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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Woyzeck)

음악극「보이체크」 - 야마모토 코지 : 의심 + 공백의 시간

by 캇짱 2016. 7. 10.

의심 + 공백의 시간 : 야마모토 코지(보이체크), 마이코(마리), 라치 신지(카를)


[ 의심 ]


보이체크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네 얼굴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텐데.. 손의 감촉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마리       : 무슨 소리야, 프란츠? 정신이 나간 거야?


보이체크 : 죄악이란 것은 이렇게 두터운 가슴과 넓은 어깨를 하고 있는 것인가!


마리       : 왜 이래?


보이체크 : 악취가 나니까 천국의 천사까지 말려버릴지도 몰라.


마리       : 이봐!


보이체크 : 너.. 새빨간 입술을 하고 있네. 물집이 생기진 않았어, 마리?

              너는 죄악 그 자체인 것처럼 아름답구나.

              7개의 대죄, 사형에 해당될 만한 죄악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걸까


마리      : 프란츠, 당신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는 거네


보이체크 : 젠장!

              그 녀석은 거기에 서 있었지? 거기에 거목처럼 서 있었잖아!


마리       : 세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고 기나긴 낮 동안 많은 사람이 서 있었겠지, 여기에는 끊임없이 차례대로


보이체크 : 내가 이 눈으로 봤다고


마리       : 눈이 두 개 달려있고 그게 제대로 열려있는데다 태양이 비친다면 보이는 건 잔뜩 있겠지


보이체크 : 이 눈으로 봤다고!!


마리       : 그래서 어쨌다고?

              오지 마! 나를 때릴 수 있으면 어디 해 봐!

              그런 손에 맞을 거라면 차라리 칼에 찔리는 게 낫지

              우리 아버지도 내가 10살이 됐을 무렵부턴 노려보니 손을 대지 못했다고!

              ....프란츠!


보이체크 : 이상하네. 네 몸 어딘가에 증표가 나타나 있을 텐데 증표 말이야, 증표..


마리        : 그만둬!


보이체크 : 나에겐 그게 보이지 않는 거야? 보일 리가 없는 거야?

              그럼 대체 누구에게 보인다는 거야?


카를        : 신은 동생을 죽인 형에게 저주를 내리고

               형이 그 판결에 우는 소리를 하자 

               신은 형의 얼굴에 용서의 증표를 남겼습니다


[ 공백의 시간 ♪ ]


보이체크 : 푸른 하늘 빛이 바래고 바람이 얼어붙어가

              멀어져가는 신기루


              몰래 찾아오는 밤의 장막

              깨닫지 못한 채로 오늘도 지나

              시간을 농락하는 것에 조종당해 춤 출뿐

              그래도 그저 인생은 계속 된다



대사의 강약, 고저, 리듬감, 문어체 대사의 능숙한 구사까지 보이체크는 배우 야마모토 코지의 표현력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이 장면에선 살면서 한 번도 언성을 높여보지 않은 듯한 사람이 처음으로 화를 낼 때의 서툰 느낌을 잘 살렸고

이어지는 노래에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며 서서히 미쳐가는 보이체크의 감정선이 애절하게 표현된다.

대사와 노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압권. 야마모토 코지를 통해 음악극이라는 장르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는 순간이다.

결말에 대한 복선이 있는 매우 중요한 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