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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Woyzeck)

음악극「보이체크」 연출 시라이 아키라 X 주연 야마모토 코지 대담

by 캇짱 2016. 7. 8.

2013년 음악극 「보이체크」 프로그램북에서. 


시라이 아키라 X 야마모토 코지

두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두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창작을!


파탄과 결핍


야마모토 시라이 상과 처음 함께했던 것은 17살에 출연한 연극 「소멸하는 인류, 그 사랑의 본질이란...」 (미야모토 아몬 연출)이었어요. 

             그때는 공연자 관계였고 다음에 뮤지컬 「오케피!」(미타니 코키 작, 연출)에서도 공연.

             처음 연출을 받은 것이 02년의 「피치 포크 디즈니」이므로 벌써 11년도 전이 되네요.


시라이   그렇게나 시간이 지났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야마모토 도중 드라마 「신센구미!」에서 함께 하거나 했으니까요. 지금 돌아봐도 「피치~」는 인상 깊은 무대로

             우선 그 기묘하게 일그러진 세계관이 정말 좋았어요. 게다가 연기한 코스모는 어디까지나 나빠질 수 있는 역. 

             시라이 상은 저의 나쁜 부분을 처음으로 무대에서 끄집어내주신 연출가예요.

             그 전까지는 비교적 내향적인 소년 역이 많아서 하지만 저는 코스모와 제가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라이   굉장한 역이었지. 등장과 동시에 토하지, 바퀴벌레를 먹지^^ 

            나도 「피치~」의 작자 필립 리들리의 작품과 만난 것은 전환기 중 하나. 

            코스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 오퍼해야할까 생각하고 곧바로 떠오른 것이 코지군이었어. 

            「오케피!」의 초연에서 재회했을 때는 "17살이었던 소년이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해서"라고 감개무량했지. 

            왠지 반짝반짝했어 (야마모토 웃음)

            하지만 동시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코지군 속에 어느 종류의 결핍이나 파탄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

            물론 파탄이 없는 인간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지만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 케이스도 많고

            배우라는 일의 특성상 그것이 예리하게 연기에 나타난다면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해 오퍼했어요.

            결과, 생각한 이상으로 작품에 예리하게 파고 들어가 코지군 속에 숨어있던 것을 토해내게 되지 않았으려나.

            그때의 경험은 젊은 배우와 일을 할 때의 성공예로서 나의 재산이 되었다고 생각해.


야마모토 저도 작품이 좋았다는 것만이 아니라 얻는 것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공연한 하기와라 마사토 상이 끝없이 자신이 꾼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는 긴 대사가 있지 않습니까. 

             코스모는 그저 그걸 계속 듣고 있는데 그때 무대에 나온 채로 움직이지 않고 거기에 '존재한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신체나 마음을 어떤 상태로 유지해야 좋은 것인지라는 매우 중요한 것을 시라이 상에게 배웠어.

             제대로 '생각하고' 있으면 움직이지 않아도 성립한다. 

             이번 연습실에서는 '감정을 단전에 떨어뜨린다'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건 저에게 컸어요.


시라이    나야말로 깜짝 놀랐어. 

             물론 그 장면은 코스모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말 코지군, 미동도 하지 않았으니까.


야마모토 가능하면 눈조차 깜박이고 싶지 않았어요^^


시라이    그 집중력, 게다가 배우로서의 기개라고 할까, 정말 훌륭하다고 밖엔 할 수 없었어.


무대 배우에게는 특수 능력이 필요


시라이   연출가로서는 한 번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이 남았기에 염원이었던 「보이체크」의 무대화를 꼭 코지군과 하고 싶었어.


야마모토 저도 정말 '시라이 상의 연출이라면 뭐든지 할게요!' 같은 기세였어요^^


시라이   영광입니다^^ 원작을 읽었을 때 보이체크가 단순히 정신이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되지 않아서 말이지.

            그는 가령 뇌의 일부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형태로 이상하게 발달해서

            그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린다는 감각이 된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코지군이 역할을 위해 악기 연주나 마술을 필사적으로 마스터하거나

            의미도 모르는 채로 「RENT」의 영어 대본을 외우고 해외 캐스트에게 "발음은 100% 옳다"라고 듣거나 하는

            그 과잉도 같은 증상으로, 대뇌의 어딘가가 비대한 것은 아닐까 라고 (야마모토 웃음)

            연습하고 있는 지금,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는 보람과 동시에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라는 실감도 나날이 느끼고 있어요.

             대사 하나하나에 매우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동시에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10행분의 대사를 

             노래하듯 단번에 발언해서 처음으로 전해지는 의도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예리한 공격만이 아닌 때로는 깊고 때로는 부드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뛰어넘을 수 없다.

             하지만 뛰어넘은 저편에는 분명 배우로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지평이 또 열리지 않을까 하고


시라이    꼭 그렇게 되어주면 좋겠어. 보이체크는 내가 볼 때는 인간 안에 있는 상징적 직감에 솔직한 인간.

             인간이 만들어낸 세간의 윤리, 문명사회라는 것을 어딘가에서 부끄러워하고 부정하고

             살아가는 것을 본질로 붙잡고 있다고 하면 되려나. 그 지침에 관해서는 보이체크는 매우 이성적이에요. 

             마리를 죽인다는 결단도 그 자신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 그라는 인간이 파탄하지 않고 있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위였어.

             그러한 논리가 그 안에는 있어. 커다란 모순을 안고 세간의 규범에서는 떨어지고 말았지만

             생물로서는 틀리지 않았다는 보이체크의 상반된 상태를 코지군은 분명 무대 위에서 보여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야마모토 책임이 중대하네요. 하지만 연기하기 위해 베이스가 되는 것은 한 가지 찾았어요.

             시라이 상에게는 이미 상담을 끝냈지만, 지금 이야기에도 나왔듯이 전반의 보이체크는 결코 정신 이상이 아니라

             그 나름의 시점과 감각, 이론으로 세계가 제대로 보이고 있었어.

             하지만 마리의 바람이라는 세간이 말하는 "진실"을 들었을 때부터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게 되어 불안에 억눌려져 간다. 

             처음엔 '보였다'는 것이 '보이지 않게 된다' 는 것이 극 중 보이체크에게 일어나는 큰 변화.

             그 방향성으로 생각해가고 싶어요.


시라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으니까 코지군과는 '함께 연극을 창조해간다'라는 강한 실감을 할 수 있어.

             연출가로서 생각하는 것에 더해 야마모토 코지라는 배우의 육체와 사고를 통한 발견이 제대로 창작에 반동해온다.

             창조적인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것은 기쁘고 연극 현장은 항상 이래야만 한다고 생각해.


야마모토 저는 단순하게 즐기고 있을 뿐이에요. 보이체크는 연기하면서 무심(無心)해질 수 있는 역할이므로.


시라이    그건 코지군이 '역할로서 존재한다'라는 배우의 일을 몸과 마음으로 다할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보이체크에게 부과한, 세간을 사회적 규범에 빼앗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무대 위에서 투영해

            "여기에서 꿈틀거리는 인간들은 당신들을 비추는 거울이에요"라는 소임도 다하지 못해.

             나는 역시 연극과 영상의 표현·연기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극장 전체를 조종하고 객석에서 배우와 같이 호흡해주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기술과 경험치, 단련된 육체가 필요. 

             무대에 특화된 특수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일찍이 가라 쥬로 상이 "무대에 서려면 특권적인 육체를 가져야만 해!" 라고 주창한 

             그 「특권적 육체론」은 나의 연극적 원체험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어. 

             그러한 이상(理想)의 필요성을 창작을 함께하는 배우에게 앞으로 확실히 말하도록 하자고 지금 정했어! 

             그러니까 코지군,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야마모토 어쩐지 한층 시라이 상이 파워풀해진 듯한... 지금부터 가라 쥬로 작품으로 바꿀까요?^^


시라이    아니, 그건 무리^^ 다음 기회에 꼭!



피치 포크 디즈니

2002년 5월 at 시어터 트램

작 : 필립 리들리 / 연출 : 시라이 아키라

출연 : 하기와라 마사토, 호쇼 마이, 야마모토 코지, 요시다 메타루


10년 전에 양친을 잃은 쌍둥이 남매 프레스리(하기와라)와 헤이리(호쇼).

그들은 가족이 모여있던 시절의 추억에 잠겨 방에 틀어박혀 살고 있다.

어느 날, 밖에서 들려온 외침에 프레스리는 컨디션이 망가진 미소년 코스모(야마모토)를 방에 들인다.

바퀴벌레 등 별난 것을 먹는 구경거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코스모는 남매 두 사람의 세계를 잠식해가는데...


실제로 보이체크 때 눈조차 깜박이지 않는 연기가 화제가 됐는데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힌 감각과 집중력 덕분이구나. 

보이체크에겐 '보였던 것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중요하니까 눈 연기에도 신경쓴 거겠지. 

특정 장면이 아니라 극 내내 눈을 깜박이지 않아서 다들 작정하고 오늘은 몇 번 깜박이나 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의식하며 봤는데도 등장할 때 딱 한 번 봤다, 노래할 때조차 깜박이지 않더라는 증언이 많아서 전설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렇게 연기한 보이체크가 '무심'해질 수 있는 역할이라고 하는 건 어느 의미로 무섭기까지 하고

뜨거운 연극론을 주고 받으면서도 "저는 단순하게 즐기고 있을 뿐이에요" 라는 코지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