 연주했을 때 나는 겨우 16살이었다는 것을!


모차르트 :  우와- 그건 굉장한데! 나보다 1년이나 빨랐다는 건가

                하지만 그게 뭐? 아무렴 좋잖아, 그런 건


살리에리 :  나는 24살에 궁정 작곡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4년 후에는 궁정 오케스트라의 정상에 올랐어 

                음악의 도시 여기 빈에서!

                음악가로서 최고의 명예다


                나는 안토니오 살리에리

                알고 있는가 나의 이름을. 나의 음악을!


모차르트 :  아는 사람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떨까?


살리에리 :  누가 기억하는가 나에 대해

                몇백 년이나 지난 미래 사람들도 다시 이 음악에 취하겠지

                그 자의 음악에!

                그리고 나는 잊혀질 거야. 그 자의 영광 뒤에서

                그게 나다!


모차르트 :  그럴 리 없어


살리에리 :  네가 뭘 알아!?

                이 괴로움을.. 이 고통을 네가 알 성싶으냐!


                나는 알아

                나를 초조하게 하는 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훌륭함을 누구보다도!

                그것에 비해 가치가 있는가 나의 인생이란


                나에겐 보여

                온 세상 관객들이 기립해서 그 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음악의 신에게 사랑받은 남자


                자아, 세상 사람들이여

                그 자의 이름을 마음 속 깊이 새기는 게 좋아

                그 자의 이름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레퀴엠. 분노의 날
살리에리 :  1772년 잘츠부르크 궁전
                모차르트의 좋은 이해자였던 지그문트 3세가 죽고
                오만한 새 대주교가 이 궁전의 권력을 쥐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야말로 기세등등하던 젊은 모차르트의 운명은 크게 바뀌게 된다


코지 살리에리가 연기도 좋지만 나레이션을 참 잘한다고 느낀 게 

앞부분은 살리에리로 감정을 드러내다가 '자아, 세상 사람들이여' 라고 모차르트를 소개할 때, 

'자아' 에서 대사톤을 싹 바꾼다는 거. 그 대사톤에 단번에 분위기 전환이 되고 순간적으로 집중이 된다.

이건 살리에리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1막에서는 스토리텔러로 기능하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거겠지. 그래서 루즈 버젼은 어쩐지 살리에리의 '회상'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모차르트를 떠나보내고 괴로워하던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추억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느낌.

심하게 말하면 모차르트가 죽고 그의 망령에 사로잡힌 살리에리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극 처음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와 주고 받는 대사는 살리에리가 보는 모차르트의 환영처럼 느껴지는데,

살리에리는 하단 무대에서 관객(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모차르트는 뒤쪽 상단 무대에 있지만 장막에 가려 실루엣만 보이고 목소리만 들린다. 


▲ 이건 인디고 버젼(앗키 살리) 모습이지만 여하튼 시작은 이런 느낌.


더 나아가, 일본 모오락은 2막 마지막 장면과 1막 시작 장면이 이어지는 순환 구조인데..

2막 마지막 장면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 악보를 살리에리가 몰래 가져가고 

1막 시작은 다시 살리에리가 그 레퀴엠 악보를 손에 쥐고 등장한다.

1막의 문을 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다음에 이어지는 '분노의 날'은 

바로 그 악보에 쓰여져 있는 레퀴엠인 것이다.


특히 코지 살리에리는 2막을 끝맺을 때와 1막이 시작할 때, 무려 서 있는 위치와 표정까지 똑같단다. 

1막을 딱 2막 마지막에 짓던 그 표정에서 시작한다고. 아....연기 디테일 돋네 ㄷㄷㄷ

루즈→루즈 버젼으로 이어보면 알 수 있는 디테일이라는데,

루즈→인디고로 본 나는 미처 거기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루즈→루즈 뿐만이 아니라 반복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선 

이번 열흘 간의 공연이 전부 이어져 있는 거 아니냐고도 하더라.  

배우가 번갈아 역할을 바꿔가며 출연하는 일본판에서만 볼 수 있는 해석이겠지. 

코지 살리에리가 레퀴엠을 의뢰하고 앗키 모차르트가 작곡하고 

다시 앗키 살리에리가 레퀴엠을 의뢰하고 코지 모차르트가 작곡하고.. 

라는 식으로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미완성의 레퀴엠. 

실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순환 구조인 것(첫 멜로디가 마지막에 반복됨)을 의식한 것일까. 

정말 여기까지 생각한 거라면 일본판은 내 취향에 직격이다ㅠㅠ



게다가 코지 살리에리는 도쿄 공연을 끝내고 이어진 오사카 공연에서 연기 노선이 또 달라졌다고 한다.

도쿄에서는 모차르트의 악보를 끌어안으며 감정을 억누르는 괴로운 표정으로 마무리하는데, 

그래서 나도 코지 살리는 모차르트가 죽어서도 계속 괴로워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 감정선 그대로 다시 1막으로 돌아오는 무한 루프에 빠지는 것이고.


그런데 오사카에서는 애절한 표정으로 모차르트의 악보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어내린 후  

마지막 조명이 꺼지기 직전에 그 악보를 소중히 끌어안았다고. 

총막공에 와서야 코지 살리에리는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던 걸까? 


내가 일본판 살리에리가 아니라 '코지 살리에리' 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는 건 

앗키 살리에리는 이 무한 루프 설정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리에리가 2막 마지막에 모차르트의 악보를 가져가고 다시 1막에 악보를 들고 등장하는 연출은 같다.

하지만 앗키 살리는 1막에 손에 쥔 그 악보가 2막 마지막에 가져갔던 바로 그 악보인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악보를 펼쳐들고 시작하는 코지 살리와 달리 앗키는 둘둘 말아쥐고 시작하는데다

감정선도 2막 마지막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애당초 앗키 살리는 모차르트의 악보를 끌어안으며 황홀한 표정으로 끝을 맺기에 

극이 끝남과 동시에 해방된 걸로 보여지고 무한 루프에 빠질 일도 없다. 


일본판 상연 대본에 추가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를 참조하자면


모차르트 :  살리에리, 당신은 알고 있었지?

                이날이 오리란 것을..


살리에리 :  모든 것은 언젠가 끝나는 거야


모차르트 :  하지만 알고 있어? 여행의 끝은 사실 시작에 불과해..


앗키 살리는 살리에리로서 '끝' 을 맺었고, 코지 살리는 모차르트의 말대로 끝이 아닌 다시 '시작점'에 선 느낌.

코지 살리에리가 열린 결말이라면 앗키 살리에리는 닫힌 결말이랄까. 


그러니까 루즈 버전이 코지 살리에리의 회상이라면, 앗키 모차르트의 밝고 건강한 모습은 

살리에리가 기억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이 아닐까 해서 반대로 슬프게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