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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Woyzeck)

음악극「보이체크」 - 야마모토 코지 : 불합리한 폭력 + 슬픔이 없는 세상

by 캇짱 2016. 7. 14.

불합리한 폭력 + 슬픔이 없는 세상 : 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 이시구로 히데오(안드레스)



[불합리한 폭력]


고수장 : 프란츠 보이체크! 누구냐, 네 이름이 프란츠 보이체크인가?


병사 : 고수장님!


보이체크 : 내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요. 내 이름은 확실히 프란츠 보이체크!


고수장 : 나는 사내대장부야. 알겠어? 사내대장부라고! 불만 있나?


안드레스 : 고수장님! 이 숙소에 대체 무슨 용무로 오셨어요?


고수장 : 이 개집에 내가 무슨 용무가 있냐고? 뭐! 용무가 없으면 오면 안 된다는 거냐, 이 자식!


안드레스 : 아뇨,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고수장 : 술집에서 이 녀석과 눈이 마주쳤어. 이 남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그 녀석은 프란츠 보이체크라고 하더군

           단지 그뿐이야. 단지 그뿐인 이유로는 여기에 오면 안 된다는 거냐!

           마셔! 자! 고주망태가 되지 않는 녀석은 신이라도 용서못해. 코가 똥구멍에 붙도록 갈겨주지!



           자, 이 자식아, 마셔! 사나이라면 마시는 거다 

           브랜디 비를 맞으며 춤추자고, 브랜디 바다에 빠져서 죽자고, 형제여

           그렇지? 후후후. 왜 아무말도 하지 않지, 프란츠 보이체크


안드레스 : 보이체크...


병사 : 제, 제가 마실까요, 고수장님


고수장 : 이 녀석.. 네 놈의 혓바닥을 목에서 잡아빼서 몸뚱이에 칭칭 감아줄까? 

           뭐라도 말하는 게 어떠냐! 


(보이체크를 마구잡이로 폭행하기 시작한다)


병사 : 고수장님!


안드레스 : 한번만 봐 주세요 이 녀석 말주변이 없어요.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보이체크 : 악! 악!


병사 : 하사관! 당신이 뭐라고 좀 말려줘! 당신이 여기에 데려온 거 아냐?


하사관 : 난 단지 그 녀석의 이름을 알려준 것뿐이야


보이체크 : 악! 악! 


고수장 : 어이, 기다려!



보이체크 : 으아아아아아아


고수장 : 노파의 방귀만큼만 숨을 남겨주지

           놈들아~ 브랜디야말로 내 친구지, 브랜디야말로 나의 목숨!

           내 방에서 다시 마시자고. 따라와


안드레스 : 보이체크, 괜찮아?


하사관 : 나는 전혀 미안하단 생각 안 해, 보이체크


안드레스 : 하사관님


하사관 : 이게 군인의 일상이다. 누구도 아무런 의미 같은 건 구하지 않지.

           의미 같은 걸 구했다간 도저히 사람을 죽이는 것 같은 건 못하니까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보이체크!


안드레스 : 보이체크? 괜찮아? 천천히.. 천천히 움직여도 돼

              왜 그래? 가만히 있지 않으면 온몸이 쑤시잖아. 어이! 보이체크! 뭘 하고 싶은 거야?


보이체크 : 이 셔츠 너에게 줄게


안드레스 : 무슨 뜻이야?


보이체크 : 이 십자가는 누나 꺼였어. 이 반지도. 성자의 그림도 있어. 

              하트가 두 개 있고 금색으로 덮인 어머니의 성서에 들어있었어.

              프리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체크. 군인. 제2연대 제2대대 제4중대 육군 보병.

              생일은 성모 마리아의 수태 고지일. 그러니까 오늘로 나는 서른 살 하고도 7개월 22일이야


안드레스 : 프란츠, 너 육군 병원에 입원해야겠어. 불쌍하게도. 

              브랜디에 가루약을 타 마시면 아픔도 나아질거야


보이체크 : 그래, 안드레스. 목수가 관을 짤 때는 그 속에 누구의 시체가 누울지 아는 녀석 따위 아무도 없지


안드레스 : 보이체크!


[슬픔이 없는 세상♪]


아름다운 꿈을 꾸었어

모르는 나라로 여행을 했지


일곱색의 꽃이 피고 흐트러져

미소가 넘치고 새는 울어


슬픔이 없는 세상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


문득 깨달아 너는 없어

거기엔 그저 바람이 불어가


아름다운 꿈에서 깨지마

그 앞의 행복을 보여줘


영원히 영구히 계속되는

너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슬픔이 없는 세상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


너는 어디 나는 어디에

거기엔 그저 바람이 불어가


끝없는 망설임

마음을 찢는 아픔

눈물도 말라버렸어



고물상 : 당신이 바라는 건 뭐야? 여기엔 당신이 바라는 것이 전부 있어. 뭐든 좋을대로 골라봐


보이체크 : 단지 고물상이잖아. 온 마을에서 주운 쓰레기 같은 걸 태연한 얼굴로 파는구나. 

              당신이나 부랑자나 다를 게 뭐야!



이 장면은 듣는 것만으로도 멘탈이 부서지는 거 같은데 정말 굉장한 열연이다. 

연기도 연기지만 바로 이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체력적으로도 놀라워.

정신줄을 놓아버린 보이체크의 순수한 노래가 한없이 애처롭다. 

끝없는 망설임~ 부분에선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도 싶지만.. 이대로 단번에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