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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뮤지컬 RENT

뮤지컬 RENT - 말로만 듣던 그「RENT」가 나의「RENT」가 된 순간

by 캇짱 2009. 3. 21.






뮤지컬 RENT
한전아트센터

3월 19일(목) PM 8 :00
R석 1층 C열 16번

김영웅, 배지훈, 조민아, 최혜진, 신미연,
최재림, 이지송, 고비현.. 그리고 훌륭한 앙상블





조나단 라슨의 유작 RENT, 브로드웨이에서 12년간 공연된 RENT,
코지씨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RENT, 건명씨의 눈물의 RENT,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붙여도 부족함이 없는 RENT.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말로만 듣던 그 RENT 일 뿐 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렌트 출신들이라,
렌트에 대해 많이 듣고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내가 그 배우들을 좋아함으로써 렌트와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 만남이 있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달까.. 그래, 너무 멀리 돌아왔다.  

그 동안 볼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시즌의 공연은 예매로까지 이어졌고
만약 그 때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공연을 보았다면 나와 렌트와의 만남은 좀 더 앞당겨졌을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 이란 후회는 들지 않는다.
나의 첫 렌트로 이번 2009 렌트는 적합했다.
역대 렌트팀이 얼마나 훌륭했건 간에, 이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나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어린 아이들이,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RENT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열정이 서린 무대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완성해가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말로만 듣던 그 렌트가, 나의 렌트로, 나의 무대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번 렌트의 캐스트 면면들을 살펴보면, 평소 "나 뮤지컬 좀 보는 사람이야" 할지라도 
쉽게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기 어려운 신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전대부터 활약했던 고명석 미미를 제외하고는,
고작 1-2년 전부터 무대 끄트머리에 겨우 섰을까 말까 한 신인들이며
심지어 이번 렌트가 데뷔 무대인 배우도 있다.
그런 이유로, 공연 초반엔 차마 입에 올리기 무서울 정도의 혹평을 들었던 것으로 안다.
이제 갓 날갯짓을 시작하는 배우들을 보조 장치 하나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았으니
얼마나 공포스러운 상황이었을지 직접 보진 않았지만 쉽게 예상되는 바 였다.
가뜩이나 배우들도 못 미더운데 극장은 또 왜 이리도 큰 곳을 잡았던가.
객석을 채우는 건 고사하고 자신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무대마저 채우지 못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모습들이 연상되었다.   
아무리 원작이 훌륭하다 하여도 나사 하나가 어긋나면 전부 무너지는 곳이 무대다.
그런 불안불안한 무대는 당장에 나부터가 절대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 무시무시한 혹평에 당당히 맞섰다.
젊음의 열정으로, 패기로, 그리고 내몰렸던 벼랑 끝에서 급기야 자유로이 날갯짓 하기에 이른다.
내가 보았던 그들의 무대가 그러했다. 드넓은 무대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극장을 꽉 채운 열기, 숨결, 땀방울..

환희의 눈물까지.

렌트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과연 조나단 라슨이 그의 전부를 쏟았다고 말할 법 하다.
그는 이미 죽었지만 이 무대 위에 살아있음을 느꼈다.
다음 세대에 전하려 했던 그의 메세지가 우리 배우들의 가슴으로부터 터져나왔다.
너 없이 난 죽어가- 라는 절망적인 가사가 오직 오늘 뿐- 이라는 가사와 맞물려
이렇게 희망적으로 들릴 수 있다니.. 그것이 이 무대가 가지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