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데뷔하고 드라마 찍고 부따이 주연에 솔로콘까지 하더니 이제는 내한을 다 하는구나ㅠㅠㅠ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까. 정말 최고였다. 는 말로는 그 날의 감정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대 박.
총 공연 시간 3시간 반! 앵콜만 무려 4번!
기본 구성으로 짜여져있는 퍼스트 앵콜 3곡(N.M.P / ROCKIN' ALL NITE / SMILE)을 제외한, 그 후 관객 요청에 불려나온 것만 또 3번이란 소리.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다;; 마무리 멘트 하고, 조명 다 켜지고, 그만 돌아들 가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도 깨끗이 씹어주고 앵콜 가주는거죠. 이대로 헤어지고 싶은 않은 관객들의 열기와 그걸 고스란히 받아들여준 캇툰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콘서트는 양일 중 둘째날(7일)만 예매해 둔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이틀 다 참여하고 싶지만 지난 4월의 일본 여행 후 아직까지 빚더미(도대체 언제 탕감될지 알 수 없는 빚더미의 악순환;;)에 올라앉아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공연 첫날은 오로지 굳즈만을 구입하러 공연장으로 향한...... 것이 민망하게도, 판매하는 것은 멤버별 우치와, 클리어 파일, 포스터, 팜플렛이 고작이더라. 적어도 팬 라이트는 가지고 들어왔어야지. 쟈니상, 돈 벌 생각이 있는 거예요ㅠㅠ
그나마 있는 굳즈라도 모조리 구입하고 싶었지만, 클리어 파일은 또 매진이야. 어쩜. 여기까지 온 보람도 없어. 어쨌든 손에 우치와 하나씩 들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조우했다. 내한 공연 소식에 일본에서 건너온 언니들, (이번 내한콘은 마침 탓쨩 솔로콘과 기한이 겹쳐서 내한 공연 달리고 다시 후쿠오카로 향한다는 무시무시한 스케쥴을 자랑하는 언니들) 그 사이 결혼한 언니도 있고, 한 동안 연락이 끊어졌지만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다시 뭉친 한국의 탓쨩 팬들, 여전했다. 나만 살쪘다 <- 언니한테 보자마자 살쪘다고 한 소리 들었다. 언니, 나도 알아요. 근데 이제 이게 내 몸 같은 걸 우째ㅠㅠ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탓쨩 팬들과의 기념 촬영, 중간중간 쏟아지는 빗줄기도 우리의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그렇게 함께 하기를 수 시간, 어느 덧 공연 시간이 다 되어 입장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만 덩그러니 남아 공연장 앞을 서성인다. 직장 일로 조금 늦게 도착하는 지인을 기다리고 있자니 공연장 밖까지 떠나가라 들리는 함성! 멤버 소개.. 그리고.. 그리고.. 데뷔곡인 리얼페이스가 들릴 때는 진심 벽 뚫고 들어가고 싶었다. 엉엉. 니들이 정말 왔구나. 그런데 나는 왜 밖에서 이러고 있는거니. 가슴이 벅차서 계속 듣고 있다간 정말 범죄를 저질러버릴 거 같던 순간, 지인이 도착. 회장 근처엔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잠실로 이동했다. 향한 곳은 고급 중식당. 굳즈 살 돈 굳었다고 그걸 그새 '고급' 에 써버리는 우리들(;;) 사실 발이 아파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어. 그렇게 고급 중식을 먹으며 일본 아이돌 이야기를 꽃피웠다. 애들 소식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 기억이 새록새록한 게 꼭 엊그제 일만 같은데 벌써 그렇게 10년이구나.
2차로 향한 찻집에선 아까 구입한 팜플렛을 조심스럽게 넘겨본다. 우에다가 한창 각트 마네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더러운 어른들, 정통파 아이돌을 만들려고 하지마!' 라고 생각했다는 데에선 한번 뿜어주고. 많이도 둥글둥글 해진 카메나시는 지금의 착실함을 '숙명' 이라고 까지 이야기하는 것에 놀랐다. 그렇게 옛 추억에 젖어있다보니 어느 새 막차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 어째 공연을 보는 것보다 수다로 더 오래 달린 거 같다. 비록 첫날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충만해진 상태로 내일을 기약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 함께했던 지인들은 제 각각의 구역으로 흩어지고, 공연은 사촌동생 H양과 함께 했다. H양은 나와 한살 차이의 동생으로 취향이 잘 맞아서 어린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사이다. 캇툰의 팬은 아니지만, 쟈니즈를 알고 있고, (굳이 말하자면 스맙의 팬이랄까) 그들이 나오는 방송도 종종 함께 보았던 사이로 심지어 나도 까맣게 잊어버린 다구치의 다쟈레 중 하나를 기억하고 있더라. 텟판 네타도 아닌데;; 이번 내한 공연 소식을 전하자 흔쾌히 동참해 준 그녀에게 우리 탓쨩의 영원한 짝궁 윳찌의 우치와를 선물했다. 그나마(?) 캇툰 멤버 중 흥미가 있는 멤버를 골라보랬더니 윳찌를 언급하길래..^^;
입장할 때 휴대폰이며 전자기기는 모두 전원을 끈 상태로 봉투에 넣어 봉해졌기에,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7시경 입장했으니 대충 30분 즈음 기다렸을까. 회장의 불이 꺼지고, 내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있던 2층 스탠드석 앞에 사람 형체가 보였는데 얼핏 캇툰 멤버인가 했다만,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이번 콘서트에서 캇툰과 함께 무대를 빛내 준 키스마이풋 멤버다. 음, 지금 찾아보니 타마모리군이었던 거 같아. 잠시 그 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팡! 콘서트 시작이다.
아아, 정말 세시간 반이 후딱 지나가더라. 진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7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이 11시가 되서야 끝나다니, 막차 놓칠 뻔 했는데 끝나마자마 뛰어가서 아슬아슬 세이프. 하마터면 공연비보다 택시비가 더 들 뻔 했다. 하지만 마음 같아선 돈 더 지불하고라도 계속 함께하고 싶었어ㅠㅠ
딱히 가사를 외워간 것도 아닌데 어느 새 목이 터져라 따라부르고 있던 자신. 요근래 아무리 소홀해졌기로서니 역시 이들과 함께한 세월은 무시 못하겠더라. 난 별로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다 내 자신이 흥이 나지 않는데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호응을 유도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연을 적당히 박수나 치고 분위기 흐리지 않을 정도로 리듬을 타는 정도가 고작인데.. 그런 내가! 이렇게 미친듯이 노래를 따라부르고 후리도 따라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몸이 움직이더라니까. 슬쩍 옆을 보니 캇툰 노래 잘 모르는 H양도 전광판에 뜨는 가사를 보며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다.
내 자리는 11구역. 공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멤버들이 스탠드 쪽으로 왔을 때, 탓쨩이 우리 구역 앞에서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마 나랑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해. 일단 내 주변에 탓쨩 팬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나 본 거 맞는 거 같아. 그런데 그게 다였다. 이후로는 와줘도 온 게 아냐. 앞선 도쿄돔 공연에서 탓쨩이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에 잘 온다길래 일부러 티켓팅 때 왼쪽 구역을 노렸다만... 젝일, 거의 모든 동선이 오른쪽에서 시작하더라. 완전 잘못 찍었어. 저 멀리서 오는 거 보고 긴장하고 있으면 우리 구역 앞에서 획! 등을 돌려 플로어 쪽을 본다. 2층과 3층 사이를 돌 때도, 마침 내 자리가 통로쪽이라 후다닥 뛰어올라가 손을 뻗어봤는데 꼬옥 내 앞에서 3층을 봐주시는 도도하신 우에다사마ㅠㅠ 자꾸 이러니까 알고 무시하는 거 같잖아. 그래도 뛰어올라간 보람은 있어서 윳치 손 터치하고, 코키 옷깃 잡고. 이 날 코키의 옷 소매는 늘어난 걸로도 모자라 아예 구멍이 뚫려버렸다;;
대신이랄까, 우리 구역엔 다구치가 자주 와서 놀아줬다. 정말 놀아줬다는 표현이 딱 맞다. 때 맞춰서 분위기 띄워주고 눈도 많이 맞춰주고 그 순간만큼은 친구라도 된 거 같았다. 사실 캇툰 멤버 중에서 그닥 애정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이번 공연 이후로 참 친근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열심인 걸. 그 모습을 보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을거야. 뭐, 이전에도 관심이 없었다 뿐이지 미워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도 자주 와주길래 H양과 웃으며 했던 말이, 우리 구역은 '다구치 존' 이라고. (테니프리의 '데즈카존'의 응용) 저 멀리서 우리 쪽으로 향하는 다구치의 모습이 보이면 "또 온다, 역시 다구치 존!" 이라면서 즐거워했다.
그 밖에 윳찌랑은 머리 위로 하트도 주고 받았고. 아, 이거 한국에서는 하트를 나타내는데 일본에선 원숭이를 의미한다며 멤버들이 신기해했다. 키스마이풋 멤버들도 우리 구역 쪽으로 자주 와서 싹싹하게 굴더라. 이제 데뷔해야지 욘석들. 기타야마는 한창 쇼쿠라 챙겨볼 때 눈여겨 봐서 아는 척 해줬더니 손 흔들어줬다.
플라잉 하는 동선도 마침 바로 옆으로 지나가서, 하늘하늘 선녀 같던 탓쨩과 줄에 매달려 거의 묘기 수준의 턴을 선보이는 카메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와이어에 매달려있는 것만도 아찔한데 거기서 또 뱅글뱅글 돌다니 역시 쟈니즈는 대단해乃
탓쨩은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콘과 월드투어를 동시진행 중이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 입국할 때도 솔로콘 일정 때문에 따로 입국했고 말이지. 첫날도 혼자만 텐션이 낮았다고 하는데 다행히 내가 본 날은 적당히 텐션도 좋았고 즐거워보여서 안심. 그리고 탓쨩의 솔로 'Rabbit or Worf'를 라이브로 듣다니 더 이상 여한이 없어! 첫날은 '花の舞う街' 를 불렀다고 해서 기대도 안했는데, 건반을 연주하다가 순간, 분위기 반전. 'Rabbit or Worf'의 빠른 전주가 흐르길래 완전 정신 줄 놓을 뻔 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좋았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2층? 3층? 정도 되는 높이에서 1층으로 점프를 하질 않나, 굉장히 파워 넘치는 무대였다.
참, 조금 신기했던 게 관객들이 솔로 때 마다 멤버콜을 했는데 탓쨩만 이름이 아닌 성으로 '우에다' 를 외치더라. 다나카 코키는 코키, 다구치 쥰노스케는 쥰노, 나카마루 유이치는 유이치였는데 어째서 탓쨩만 우에다? 아, 카메나시 카즈야도 '카메'구나.
토크 할 때는 간단한 인사 정도는 한국어로 말해주었지만 대부분 통역이 붙어있었다. 통역하시는 분의 성이 '박' 씨라서, 애들이 "박씨, 박씨" 라고 불렀는데, 그 억양이 좀 재미있더라. 당시에는 단순히 '박씨' 라서 재미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씨' 였어도 웃겼겠어. "이씨, 이씨" 라고 했을 거 아냐. 통역하시는 분이 무색하게도, 관객들이 멤버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응해서 우리나라 일본어 가능인구의 굉장함을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키스마이풋 멤버 소개 때, 니카이도군이었나. 카메와 코키가 귓속말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데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입 밖에 내는 게 귀여웠다. "전화 번호 주세요", "여러분, 맛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나중에 무슨 뜻인지 알고 땅 파고 들어가려 하던데.. 캇툰 형님들 짓궂으셔.
또 생각나는 건, 카메가 여러분의 열기로 덥다고 하니까 관객들이 한 마음 되어 우치와로 열심히 바람을 만들어주던 모습. 그 바람에 카메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모션을 취해주었는데, 정말 이 아이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돌스럽다. 그것이 계산된 행동이든 아니든 캇툰에 하나쯤은 이런 아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멤버들 모두 예쁘장하게 잘 생겼지만 특히 코키군은 이번 공연 이후 한국 팬들 사이에서 '남신'으로 통할 만큼 미남이었다. 잘 생긴데다 매력도 철철 넘쳐~ 첫 인사도 무려 "방가워, 자기~♥" 라고. 팬 서비스도 어찌나 좋은지 사탕 물고 빨며 퍼포먼스를 하는 도중에도 일일이 팬들 다 챙기고 성격도 좋아보이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H양도 일단 윳찌 우치와를 들고있긴 했지만 공연 다 보고 나선 코키가 좋아졌다고 할 정도. 나는 네가 우리 탓쨩 혼자 온다고, 홋카이도까지 데리러 가서 함께 입국한 것만으로 이미 무한감동이다ㅠㅠ
한국 팬 연합이 준비한 이벤트도 훌륭해서 멤버들도 좋아했고 (첫날은 감동해서 울었다는데 둘째날은 즐기는 선에서 마무리 된 듯. 아, 역시 첫날도 갔어야 했어ㅠㅠ) 세시간 반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다. 앵콜곡으로 '하루카나 약속'도 불러주었는데, 이 곡은 캇툰의 첫 오리지널 곡이다. 쥬니어 시절 처음으로 선배들의 곡을 부르는 것이 아닌 오리지널 곡이 생겼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풋풋한 모습으로 열심히 가르쳐주던 후리를 내가 이제와서 써먹는구나!!!
마지막으로 부른 앵콜곡 'Smile'은 한국어로 가사를 바꿔서 관객과 하나가 되어 부르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앵콜이 몇번이나 이어졌는데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로 간절했던 거 같다. 또 만나자고 했으니 또 와주겠지.. 아니, 그 전에 내가 너희를 만나러 갈 것 같다만. 이제 어디 돔 천장에 붙어서는 도저히 만족 못할 거 같은데 어쩌지.
또 만나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