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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뮤지컬 TTB

뮤지컬 틱틱붐 - 전설적인 그 분, 스티븐 손드하임에 대한 오마쥬

by 캇짱 2010. 10. 29.

알려져 있다시피 틱틱붐은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주인공 존이 (그러니까 조나단 라슨이) 존경해마지않는 분으로, 
전설적인! 감히 이름을 말하는 것도 주저하게 되는「스, 스티.....;;」씨를 거론하고 있는데요.
결국 작품이 끝날 때까지 존의 입에서 그 분의 풀네임이 불려지는 일은 없지만
관객들은 그것이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을 지칭하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로자가 그를 애칭으로 "스티비" 라고 부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극의 마지막, 본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니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정도 선에서 그 분에 대한 힌트를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틱틱붐이란 작품을 좀 더 파고들어보면 조나단 라슨이 보다 본격적으로
손드하임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아니, 파고들 것도 없이 워낙 대놓고 밝혀서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지만
우리나라에 손드하임의 작품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지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간다는 것이 맞겠네요.

조나단 라슨은 틱틱붐에서 무려 넘버 하나를 통째로 빌려 '나 손드하임 빠돌이야' 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습니다.
바로「Sunday」라는 넘버가 그것인데요. 극중에서 주인공 존이 일하는 작은 식당 이름이기도 한 그것은
사실 제목부터가 "이것은 손드하임에 대한 오마쥬예요."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손드하임의 작품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의 동명의 넘버「Sunday」를 모방한 형식을 취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잠깐,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라는 작품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아직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라 특별히 손드하임에게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제목만 들어보았거나,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저 역시 직접 보지는 못 했고 대략의 줄거리만 알고 있는 정도인데요.
프랑스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대표작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랍니다.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는 84년, 스티븐 손드하임+제임스 라파인의 합작으로 발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얼마 전 리바이벌 되어 다시금 화제가 되었구요. (위에 소개한 영상은 리바이벌 버젼이에요^^)

조나단 라슨은 바로 이 작품의「Sunday」란 넘버를 제목부터 시작해서 곡조, 가사,
심지어 연출까지 모방하여 코믹컬한 넘버로 재탄생 시켰는데요. 
두 넘버의 어디가 어떻게 똑같은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아래 표를 참고해주세요.
겹치는 가사 부분은 알아보기 쉽게 진한 파란색으로 체크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체크한 거라 빼먹은 게 있을지도;;)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1984)   tick, tick... Boom! (2001)
  Music: Stephen Sondheim
  Lyrics: Stephen Sondheim
  Book: James Lapine
  Music: Jonathan Larson
  Lyrics: Jonathan Larson
  Book: Jonathan Larson

 [OLD LADY]
 Remember, George.


 [GEORGE]
 Order.

 Design.

 Tension.

 Balance.

 Light.

 Harmony.


 [ALL]
 Sunday,
 By the blue
 Purple yellow red water
 On the green
 Purple yellow
red
grass,
 Let us Pass
 Through our perfect park,
 Pausing on a Sunday
 By the cool
 Blue triangular water
 On the soft
 Greenelliptical grass
 As we pass
 Through arrangements of shadows
 Towards the verticals of trees
 Forever..

 By the blue
 Purple yellow red water
 On the green
 Orange violetmass
 Of the grass
 In our perfect park


 [GEORGE]
 Made of flecks of light
 And dark
,
 And parasols:
 Bumbum bum bumbumbum
 Bumbum bum
...


 [ALL]
 People strolling through the trees
 Of a small suburban park
 On an island in theriver
 On an ordinary Sunday

 Sunday..
 Sunday..

 Straight back and to your left.
 Pick up those fucking eggs!
 (Brrring-Bbbbrrrrring)
 We're out of milk!
 Who took my Rye Bread?
 Four waters to table 7!
 I'm sorry, we don't deliver on Sunday
 I need table 3 for 2, yesterday
 Is there a list?
 Harrington! Harrington??
 Kaplan- K-a-p-l-a-n- for seven. 

 ORDER!

 No- I'm sorry- those people were here
 first. We don't have tables for seven.
 Are we in Smoking?

 TENSION!

 I'll have the Salad Nick-oyz and some
 Holly bread.

 BALANCE!

 I SAID I wanted an omelet with no yolks!
 That's why you're just a waiter!

 Brunch.


 [JON]
 Sunday
 In the blue, silver chromium diner
 On the green, purple, yellow, red stools
 Sit the fools Who should eat at home
 Instead, they pay on
 
 [ALL]
 Sunday
 
 [JON]
 For a cool orange juice or a bagel
 On the soft, green cylindrical stools
 Sit the fools
 Drinking cinnamon coffee or decaffeinated tea
 
 [ALL]
 Forever
 In the blue, silver chromium diner
 
 [JON]
 Drips the green, orange, violet drool
 
 [ALL]
 From the fools
 
 [JON]
 Who'd pay less at home
 Drinking coffee
 
 [ALL]
 Light and dark
 
 [MICHAEL]
 And cholesterol
 
 And bums bums, bums, bums, bums,
 Bums, bums, bums, bums, bums
 
 [MAN and WOMAN]
 People screaming for their toast
 In a small, SoHo cafe
 
 [JON]
 On an island in
 
 [JON, MICHAEL, SUSAN]
 Two Rivers
 On an ordinary
 Sunday
 Sunday
 Sunday
 
 [JON]
 Brunch 


아쉽게도 번역 가사의 한계로 인해, 라이센스 무대에선 라슨이 곳곳에 새겨둔 이 깨알 같은 재미를 찾아보긴 어려운데요.
그의 모방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사진 출처 : 신시컴퍼니. tick, tick... Boom! 2005>


틱틱붐에서「Sunday」를 부르는 장면을 떠올려 볼까요? 
존은 마네킹 같은 식당 손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조정하고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바로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에서 조지가 그림 속 인물들의 위치를 조정하고 배치 하는 것처럼요.
이 연출의 모방은 한국 라이센스판에서도 충분히 잘 드러나 있어요. 네, 지난 07버젼까지만요.
(이번 틱틱붐은.. 원작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죠ㅠㅠ)

이 밖에도「WHY」라는 넘버에서 손드하임이 가사를 쓴 'West Side Story'를 인용했다는 것은 많이들 아실테고,
아예 넘버 자체를 WSS의 유명한 넘버인「Maria」와 같은 3온음(tritone)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네요.  
음악적인 부분은 저도 잘 모르니 더 깊이 파고들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천재는 이러고 노나봐요;;

25년도 전에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와 같은 작품을 창조해 낸 손드하임도 대단하지만,
그걸 또 이렇게 멋지게 재해석하여 존경하는 그 분에게 헌사하는 조나단 라슨에게도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조나단 라슨이 안타깝게 죽지 않고 오늘날까지 살아있다고 가정하면 벌써 50세가 되었겠군요 ㄷㄷㄷ
그가 살아있다면 지금쯤 존경하는 그 분처럼 뮤지컬계의 위대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려나요?
부질없는 가정이지만요.. 왠지 라슨이라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젊음을 노래하고 꿈을 이야기할 것만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