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테니스의 왕자 The Imperial Presence 효테이 (feat.히가)
코엑스 오디토리움
10월 19일(일) PM 7 :00
S석 1층 E6열 1번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ㅁ-
솔직히 말해,
이 작품을 직접 보기 전까진 어디 가서 테니스의 왕자 뮤지컬 보러 간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일본 내한 뮤지컬 이라고만 밝히고, 더 자세히 물어보면 '시키(사계) 뮤지컬 이라고 하자' 라는
엉뚱한 알리바이(?)도 머릿 속에 그려놓고 있을 정도였죠.
그만큼 예쁘장한 남자애들이 코스프레 하고 나오는, 그저 눈요기 거리에 불과한 괴작 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엔 팽배했고, 저 역시도 그렇게 밖엔 설명할 수 없었기에 당당해질 수 없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두둥!)
이거 전혀 무시할만한 물건이 아니더군요.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의 발견이었습니다.
과연 몇년에 걸친 일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에 소개될만한 작품이었어요.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는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다시피,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저도 한창 때 재미있게 읽던 만화 인데요. 한 20 몇권까지 봤던가..
등장인물이 중학생이고 아니고의 문제를 떠나서 스포츠에서 판타지로 장르가 뒤바낄 때 즈음에 접었지요.
어느 새 완결이 난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이러한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테니스의 왕자는 애니메이션, 극장용 영화,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 컨텐츠를 발전시켜 갔구요. 이제 이들은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은 게 아니라, 원작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작품들로 성장했습니다.
원작의 연재는 끝났지만 이들의 인기 행진은 계속 되고 있지요.
만화에서 실사 영화로 발전된 케이스는 있어도, 뮤지컬이라는 장르로의 발전은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때 위기를 맞았던 일본의 유명 극단 다카라즈카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대성공 시키면서
다시 인기 반열에 올라섰던 것과 같은 표본이 될 만한 전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구요.
현재는 헌터x헌터, 블리치, 에어 기어 등 다양한 만화가 뮤지컬화 되고 있지요.
이러한 상업적인 마인드와 팬들의 욕구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일본의 엔터테이먼트 산업은 충분히 본받을 만 합니다.
각설하고, 실사 영화든 뮤지컬이든 간에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의 성공 여부는 과연 살아있는 인간이 만화 속 인물을 얼마나 똑같이 표현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겠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사 영화에 실망해 왔던가..
하지만 이 작품에 한해선 그러한 우려는 일찌감치 접어두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대체 어디서 이런 배우들을 끌어모았는지, 싱크로율이 끝내줍니다.
특히 제가 주목한 배우는 효테이의 부장 아토베 케이고 역의 카토 카즈키군 인데요.
이 격한 싱크로율!!
심지어 청순하기까지 해!!
현실 세계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탐미적 아름다움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배우가 있더군요.
저 얼굴을 하고 이 몸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라는 데 안 취하고 베기나요..☞☜
원작에선 이 캐릭터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었고, 아니, 효테이란 팀 자체에 별로 애정이 없었던 제가!
뮤지컬에선 닥치고 얼음 부장님의 노예..T^T
일본 예능계엔 알고 보면, 이 뮤지컬 출신 스타가 많은데요.
오란의 타마키, 데스노트 라이토 등으로 유명한 성우 미야노 마모루는 후도미네 이시다 역으로 열연했었구요.
인기 그룹 EXILE의 신보컬 타카히로는 세이가쿠의 카이도 역으로 오디션을 최종 합격 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그 뒤 이그자일 신멤버로 선발돼 이그자일로 가버렸다지만. 나 같아도 둘 중 고르라면 이그자일.......^^;;)
그리고 앞서 말한, 카토 카즈키군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 있었던 드라마 '호타루의 빛' 에서 서브 남주인
테지마군을 연기해 인지도를 넓혔고, 얼마 전엔 부도칸에서 라이브를 할 만큼 가수로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 지난 3분기 방영했던 드라마 연공에는 키쿠마루 출신의 배우 세토 코지군이 주인공으로 나왔었죠.
그 밖의 배우들도 이 작품을 발판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구요.
이러한 사실을 보더라도,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를 단순히 코스프레 작품 이라고만 보고 무시할 수 없는거죠.
그렇지만 저 역시도 이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진 그냥 애들 얼굴이나 보러 가는 거다 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DVD로 미리 만나본 그들은 어색한 가발, 어색한 연기, 어색한 노래..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에 확실히 유치찬란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직접 보니까, DVD 와는 차원이 다른 겁니다.
역시 무대는 직접 봐야한다는 명제를 새삼 실감케 하는 작품이었달까.
첫 장면에서부터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이 개성 있는 배우진!
목소리만 들어도 곧바로 캐릭터로 연결되지 않나요?^^
노래도 생각 이상으로 잘하더라구요.
물론 각자 솔로라도 있을지면 멤버별로 실력차가 나기도 했지만,
이 작품 넘버의 진정한 매력은 다 같이 부르는 떼창에 있는 게 아닐까요.
그 박력! 젊음의 기! 보고만 있어도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테니스공을 형상화한 노란 조명에 맞춰 이리 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얌전히 객석에 앉아 구경하고 있는 게 미안할 정도더군요.
경기 한판 뛰고 나면 배우들의 체력 소모가 엄청날 거 같던데요?
코트 위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데, 아이구야.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멋진 녀석들이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나요.
어쩌다보니 아저씨 취향이 되서 제 또래 혹은 연하의 남정네들에게 눈길 안 준지 오래입니다만, 니들은 인정 !! 좀 많이 멋지구나 !!
특히 공을 받아칠 때 마다 펄럭이는 셔츠, 반바지밑에 자리한 다부진 종아리, 다년간의 테니스로 다져진 (이라고 믿고 싶어진다니까요. 정말;;) 팔뚝! 손목을 가르는 힘줄!
아아, 테니스는 정녕 아름다운 스포츠 였어요..........-ㅁ-
사실 영상으로 접했을 땐, 랠리가 길게 이어지기라도 할지면 좀 지루해서 빨리 감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생동감..
진짜 테니스 경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이 가능한 것은 역시 조명과 음향효과의 힘이 크겠죠.
테니스공이 라켓에 부딪히는 그 청량한 울림과 캐릭터의 감정마저 표현해내는 조명!
특히 얼음의 차가움과 뾰족함 마저 느껴진 아토베 전용(?) 파란 조명에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아토베와 료마의 경기는 정말 숨 죽이면서 봤어요.
"왕자님인지 뭐시깽인지 모르겠지만, 이 몸이 킹(King)이다!"
정신을 잃고도 코트 위에 군림하는 아토베사마, 그래, 니가 킹이다 ! 乃
카즈키군은 가수 활동할 때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실제론 얇고 앙칼진 음색이던데
캐릭터에 맞게 저음의 목소리를 내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아, 오는 비 다 맞은 오오이시의 열연도 기억에 남네요.
40여권에 달하는 원작 분량을 고작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압축해 넣는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이니,
이 작품은 영리하게도 대회별로 나누어 무대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큼직한 대회별로 차례차례 무대에 올려졌던 테니뮤가 드디어 전국대회까지 왔네요.
작품 속 캐릭터가 진화할수록 무대도 진화하는 것 같더군요.
시즌별로 멤버가 바뀌어온 세이가쿠팀과 달리
효테이는 초기부터 함께 했던 멤버들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뛰어나 보였어요.
효테이는 자타 공인의 황제니까 이런 부분에서까지 작품과 맞아떨어지는걸까요.
이 작품은 원작을 해치지 않고 표현해내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원작을 뛰어넘었다고 봅니다. 역시 인기 있는 것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단순히 '재미있게' 공연을 즐기고 왔어요.
요즘 눈만 높아져 가지곤 공연 볼 때 잡생각이 많거든요.
이 장치는 어떻고 저떻고 심지어 후기에는 이런 내용들을 써야지 까지 머릿 속에 그려넣고 오는데,
아아, 이 작품은 정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 유치함을 가장한 유머에는 웃음 참느라고 혼났네!
원작자인 코노미 다케시상이 오셨더군요. 오!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상당히 패셔너블한 분이셨어요.
기무치 최고! 를 외쳐준 료마 역의 쇼고군도 귀여웠고,
한국어도 영어처럼 들리게 하는 신기한 재주를 지닌 카즈키군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너는 진심 얼굴이 아깝다. 좀 더 뜨려무나!!)
커튼콜은 우리나라에 일본어 가능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실감케 하는 자리였습니다.
재일교포로 이 무대에 참여한 공대유군이 미처 통역하기도 전에 관객들이 다 알아듣더군요.
대유, 촘 불쌍..;;
일렬로 쭈욱 늘어선 배우들이 허리 굽혀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따! 를 외치는데
정말 굉장한 기운을 얻었습니다. 젊음이란 좋은 거지요, 암..
잠시 환상의 세계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네요.
이 날은 제 생일이기도 했는데, 제가 저에게 준 가장 큰 생일선물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아, 카토베의 교복 모습을 보다니 이제 더 이상 여한이 없.....
지는 않아. 또 와주지 않으련? 진짜 내가 왜 이걸 한번만 봤을까 땅을 치고 후회 중 입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