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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뮤지컬 TL5Y

뮤지컬「The Last Five Years」2010 in 오사카 (1)

by 캇짱 2010. 4. 29.



뮤지컬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4월 24일(토) PM 1:00
우메다예술극장 시어터 드라마시티 11열 27번


야마모토 코지, 무라카와 에리
  


TL5Y 폴더에 또 한번의 감상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번에 보고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역시 이 작품 좋다는 것. '좋다' 라는 간단명료한 두 글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지만 그 이상 알맞은 표현도 없으리라. 이 작품을 보는 것은 작년에 한국 재연판을 만나본 뒤로 거의 1년만의 일. 이 폴더에는 한국판과 일본판에 대한 자료들이 혼재되어 있는데 이참에 밝히고 넘어가자면 제목에「The Last Five Years」라고 표기된 것은 일본판,「The Last 5 Years」로 쓰여진 것은 한국판으로 나름의 구별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건「The Last Five Years」라고 쓰여져있으니 말할 것도 없이 일본판에 대한 감상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좋아하는 배우인 야마모토 코지군이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프 브로드웨이판 CD를 찾아 들은 것이 이 작품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작품의 제목과 일치되는 순간에 이 작품을 알게해 준 첫사랑과도 같은 코지 제이미를 다시 만나는 것은 실로 운명이랄까.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공연 같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코지군이 무려 삼연까지 해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초연, 재연을 놓친 나에게 있어 이번 삼연은 서프라이즈 선물 같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번에는 꼭 봐야해- 라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불끈!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일본행을 결심하게 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이 작품에 출연하는 야마모토 코지가 좋았던 것 뿐이지만 지금은 이러한 작품을 알게해 준 야마모토 코지가 고맙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에 내가 보고 온 것은 일본에서 3번째로 올라가는 삼연이며, 나는 이미 2005년에 상연된 일본판 초연을 DVD로 접한 바 있다. 초연되는 작품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원작과 실제 공연의 차이로 인한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특히 원작자가 일본 공연의 재번역판을 받아 보고 원작 훼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일화는 주목할 만 하다. (당시 원작자가 전부인의 허락도 없이 결혼 생활을 작품에 써서 소송 중에 있었기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설도 있다. 솔직히 원작 훼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 한국판이 더 하지 않았나. 그거 재번역판 받아봤으면 까무라쳤을 텐데;) 아무튼 그러한 무대 외적인 분쟁을 떠나서 보더라도, 주연인 코지군을 제외하고 지적할 부분이 많았던 공연인 것은 확실했다. 아니 그 코지군 조차도 이 작품을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소화해내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동안 그가 출연했던 여타 무대만큼의 안정감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의 멜로디 자체가 어려운데다 어쨌거나 그는 미혼이고, 젊었다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이번에 삼연판을 보고 나니 더욱 그 생각에 확신이 든다. 삼연판의 제이미는 초연에서는 느낄 수 없던 깊이가 있었다. 그는 여전히 미혼이지만 그 달라진 깊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 하도록 하고.
다시 초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자신은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타입으로 아무 고생도 하지 않았다는 연출가의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무대, 작가인 제이미는 그렇다치고 배우 지망생이라는 캐서린이 처음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5년의 시간을 오직 옷 한벌로 버티질 않나.. (제이미가 아무리 드레스를 입으라해도 캐시는 입을 수가 없어요ㅠㅠ 옷이나 사주고 말해, 제이미!) 무엇보다 시간축을 거슬러올라가는 캐서린이라는 배역은 무대 첫 출연이었던 가수 출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그녀는 극의 마지막, 제이미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가장 들떠있는 캐시를 표현해야할 때 다른 시공간에서 이혼을 고하는 제이미에게 동화되어 질질 짜고 있었거든;; 물론 일본 초연은 상업적으로는 성공했다. 2배 규모의 극장에서 재연될 정도로. 여기서 말하는 건 작품의 완성도 측면이다.

초연에 대한 감상이 그러했던 고로, 이번 삼연도 코지군을 제외한 다른 요소에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웬걸, 눈이 번쩍 뜨였다.

사.랑.해.요. 스즈카츠!
우.윳.빛.깔. 스즈카츠!


살다보니 내가 스즈카츠를 찬양하는 날이 오는구나. 아니 사실 작년에 한국판을 보고 미처 몰랐던 스즈카츠의 위대함을 알아보기는 했어;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판과의 비교우위였던 거지 일본판만 떼어놓고 볼 때는 절대 찬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구. 이쯤에서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자면 스즈키 카츠히데, 일명 스즈카츠 씨는 일본 내에서도 제법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가로 각본가 출신답게 과감한 삭제와 참신한 결말(이라고 쓰고 원작 훼손)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다 보니 우리 코지군과 자꾸 엮여서(;;)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되었고 피할 수도 없는 바, 그의 연출이 취향에 맞으면 좋으련만 나에게는 한없이 불(不)에 가깝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었다. 연출에 있어 깊이 관여하는 타입이 아니고 가만히 손을 놓고 있었다느니 말하지만, 정작 완성된 작품을 보면 꽤나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연출가라고 생각한다.
앞서 그의 연출이 불(不)에 가깝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무서우리만치 내 취향에 들어맞는 요소를 발견하곤 했는데.. 그 어느 부분이라는 게 전체를 통틀어 아주 작은 일부분, 한 장면, 정도였던지라 안타깝게도 전체 감상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일부분이 이번 삼연에서 폭발!!!

재연, 삼연 거듭해 온 보람이 있었어!!! 그 성과를 어렵지 않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2년에 한번, 3년에 한번꼴로 무의식적으로 상연해왔던 게 아니라, 연출가로서의 고민이 제대로 녹아있고 그동안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드디어 빛을 발하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스즈카츠 연출이 가지는 고집이랄까, 좋은 의미의 집착도 이 정도라면 인정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프로그램 마지막장에 쓰여있는 공연 스탭들의 이름을 주루룩 훑었을 정도로 무대, 배우, 관객 삼박자가 들어맞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코지군 혼자서 애쓰는 공연이 아니라 스탭들과 한데 어우러져 완성한 하나의 작품을 보았다는 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쥐죽은 듯이 조용하던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자마자 전석기립하던 그 장관이라니ㅠㅠ 아 참, 스탭 중에 음향의 이노우에는 제외. 너는 좀 맞자, 이노우에! <- 맞아야 할 이유는 나중에 밝히겠음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선다는 여배우도 생각 이상으로 해주었다. 그렇다고 완벽히 좋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코지군이 소개한대로 노래할 수 있는 여배우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노래 할 수만 있었다-는 게 문제지만; 확실히 그동안 코지군의 상대역 중에선 발군의 연기력이었다.  

넘버에 따른 자세한 감상은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