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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말한다

건한 보세요. 두 번 보세요ㅠㅠ

by 캇짱 2014. 5. 2.

뮤지컬 프랑켄ㅅㅌㅇ

4월 30일(수) PM 3:00 

Cast : 이건명, 한지상, 안시하, 안유진..


요즘 어째 프랑켄 후기만 쓰는 거 같은데 프랑켄만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공연 보고 나오면서 다시금 진리의 깨달음을 얻었다. 하... 건한 막공도 가야겠어ㅠㅠㅠㅠ

같이 본 지인이 그러더라. 너는 왜 셀프로 낚이냐고.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공연은 지금까지 중 제일 여운이 남는다.

내가 이래서 건한을 못 놓는다고!!! 


이날은 앙리를 가리켜 '나같은 병신이 또 있었네' 라던 화제의 건명옵 인터뷰

(다른 좋은 말도 많이 했는데 남는 건 병신 뿐인 인터뷰 ㅋㅋㅋ) 이후로 보게 되는 무대라서

빅터와 앙리가 만날 때를 집중해서 봤는데 아... 병신들 맞구나 ㅋㅋㅋㅋㅋ 

오늘부터 이들을 병신 같은 케미라고 부르겠다. 

은앙리는 인텔리 느낌이 강해서 지앙리와 만나야 비로소 병신다움(?)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어감이 좋지 않지만 달리 대체할만한 표현도 떠오르지 않아. 정말 병신 같으니까 ㅋㅋㅋㅋㅋ 

특히 술집씬! 지상 배우 이것만 기다렸구나. 아주 날아다니네.

전에 봤을 땐 초반부 고지식한 앙리와 술집에서 날아다니는 앙리의 갭이 커서 이 씬이 유독 튀어보였는데

못 본 사이 지앙리 연기가 많이 좋아졌더라.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건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인지 지상 배우만의 디테일인지 모르겠는데

빅터에게 여자를 엮어주는 게 앙리였구나. 그 장면에서 매번 빅터만 보느라 몰랐는데

앙리가 손가락을 탁 튕겨서 술집 아가씨에게 신호를 주더라.

이것이 남자들의 병신 같은 우정인가 ㅋㅋㅋ 아.. 다시 떠올려봐도 술집씬은 두 사람 합이 너무 좋았어.

술집 테이블이 순식간에 클럽 스테이지가 되는 신세계를 보았다. 


지상 배우는 괴물 연기는 좋지만 앙리 역에는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인데

이날은 전체적으로 강약조절이 되어서

'단 하나의 미래'에서 대위님은 무신론자입니까? 라며 바득바득 대들던 대사톤도 정리되고 

(솔직히 말하면 전에는 너무 어린애처럼 대사를 쳐서 뿜을 뻔 했지 ㅋㅋ )

혼자 필에 취해 노래하던 '너의 꿈 속에서'도 이젠 빅터와 같은 곳을 향하는 앙리의 꿈이 확실히 보인다.


앙리도 앙리지만 지상 괴무르ㅠㅠㅠㅠ 

전에는 뭔가 캐릭터 연구를 많이 했다는 건 알겠는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다 전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면 

이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을 잡아내어 훌륭히 낚아채간다. 

일주일 연속으로 매진했던 게 도움이 된 걸까?

연기가 좋으니까 거슬렸던 몇몇 동작들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나는 철저히 빅터의 시선으로 극을 보기에 빅터 외엔 앙리고 괴물이고 다 주변인일 뿐

그래서 이 노래는 괴물의 심경이 느껴지는 곡이군- 정도로 객관적으로 봤었는데

처음으로 '난 괴물'에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이제 몇 번 봤으니 다른 인물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걸 감안해도 좋았어.


그에 반해 건빅터는 나쁘지 않았다 정도? 

지상 배우 최고의 연기를 이끌어낸 게 건빅터였다는 면에서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건빅터는 19일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19일에는 알맞게 숙성된 연기와 더불어 노래도 담백해서 좋았는데.. 

이날은 여기서는 대사 치고 여기서는 울어주고 딱 기본만 보여준 느낌이랄까.

지상 배우가 일주일을 달려 궤도에 올랐다면 반대로 건명옵은 일주일을 쉬다 와서 리셋이 된 걸지도;;

사랑하는 친구 '빅터'의 목으로 생명창조를..... 네? ㅋㅋㅋ 

자잘한 실수도 있었지만 이날 건빅터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져서..

하지만 여전히 모가지가 하얘서 아름다운 내 빅터요ㅠㅠㅠㅠ 

특히 건명창조 끝나고 고개를 쳐들며 보여주는 충만한 표정과 조명이 어우러져 빛나는 새하얀 목이 좋다.

그것이 미모 불변의 법칙!  


그러고 보면 이날은 뭐에 쫓기기라도 하듯(이 아니라 실제로 쫓겼지. 오케 연주에 ㅋㅋ) 연기 템포가 빨랐다.

곡이 평소보다 10초는 빨리 끝난 느낌이라 괴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되었고, 

이쯤 되면 괴물이 다리를 저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저 시간에 도저히 완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렇게 이야기가 책장 넘기듯 슉슉 지나가버려서 한 줄 한 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으응? 하다가 어느 덧 마지막 장을 보고 있었다.  


결론은.. 

북극씬이 다했잖아요.

전에 봤을 땐 지상 괴물이 쓰러져있는 빅터에게 폭 안기는 걸로 봤는데

이날은 가슴팍에 얼굴을 대고 심장이 뛰는지부터 확인하더라. 

전에도 확인했던가? 여하튼 이날은 생사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그 온기에 달려드는 느낌이었어. 

괴물에 따라 건빅터의 연기도 달라지는데 최후의 장소인 북극으로 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은태 괴물 상대로는 그야말로 복수를 위해. 너 이 색히 죽여버리겠쏴아아아ㅏㅏㅏ 인데

지상 괴물에게는 창조주로서 찾아가는 느낌. 

빅터도 괴물이 자신에게 이러는 이유가 단순히 복수가 아니란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이미 너무 멀리와버렸고 이제와 괴물에게 애정을 줄 순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너의 고통을 내가 끊어주겠어.. 가 아닐까. 

마지막 장면도 은태 괴물일 때는 건빅터가 철저하게 앙리의 '목'만 감쌌는데

지상 괴물은 어깨부터 꽈악 끌어안아서 괴물이 마치 그 품 안에 잠들어있는 듯 보였다.

그림 같은 실루엣. 하... 건한 보세요. 두 번 보세요 (했는데 딱 두 번 남았구나ㅠㅠ)


안엘렌은 언제나처럼 좋았고 줄리아/카트린느 역의 시하 배우는 이날 처음 본 것이었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는데 카트린느 역을 의외로 리사가 선방하고 있는 거였구나. 

시하 카트린느는 눈알이 쏟아질 거 같네. 리사와는 다른 의미로 보고 있으면 표정이 부담스럽다. 

줄리아 감정선은 시하 배우가 더 좋았지만 줄리아 캐릭터 자체가 무매력이고

대단히 연기를 요하는 역할도 아니라서 특별히 누굴 더 선호하고 말 것도 없는 거 같다.


프랑켄에서 유일하게 구원받을 수 있는 커튼콜.  

지난 번에는 커튼콜까지도 감정을 정리하지 못해서 훅 하고 한숨을 내쉬는 건명옵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이날은 상대적으로 개운한 느낌이었다. 지상 배우가 안기자 건명옵이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해주는 것도 좋고.

건명옵 은근 편애 쩔어. 유독 지상 배우한테는 내 새끼 우쭈쭈쭈 모드 ㅋㅋㅋ


이건 프리뷰 때. 인간적으로 커튼콜 촬영 허용해라! 


건빅터 막공이 건은이라서 이날을 마지막으로 건한과는 작별하려고 했는데

결국 내 취향은 건한이라는 것을 재확인했을 뿐이고!!! 

내가 운이 좋아서 건한 역사 탄생의 현장에 늘 함께 했으니 그 운을 마지막까지 쓰고 죽으련다.

내가 가니까 건한 막공도 분명 레전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