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쓰고 싶었던 글인데 이제야 짬이 나서 쓴다.
야마모토 코지 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배우자에 관한 이야기는 되도록 쓰지 않도록 해왔다.
야마모토 코지를 아는 것만큼이나 그녀에 대해서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없고
혹시나 내가 멋모르고 지껄인 게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례한 일이 되지 않을까
(나도 코지군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는 글에 많은 상처를 받아서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예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걸 떠나서도 사생활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호리키타 마키가 은퇴를 하면서 야마모토 코지가 엉뚱하게 비난을 받는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호리키타 마키를 좋아했는데 은퇴해서 남편인 야마모토 코지를 원망한다는 거야 뭐 잠깐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당장 화풀이 대상이 필요한 거 아니겠나 싶고 차마 믿을 수 없으니까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거겠지.
심지어 호리키타 마키가 은퇴하고 싶어하는 걸 야마모토 코지가 설득해서 막아내지 못했다며 탓하는 사람도 봤다.
이런 비난을 받을 거라는 건 코지군도 충분히 예상했던 일일 거고 그럼에도 각오하고 그녀의 뜻을 존중해준 거겠지.
그런데 야마모토 코지를 좋아했는데 호리키타 마키를 은퇴'시켜서' 싫어졌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야마모토 코지가 보수적이라서 호리키타 마키에게 일 하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야마모토 코지의 무엇을 보고 좋아했던 걸까. 그저 겉모습이 좋았던 건가?
야마모토 코지보다 잘생기고 멋진 사람은 연예계에 얼마든지 있지 않나?
야마모토 코지가 지금까지 업계에서 나홀로 얼마나 힘들게 싸워왔는지
오래된 관습을 타파하며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임을 보아오지 않았나.
선배랍시고 꼰대짓하고 똥군기 잡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고 높으신 분들과도 서슴없이 맞서며
때로는 일에서 내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고 싸워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그런 면 때문에 일정 부분에 있어선 손해를 봐왔다는 것도 말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보수적이라는 단어와 제일 억만광년 떨어져있는 게 야마모토 코지라고 ㅋㅋ
그러면서도 결코 자신을 앞세우지 않으며 한 마디 조언을 하더라도
이건 나에게는 적합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 있다는 말을 꼭 덧붙이는 사람.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늘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
자신의 생각을 누구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연기에서조차 자신이 잘해서 튀는 것보다는 주변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지만 막연한 가정으로 그런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그걸 강요할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
구태여 말하자면 '(일을 하든 안 하든)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가 야마모토 코지의 스탠스다.
아니, 그리고 40년 동안 혼자서 충분히 잘해온 사람인데 이제와서 딱히 아내의 내조가 필요하지도 않아.
가사, 요리 전부 만능이고 당연하지만 육아도 함께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그야말로 호리키타 마키는 인형이었던 건가?
남자가 세뇌시켜서 결혼하고 일하지 말라고 하면 은퇴하는 자기 생각이라고는 1도 없는 인형이었던 건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그녀의 인격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호리키타 마키는 잘 몰라도 코지군이 그녀를 배우자로 선택한 이유는 알고 있다.
그녀의 굳은 심지, 일하는 자세가 자신과 닮은 점, 그리고 무대 일에 대한 도전 정신 때문이란 걸.
처음엔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지켜보니 의지가 강하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었다고 했지.
그녀가 남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았을 거야.
결혼 반년 후에 있었던 야마모토 코지 인터뷰.
ㅡ 사생활에서의 터닝포인트는? 역시 결혼인가요?
둘이 된 것으로 뭔가가 형태가 되어 물들어가는 것은 이제부터겠죠.
팔불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것은 전부, 이 결혼을 위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계속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하거나 했지만
여기에 겨우 다다르기 위한 여정이었어, 그러니까 좀 더 싸워야만 한다고.
다만 지킬 것이 생겼으니까 자기 본위로는 안 되겠지만.
제 아내는 아직 저의 무대를 본 적이 없어요. 무대에서 공연은 했어도.
저의 무대를 앞으로 처음 봐준다는 것도 두 사람의 새로운 체험 중 하나.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면 더 본령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ㅡ 이전, 이 연재에서 호리키타 상을 인터뷰했을 때, 말수는 적어도 솔직한 기분을 제대로 전달해주셔서.
야마모토 상과의 결혼을 알고 매우 납득했어요.
아마 저와 비슷할 거예요. 그녀는 지금 TV 등의 영상 작품에 나가는 일이 많지만
발성도 좋고 피지컬로서 분명 무대인. 상당한 직인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장인으로서의) 고집이 강한 것도 아니고.
자신은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ㅡ 집에서 연기 이야기나 연극 이야기를 하기도 하나요?
전혀 안 해요. 일 이야기는 몇 시에 끝났어, 현장에서 이런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 정도.
서로 출연작을 같이 본 적도 없고 봤다고 해도 연기에는 간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아는 배우 커플이 엄청 큰 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원인은 서로의 일에 대한 자세였다고 들었어요.
우리는 집에서 대본을 읽을 때도 소리 내지 않고 읽거나 엄청 작은 소리로 길어도 20~30분.
집에서 일이 만연하는 일은 없어요. 서로 자립해서 일해온 것을 존중하고 있어.
ㅡ 라이벌은 되지 않아?
생각해본 적도 없으려나.. 이만큼 나이가 벌어져있으면. 하지만 일에 대한 정신적인 포지션은 가깝다고 생각해요.
될대로 되라고 잘라내는 정신이나 임기응변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부분도. 결국 닮은꼴이려나.
야마모토 코지는 누구보다 '배우' 호리키타 마키를 알아주고 존중했던 사람이다.
본인도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무대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샀던 사람이다.
두 사람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립해서 일해온 것을 존중하는 부부인 것이다.
호리키타 마키는 자필 문서에 은퇴는 분명히 자신의 뜻이고 남편은 그런 자신의 생각을 존중해주었다고 썼다.
간단히 말해서 호리키타 마키가 일에서 떠나고 싶다고 은퇴하는 건데
왜 그걸 한 번 더 꼬아서 야마모토 코지가 호리키타 마키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시켰다고 보는 건지 모르겠네.
반대로 야마모토 코지는 호리키타 마키가 배우일을 그만둬서 누구보다 아쉬워 할 사람이다. 애초에 그 모습을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의 요소 한 가지를 잃어도 그녀가 원한다면 그녀의 뜻을 존중해주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 호리키타 마키는 야마모토 코지 아닌 누구와 결혼했더라도 가정을 택했겠지.
일보다 가정을 중시하는 게 그녀의 가치관이니까.
그런데 왜 제3자가 일을 하는 것이 그녀에게 더 좋을 것이라며 멋대로 판단하는 걸까.
오랜 세월 바라던 일이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그녀는 행복하다고 하고 있는데..
물론 무조건 그녀의 가치관을 존중해서 은퇴를 아쉬워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은퇴는 아쉬워하되 야마모토 코지를 원망하는 마음도 뭐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게 잘하는 짓이라는 건 아님.)
야마모토 코지를 좋아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싫어졌다고 하는 건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을 좋아했던 게 맞는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