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이번 주 아이보우 방송을 보고 있을 테지만, 내년 설날 스페셜까지 휴방이므로 느긋하게 칸베쨔응이나 핥아야지. 하다가 언젠가 정리해보고 싶었던 아이보우의 또 다른 아이보우 칸베 타케루와 오오코우치 감찰관의 관계에 주목해보았다. 칸베 타케루는 확실히 정해진 설정이라곤 '추천조'뿐이었던 수수께끼 같은 캐릭터였는데, 그중에서도 오오코우치 감찰관과의 관계는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만남 만큼이나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들의 관계가 언젠가 확실히 밝혀질 것을 기대했으나, 시즌10을 끝으로 칸베 타케루가 졸업!! 결국 이들의 관계도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음껏 망상하시라는 제작진의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인가! ......는 개뿔. 제발 떡밥을 던지면 회수 좀 하시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감찰관 오오코우치 하루키 스핀 오프 좀...☞☜
※ 여기서부터는 <시즌2 18화 + 시즌8 + 극장판Ⅱ> 스포 있음, 또한 여성향 시선이 불편하시거나 아이보우 만큼은 순수한 눈으로 보고 싶다는 분은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내가 이들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시즌8 최종회부터였다. (늦다...)「칸베를 잘 부탁합니다」라고 허리를 숙이는 오오코우치와 조우하고 뒤통수를 뙇!!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어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봐도 내가 제대로 본 게 맞구나. 아니, 저건 뭐로 보나 딸내미를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애달픈 마음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 게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이미 팬들 사이에선 오오코우치=과보호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수상한 바에서 시도때도 없이 와인잔을 부딪히는 두 남자 사람을 보면서도 그저 사이 좋은 옛 상사와 부하 정도로만 생각한 내가 순진했던 거야. (공식 프로필에도 '구면인 사이' 정도로만 나와있다.) 물론 스파이편이라든가 스파이편이라든가 스파이편에서 선후배 이상의 묘한 공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설마 중장년층 대상의 국민 형사 드라마에서 그럴 리가 없다며 무심코 넘겼던 거 같다.
그럴 리가 없기는!!! 이미 시즌2 18화에서 오오코우치가「남자를 사랑하는 게 잘못입니까?」라는 희대의 돌직구를 날렸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아이보우 제작진을 너무 얕잡아보고 있었던거지;; 오오코우치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시즌2 18화 이야기를 하자면 오오코우치 씨는 저런 얼굴을 하고 동성애+불륜+그로 인한 치정살인극에 휘말린 가련한 남자ㅠㅠ 참고로 오오코우치의 상대역인 미나토 테츠로 역을 연기한 배우 야마나카 소우 씨는 수사1과 트리오의 막내 세리자와 역 야마나카 타카시 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리자와가 아이보우팀에 정식으로 합류했을 때는 오오코우치가 또 반하는 거 아닌가 주목 아닌 주목을 받았다고.
<시즌2 18화 작가 인터뷰>
ㅡ 충격의 문제작 필이터(#218)에 가볼까요. 애당초 어디서부터 온 발상인가요?
코시미즈 역시 다른 곳에선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이라는 방향에서 생각했을 때 프로듀서와「동성애 소재를 하죠」라고 이야기했어요. 어쩌면 오오코우치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그에게 그러한 설정을 붙이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웃음)
ㅡ 어디서부터 동성애를 그린다는 것이 나왔나요?
코시미즈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영국 미스테리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요. 거기엔 동성애나 다운증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이라든지가 매우 평범하게 등장해. 현실에 당연하게 있으니까 센세이셔널하게 다루지 않고 픽션 안에서도 평범하게 나오는 거죠. 일본은 그것을 터부로 하니까 안 되는 거라고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우쿄도, 동성애를 차별하는 캐릭터는 아니고요.
ㅡ 오오코우치의 이야기는 이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실은 바이섹슈얼로 지금은 여자 친구가 있다거나 한가요?
코시미즈 아뇨, 지금도 그는 호모섹슈얼, 게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바이라면 캐릭터가 흐려지죠? (웃음) 진보 사토시상도 그 이후, 그런 식으로 연기해주시고. 타케루와의 관계는, 여기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까나(웃음) 첫등장(#201)때부터 먹는 약도 실은 처음엔 라무네가 아니라 진짜 약으로 할 생각으로 썼었고, 제법 오오코우치에 관해서는 뒤에 붙는 설정이 많아요. 하지만 밸런스적으로는 매우 좋았다고 생각하고. 오오코우치 같이「지금이다」할 때에 나오는 캐릭터라면 그러한 걸 짊어지게 해도 무거워지지 않아요. 이것이 이타미나 미우라라면 조금 가혹해. 이러한 사회이고 한명 정도 레귤러에 동성애자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오오코우치에게 한 것은 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케루와의 관계를 의도하지 않았다니, 그럼 지금부터 말하는 이것들은↓↓↓ 다 무어란 말이오!
「칸베를 잘 부탁합니다」는 빙산의 일각이었던 거다. 극장판이라고 쓰고 격정판이라고 읽는 문제작에서 샤워씬까지 던져준 덕분에 더는 이들이 단순한 선후배 관계로만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정말 극장판은 본편부터 인터뷰에 무대 인사, 홍보 방송까지 다 주워먹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넘치는 떡밥의 향연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배우들도 상당히 의식하며 연기하는 듯한데,
여기서도 이렇게 마음이 엇갈려 ㅋㅋㅋ 어디까지나 '우정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하는 밋치와 딱잘라 '짝사랑'이라고 하는 진보상. 재미있는 건 의외로 이런 질문에 당황하는 게 밋치고 수줍지만 할 말 다하는 게 진보상이라는 거다. 일례로,
「미스 그린의 비밀(#803)」과 「SPY(#812)」의 특별시사회 무대 인사에 배우 오이카와 미츠히로와 진보 사토시 씨가 등장.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자,
「아마 어릴 때부터, 10대부터 알고 지내는 죽마고우 같은 게 아닐까」라는 밋치에게 진보상은「짝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즉답.
앞으로 두 사람의 어떤 장면을 찍고 싶습니까? 라는 질문에 밋치가「타케루의 사복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으니까 사복씬이라든지, 둘이서」라고 하자, 진보상「그건 데이트네요」라고.
아놔 누가 이 남좌 좀 말려줘요 ㅋㅋㅋ
결국 밋치가 직접 나서 상황 종~료! ㅋㅋㅋ 여기선 진보상도 진보상이지만 칸베(밋치)와 이타밍(카와하라상)의 꽁냥질이 아주 그냥...☞☜
칸베와 오오코우치의 관계에 대해서는 두 배우의 지면 인터뷰에 좀 더 자세히 나와있는데 기회가 되면 소개하겠다. 한 가지만 말해두자면, 인터뷰 최종판 격인 가이드북3에서 진보상은 그냥 짝사랑도 아니고 '궁극의' 짝사랑이라고 하셨다. 그것은 진리...♥
여기까지 왔는데 문제의 샤워씬을 안 보고 갈 수야 없지 ...만! 그걸 굳이 블로그에 올릴 패기는 없고 메이킹으로 대신하려 한다.
근데 어째 메이킹이 더 야하게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인가. 가운 차림으로 허그라니 이 죄많은 남자들ㅠㅠ 그래요, 샤워씬은 분명 필요한 씬이였어요 ㅋㅋㅋ 메이킹 보면서 진짜 뿜었던 게 진보상 이 장면으로 올업이야. 더 웃긴 건 감독이 이거 찍은 다음에 폭파씬 찍으러 나홀로 필리핀행. 그대로 영화는 크랭크업을 맞이한다. 샤워씬과 폭파씬의 갭이 너무 크잖아요 ㅋㅋㅋ
참고로 이게 샤워 부스가 처음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
이게 본방 때의 모습이다. 본편은 클로즈업으로 찍어서 봐도 잘 모르는데 메이킹을 보면 잘려나간 부분이 확실히 보인다. 감독이 샤워 세트 보자마자 던진 첫 마디가「아래 위 10cm씩 잘라내」였단다. 이유는「두 사람 다 멋있고, 팬도 많으니까. 서비스예요. 너무 잘라냈나 후회했지만 한번 자르면 되돌릴 수 없고, 뭐, 안 보이니까 됐나(웃음)」라고.
감독니이이임------!! 덕분에 잘 받아먹었습니다 ;ㅁ;
이 씬을 위해 밋치는 전날 식사를 줄이고 당일도 점심을 걸렀단다. 진보상도 헬스장 다녀왔다고 ㅋㅋㅋ 드물게도 샤워씬이 극장판에 들어간 것은 이 작품의 유일한 여성 프로듀서가 적극 지지해서라고. 촬영 끝나고도 여성 스탭들은 예쁘다고 난리였다는데.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아이보우에 이 커플 지지하는 스탭이 있을 줄 알았다고 ㅋㅋㅋ
이 샤워씬에 이어지는, 칸베가 내기에 이겨 오오코우치에게 받은 와인은 시즌8 최종회에 언급된 '파루토넬 86년산'이다.
파루토넬은 아이보우 세계의 가상의 와인으로 프랑스어로 "파트너" 라는 의미. 특히 86년산은 귀하기 때문에 이것을 놓고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즌5 제9화 참조) 와인으로 시작해서 와인으로 마무리 된 두 사람의 관계를 이보다 잘 표현한 소품이 있을까.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수된 떡밥은 그렇게 운명하셨습니다.
워낙 대형 떡밥이라 길게 늘어놓기는 했지만, 사실 샤워씬 같은 대놓고 팬서비스 장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건 은근하니까 좋은 거라고! (당시 극장 분위기도 모에가 아니라 동요였다고 하지^^;;) 개인적으로 극장판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주차장씬인데, 이건 진짜 몇 번을 봐도 진리다. 칸베가 반말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하지만 메이킹은 본편과는 다른 의미에서 모에롭도다~
밋치가 장롱면허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유난히 차를 무서워하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용케 GT-R을 몰고 다녔어. 칸베가 운전 습관이 난폭해서 GT-R 운전하는 장면 찍을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고. 그런 사람에게 스턴트 없이 차에 뛰어들라니 계속 무섭다 무섭다 하는데 진보상이「트러스트 미」래. 아아..어쩜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 이 로맨티스트를 어찌하면 좋아. 내가 이거 보려고 딥디를 질렀으요ㅠㅠㅠㅠ (나중을 생각해 블루레이로 샀지만 재생기기가 없어서 본편은 못 보고 있다는 게 함정;;)
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이들 관계의 최대 떡밥은 와인바도 샤워씬도 아니고 이거라고 생각한다.
칸베가 거의 매회 타고나오던 애차 GT-R, 그 새끈한 외관에 시선을 빼앗겨 미처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번호판이다. 칸베의 차량넘버인 '3710' 은 일본어로 3(みつ=미츠)7(なな=나나)10(とお=토오)이고 첫 글자만 따서 읽으면「미나토」라는 글자로 완성된다. 미나토? 익숙하지 않은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러하다. 바로 필 이터(#218)에서 유명을 달리한 오오코우치상의 연인 미나토 테츠로의 이름이다!
내가 이거 발견하고 진짜 ㅋㅋㅋ 이러고도 의도하지 않은 사이라고 말할래? 지금까지 늘어놓은 거 다 필요없고 이거 하나면 떡밥 종결이잖아! 이쯤 되면 두 사람은 운명이라고 밖엔.. 이 떡밥 물기 전까진 그저 오오코우치의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했던 관계가 단숨에 재정립 되었다. 아.. 이거 쌍방일지도 모르겠어. 오오코우치상, 이번엔 부디 놓치지 말아요ㅠㅠ
그래서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추측만 난무하는 가운데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배다른 형제설, 사촌 관계설, 가정교사설, 대학 선후배설, 연인 관계설 등이 있다. 음.. 대학 선후배는 아닐 거 같은 게 칸베는 츄오다이(중앙대)고 오오코우치는 토다이(도쿄대) 출신 아니던가. 배다른 형제설은 듣자 마자 뿜었는데 알고 보니 이 망상의 진원지가 배우들이었다는 거 ㅋㅋㅋ 그래서인지 가장 황당하지만 가장 유력한 설로 여겨지고 있다. 아이보우에 드리워진 막장의 향기라니 ㅋㅋㅋ
나는 이 모든 설을 종합하여 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이고, 오오코우치가 처음 자신의 성향을 깨닫게 된 상대가 칸베였다. 그 때문에 일부러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왜 갑자기 서먹하게 구는지 영문을 모르는 칸베는 사춘기에 첩의 자식이라는 상처까지 더해져 삐뚤어진다. 그러다가 사건에 휘말리고 크게 다칠 뻔한다. 오오코우치는 칸베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과보호하기 시작한다. 그 뒤로 틈틈이 칸베의 공부를 봐주기로 하고, 경찰관인 오오코우치를 동경한 칸베는 그를 따라 경찰에 지원한다. 경찰이 된 후로는 서로 바빠 자주 볼 수 없었으며 칸베의 경찰청 추천 문제로 약간의 오해는 있었지만 별 문제 없이 현재에 이른다. 칸베가 한가한 부서(특명계)에서 일하게 된 덕분에 다시 만남이 잦아지게 되자 오오코우치는 묻어두었던 옛 감정이 되살아나는데.. 하지만 미나토처럼 칸베도 잃게 될까 봐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긴다. 칸베는 못 보던 사이 오오코우치에게 그늘이 생겼음을 직감했지만 알고도 모른 척하며, 자신을 만날 때만큼은 그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라고 멋대로 정리 중이다. (자잘한 설정을 보태자면 오오코우치가 라무네를 먹는 습관도 칸베가 어릴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쥐어줬던 건데 그걸 먹으면 마음이 안정된다든가.. 물론 칸베는 그 사실을 모른다. 맨날 먹는 그거 뭐예요? 라며 달라고 해도 오오코우치가 절대 안 줌 ㅋㅋㅋ)
...됐고, 이 투샷을 보는 게 이게 마지막이라니 칸베군, 돌아와ㅠㅠㅠㅠ 어디에 있든 그저 칸베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