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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락오페라 모차르트

일본「락 오페라 모차르트」2013 in 도쿄 (4) 인디고 버젼

by 캇짱 2013. 3. 11.

(1)(2)(3)에 이어집니다.


2월 17일 PM 5:00

락 오페라 모차르트 인디 버젼 : 모차르트 - 야마모토 코 / 살리에리 - 나카가와 아키노리 


다음 날 이어 본 인디고 버젼. 보기 전에 루즈 버젼에 대한 평이 좋아서 이왕이면 인디고 버젼을 먼저 보고 싱크로 돋는다는 루즈 버젼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게 좋지 않나는 생각도 했는데 결국 인디고 버젼을 후반 일정으로 잡았다. 그건 도쿄 막공이라는 메리트가 컸는데, 매번 후기 볼 때마다 막공 현장에 있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비단 막공이라서가 아니라 코지 모차르트를 나중에 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ㅠㅠㅠㅠ 자연스럽게 전날 보았던 앗키 모차르트와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는데 지금부터 쓰는 후기도 그 차이점을 위주로 쓰게 될 거 같다. 


1막 처음,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대사를 주고받을 때부터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하루 사이에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어 있잖아! 이 사람이 어제 봤던 그 묵직한 살리에리가 맞나 눈을 의심했을 정도로 가볍고 나풀나풀한 느낌이라서 '놀랐다'라고 밖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루 만에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 거지? 



코지 모차르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살리에리는 잘 어울릴 거란 예상을 하고 가서인지 그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온 시간이었다면 코지 모차르트는 마치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헐! 이거 뭐야?' 싶은 거다. 일단 비주얼부터가 어제 봤던 앗키 모차르트와 확연한 차이가 있고 ㅋㅋ 모차르트의 초반 의상은 앞서도 말했지만 연출 의도가 있어 일부러 중세 복식과 거리가 있게 제작된 의상이다. 어찌 보면 게임 캐릭터 같기도 하고 락 스타를 이미지 한 거 같기도 한데.. 워낙 튀는 의상이라 영상으로 접하자마자 빵 터졌고, 저건 누가 입어도 웃기겠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앗키가 입은 것을 보니 아무리 의도가 있다지만 좀 멀리 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으아아아니!! 코지군이 입은 게 어제 앗키가 입은 그 의상이 맞나요? 코지군이 입으니 세, 섹시해! 비율부터가 차이가 나니 뭘 입어도 코지군 쪽이 월등히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 의상마저 소화해낼 줄은 몰랐다. 진짜 평범하게 멋지다. 사진으로 보면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데 이건 그 옷을 입고 움직이는 걸 직접 봐야 해! 모차르트가 이렇게 섹시해도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코지군에게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새, 색기가 흐르네요;;;; 오히려 연기 부문의 나르시시스트 적인 느낌은 앗키 모차르트에게서 받았는데, 코지군은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데도 뿜어져 나오는 페로몬이라고 할까. 살리에리 하면서 꾹꾹 눌러왔던 색기 대방출 같은 느낌이었어. (사실 살리에리님도 그 금욕적인 모습이 반대로 묘한 색기가 흘렀지...☞☜) 오죽하면 실제 모차르트가 이렇게 멋졌을 리가 없다며 그런 이유로 자신은 싱크로면에서 앗키 모차르트 손을 들어준다는 후기도 봤다. 그런 이유냐 ㅋㅋㅋ 당연하겠지만 여성캐스트진과 케미스트리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코지군과 앗키가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그런 겉모습이 아니다. 앗키 모차르트가 일반적인 천재 모차르트를 연기했다면 코지 모차르트는 천재이면서도 고뇌하는 '인간 모차르트'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대주교의 속박, 알로이지아와의 사랑, 어머니의 죽음, 사랑의 상처, 살리에리와의 조우, 콘스탄체와의 결혼, 아버지의 죽음.. 그 나름의 삶에서 상처받고 갈등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물론 그의 '천재적인 면모'는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라서 뭐든 내 뜻대로 될 거라는 자신감과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오만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2막 피가로의 결혼 리허설 때 회전 무대 끝(높은 곳)에 걸터앉아 한쪽 무릎은 세우고 한쪽 다리는 늘어뜨린 자세로 흥미 없다는 듯 바지의 먼지나 털어내며 다 폰테에게 대신 설명하기를 지시하는 장면은 특히 그 오만함이 두드러져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악상이 떠오르면 아무런 고민 없이 줄줄 써내려가는 천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주어진 재능에 감사하며 음악적 발전을 이어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음악'가'였다. 유독 코지 모차르트로 보았을 때「이 재능도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거야! 나를 사랑해주신 그분의 정열, 음악에 대한 정열이 나에게 생명을 주신 거라고!」라는 대사가 절절히 와 닿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지.

앗키 모차르트가 '신이 내린 아이' 였다면 코지 모차르트는 분명 인간의 아이였다. 단지 남들보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날 뿐, 보통 사람과 같이 고뇌하고 아파하고 무엇보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는 부모님을 사랑했다. 알로이지아를, 콘스탄체를.. 그리고 음악을 사랑했다. 이건 1년간 모차르트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의 편지를 읽어주는 방송을 했던 코지군이기때문이야말로 그려낼 수 있었던 모차르트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모차르트의 인생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타고 진행된다. 이 작품은 콘서트스럽게 그저 장면과 노래의 나열이라, 인물의 감정선이 뚝뚝 끊어지고 다이제스트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었다. 앗키 모차르트로 봤을 때도 그 사건 나열적인 느낌은 여전해서 아무리 대본 수정을 했다지만 이런 부분은 어쩔 수가 없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빈틈이 연기로 메워질 수 있는 거구나. 아니, 메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뭐, 대본을 아예 새로 쓰시네요. 특히 1막 후반부, 어머니의 죽음에서부터 1막 마지막 넘버인 '장미의 향기에 둘러싸여'까지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어머니가 죽고 어찌나 처절하게 울던지 목이 다 쉬어서 이러다가 '장미~ ' 어떻게 부르지 걱정했는데 훌륭하게도 그 감정을 그대로 끌고 가서 마지막에 폭발시켜주더라! 
앗키는 어머니가 죽을 때 오로지 어머니에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코지군은 어머니를 지켜보면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지나가지 않나 계속해서 주위를 살핀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아버지도 누나도. 고향 잘츠부르크가 아닌 파리에서 외로이 맞닥뜨려야 했던 어머니의 죽음, 그 고독과 절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좌절감, 두려움, 단지 울 수밖에 없는 아직은 어린 아이.

어머니를 잃고 고향으로 향하는 길, 모차르트는 한 줄기 의지가 되어주길 바라며 옛사랑 알로이지아를 찾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매몰차게 거절하며 "아버지와 대주교님에게 안부 전해" 라고. 모차르트에게 아버지와 대주교가 어떤 존재이던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다시금 그를 옭아매는 족쇄의 존재가 상기되고 그 무게감에 짓눌리게 된다. 그대로 무릎을 꿇는 볼프강. 그리고 시작되는 '장미의 향기에 둘러싸여'는 고뇌, 슬픔, 실의, 분노, 굴욕감, 절망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의지의 종합체였다. 


# 들리는대로 받아적은 거라 정확한 가사는 아닙니다.



모두 정말 싫어! 겉만 번지르르 귀족인 체 으스대는 상스런 것들!

아, 돌아갈 거야 잘츠부르크에!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

내 음악을 어디까지나 추구해서 네놈들에게 들려주도록 하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지금 네놈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오!!



장미의 향기에 둘러싸여


홀로 잠드는 밤은 가득한 웅성거림에 노랫 소리는 들리지 않아

슬픔이 이 가슴에 박혀 찢어진다


지금 단지 눈을 감고 잊어버리자, 뭐든지

그리운 밤은 홀로 장미를 안고


지나간 과거의 추억이 욱신거리고 죄를 계속 비난한다

피부를 찌르는 가시가 붉은 피를 흐르게 한다

 

지금은 단지 눈을 감고 이 고통을 받아들이자

차가운 비를 맞아 눈물이 마를 때까지

애달픈 밤은 홀로 장미를 안고


사랑한 것 모두가 언젠가는 사라진다 해도

계속 믿는 마음을... 나의 꿈을...



이, 이런 작품이었군요?? 어제 봤던 극이랑 전혀 다른 내용이잖아! 무게감의 차이를 떠나서 이 정도면 장르 자체가 달라진다. 앗키에게선 알로이지아에게 받은 실연의 상처가 크게 느껴졌다면 코지군에게선 모차르트의 삶을 관통하는 총체적인 굴레(그것은 실연이 될 수도 있고, 창조의 고통, 사람들의 외면,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와의 갈등, 대주교의 속박..)가 느껴졌다. 슬픔에도 깊이가 있다면 그의 슬픔은 저 심연의 바닷속을 떠돌고 있을까. 이번 무대를 다룬 기사 중 일부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정열을 연상하게 하는 루즈, 슬픔을 연상하게 하는 인디고' 라고. 괜히 루즈 버젼, 인디고 버젼이 아닌 게 루즈(빨강), 인디고(파랑)가 각자 연기하는 모차르트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색상이었다.  


2막부터는 1막에서의 경험들로 한층 성장한 모차르트가 얌전해진 복장으로 등장.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늘져 있고 웃지 않는다. 그러다가 콘스탄체를 만나며 다시 웃음을 되찾는데 이런 부분을 섬세하게 살리는 건 역시 코지군이구나 싶었다. 결혼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꽃단장하는 모습은 어찌나 귀여운지. 미안하지만 이 장면에선 내내 모차르트만 보고 있느라 콘스탄체가 뭘 입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돈 조반니의 작업 중 듣게 된 아버지의 부고. 난넬의 노래 '고이 잠들어요'(이쪽)를 들으며 서서히 눈물이 차올라 부고를 알리는 편지를 읽는 타이밍에 정확히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 이런 완벽히 계산된 연기도 좋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도 '굿바이 캐시'하는 순간에 정확히 눈물을 흘려줘서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모차르트. 하지만 여행의 끝은 시작에 불과하다. 떠나기 전 콘스탄체를 꼬옥 안아주는 모습. 하늘나라(?)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포옹하며 짓던 상냥한 미소. 그리고 양팔을 벌리며 다시 관객석 쪽을 바라보았을 때의 투명감. 그의 뒤로 정말 후광이 보이는 듯했다. 이때는 온 무대가 코지 모차르트가 뿜어내는 따뜻한 아우라에 휩싸인다. 내내 고민하고 아파하던 모차르트의 마지막이 오히려 밝고 희망적인 느낌이라는 게 신기하지.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자, 코지군의 연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노래도 음역대 안 맞는 거 치고 꽤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전날 앗키 모차르트 공연을 보면서 이 음역의 노래를 코지군이 어떻게 부르나 걱정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잘하는데? 앗키보다 키를 낮춰 부르긴 했지만 대신 앗키는 저음이 안되니까 쌤쌤 아닌가 ㅋㅋㅋ 솔직히 연기를 이 정도까지 하는데 음역대 따위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뮤지컬의 넘버는 인물의 감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그것이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악보 그대로의 고음을 요구한다면 코지 모차르트의 노래에는 감점이 있을 수 있겠다. 다만 원작에서는 가성을 많이 쓰는데 일본판에서는 되도록 진성을 사용하려 한 점은 달리 봐야겠지. 또한, 하루 차이로 2개의 역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음역의 노래를 번갈아 소화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확실히 코지 모차르트보다 앗키 모차르트의 노래를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 이 더블 캐스트에서 노래만 두고 보자면 앗키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또 그렇게 단순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이 앗키는 거의 몸을 쓰지 않는다. 코지군은 그 비스듬한 무대에서 휘리릭 턴을 돌거나 댄서들과 단체 군무를 추거나 온 무대를 누비고 다녀서 보고 있으면 정말 눈이 즐겁다. 살리에리일 때도 춤을 추긴 했지만 모차르트가 더 본격적인 느낌이었달까. 앗키는 가수로서 노래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면 코지군은 종합 엔터테이먼트적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날의 살리에리는 어제 모차르트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앗키. 코지 모차르트와 마찬가지로 앗키에게는 이 살리에리 역이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 도전 정신을 높이 사주고 싶지만...아닌 건 아닌 거겠지?;;; 어쩌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2개의 역을 교대로 한다는 것은. 그것을 너무나 훌륭히 소화해 낸 코지군을 칭찬할 일이지 못하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거겠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이 역할이 아무나 한다고 다 멋진 건 아니구나ㅠㅠ 

일단 앗키는 기본 목소리 톤이 높으니까 일부러 의식해서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연기하는데 거기서부터가 에러였다. 만들어진 목소리의 어색함이 전해져서 가뜩이나 딱딱한 대사 연기가 발연기 수준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캐릭터 분석이 너무 일차원적이었어. 살리에리의 모차르트에 대한 분노가 도를 넘어섰고 그걸 또 얼굴 다 구겨가며 동네방네 다 알리고 다닌다. 만나자마자 난 쟤(모차르트)가 너무 싫어.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초딩처럼 구는데 너무 캐릭터를 단순화시킨 거 같았다. 코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만나 서서히 감정 변화를 겪는 캐릭터였다면 앗키 살리에리는 원래부터 괴팍한 성격인 사람이 화풀이 상대(모차르트 아닌 누구라도 상관없을 듯)를 만나 성질 부리는 느낌. 

그런데 이렇게 온몸으로 모차르트 싫어요 하는 거 치고 존재감도 없어서 가면 쓰고 등장하는 모차르트 어머니의 죽음 씬에선 어라, 너 거기에 서 있었냐? 싶은 희미함이었고 (이땐 코지 모차르트 연기가 워낙 쩔어줘서 주변 살필 겨를이 없었다고 치고) 2막에서 살리에리가 메인이 되는 씬에서도 임팩트가 없었다. 덕분에 1막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거 치고 2막이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신기한 게 전날 공연에선 1막이 지루하고 2막이 재미있었거든. 모차르트의 음악적인 재능에 대한 고뇌는 개뿔 ㅋㅋㅋ 그냥 만화에나 나올 법한 악당 역이야. 심지어 머리도 나빠 보인다. 아아... 코지 살리에리의 그 이지적이고 아름다운 움직임이 그립구나. 자해씬에서도 저 캐릭터라면 모차르트를 찌르면 찔렀지 자기 자신을 해하려 할 것 같진 않은데 싶었고, 마지막 모차르트의 임종을 목격하면서도 잘 죽는 거 구경하러 왔다는 느낌이라 콘스탄체가 그렇게 두 사람을 못 만나게 막아서는 것도 이해되는 것이다. 앗키의 장점인 노래조차도 살리에리 넘버와는 톤과 창법이 맞지 않아 튀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양 버젼 다 보고 나니 왜 루즈 버젼을 선호하는지 알겠다. 인디고 버젼 메인이 코지 모차르트니까, 코지 모차르트가 앗키 모차르트보다 싱크로율이 떨어지나? 라고 얼핏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상은 앗키 살리에리 때문이었어!!! 코지군은 어느 캐릭터든 잘하고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데 앗키가 모차르트 아니면 소화를 못 한다. 코지 모차르트-앗키 살리에리 페어는 소위 말하는 밸붕이야!! 모차르트밖에 안 보여;; 따라서 루즈 버젼이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코지 모차르트와 앗키 모차르트는 연기 노선이 다를 뿐, 둘 다 좋고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겠지만 살리에리는 단연 코지군 쪽이 좋다고 확신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차르트도 코지군이 훨씬 좋았지만. 비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격이 다른 연기였다.)

허나, 나는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인디고 버젼을 보고 싶다. 살리에리가 감정을 속으로 감추는 타입이었다면 모차르트는 겉으로 토해내는 타입인데 정말 그 에너지가 굉장했다. 바람이라면 1막은 코지 모차르트, 2막은 코지 살리에리로 보고 싶구나. 고뇌하는 모차르트와 고뇌하는 살리에리가 만나면 어떤 화학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이날은 도쿄 막공이라서 커튼콜만 거진 30분을 끌었는데 그게 다 앗키 덕분이다. '끝이라니요, 이제 시작이에요'라는 느낌으로 난리도 아니더라는. 앗키, 방금 전까지 살리에리였잖아^^;;;; 오히려 그 살리에리에게서 벗어난 해방감이 더욱 그를 날뛰게 했던 걸까 ㅋㅋ 그런 흥분한 앗키를 옆에 두고도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코지군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앗키가 노래 한 곡하고 마무리하자며 코지군을 꼬시는데 (이미 2곡 했거든요;;) 예정에 없던 일이라 밴드석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본 공연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앗키 모차르트+코지 모차르트 버젼의 '꿈을 지배하는 자'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코지군 목소리만 들리는 게 함정 ㅋㅋㅋ 앗키는 신이 나서 뛰어! 뛰어! 소리치고 이상한 추임새도 넣고. 어쩌면 앗키의 평소 모습이 그가 연기한 모차르트보다도 훨씬 감정적으로 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내가 일본 가서 지진을 다 경험했겠어. 그 많은 사람들이 뛰니까 극장이 다 흔들리더라. 누가 일본 관객들 얌전하다고 했나요?? ㅋㅋㅋ

이번 일본 <락 오페라 모차르트>의 포스터 사진이나 연이어 발표되는 출연진을 보면서 불안한 구석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 주역 두 사람을 제외하곤 '레이디 가가'를 언급하는 연출가의 말마따나 어디로 향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는 무대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기대보다 우려를 표시했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게 완성도 높은 무대라니! 훌륭한 반전이다. 무사히 목적지에 정박한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항해 루트를 개척하여 일본 뮤지컬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이 많이 보았다고 하고 단 10일간의 공연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화제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의 얼토당토않은 캐스트와 안일한 무대에 질려있던 관객들이 오랜만에 만족감을 표시한 작품이였다는 것이 의미 있다. 세트나 의상에 꽤 예산이 들었을 거 같던데 이번 흥행 돌풍에 힘입어 재연이 있을 법도 하구나. 다만 이 캐스트로 다시 모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 

다 떠나서 오랜만에 좋은 무대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