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 드라마 야마모토 코지가 없으면 성립이 안 된다.
좋은 의미로는 전에도 말했지만 그의 연기적인 부분이고
나쁜 의미로는 작가 노지마 신지가 소타 캐릭터에 모든 갈등 요소를 때려넣는 데 있음.
마지막까지 소타 캐릭터를 이런 식으로 소비할 줄이야..
오죽하면 노지마 신지가 야마모토 코지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고들 하잖아 ㅋㅋㅋㅋㅋ
그렇게 작가가 의도한 반응 그 이상을 이끌어낼 만큼 야마모토 코지는 연기를 잘하고요.
최종화를 위한 떡밥도 착실히 던져줍니다.
아내가 죽는 순간에도 옥상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던 남자. 소타는 아내의 죽음에서 계속 도망쳐왔지.
엄마의 죽음에 동요하고 엇나가는 아이들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왔지만
결국 죽은 아내와 똑같은 얼굴을 마주하자 울어버리는구나.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 중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눈물을 보이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사실 가장 많이 외롭고 상처 받은 사람이 소타였다는 거ㅠㅠㅠㅠ
이성적으로는 얼굴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시청자의 입장이고 소타는 이성적이 될 수 없다.
얼마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리워했던 얼굴일까..
계속 피해왔던 것도 저 얼굴을 똑바로 보면 이렇게 될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자신의 상처가 터지며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고 말았지만
이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한 번은 부딪쳐야 하는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마지막까지 소타는 빈 껍데기로 남았을 테지.
물론 작가가 소타 캐릭터를 배려했다면 여기선 포옹 정도로 끝내주는 게 좋았을 것 같고
여기에 오기까지 소타의 감정선을 보다 정중하게 그려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저 거친 방식에 오히려 그동안 억눌러왔던 소타의 상처가 드러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하고
이 정도 자극이 아니었으면 소타는 계속 가면을 쓴 채 살아갔을 거다.
무엇보다 야마모토 코지의 연기력으로 다 설명이 되니까.
'젠장' 할 때부터 뭔가 대단하게 올 거란 예감이 들었어.
이 장면은 어쩐지 코지군의 무대 연기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들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매 회 드라마 말미에 앨리스가 가족들을 한 사람씩 자기 편으로 만들어가며 하트 표시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의외로 소타와 찍은 사진엔 하트 표시가 없다는 거. 난 처음부터 이게 복선이라고 생각했다.
소타는 무조건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표시할 필요도 못 느낀 거지.
하지만 사실 앨리스가 '있을 곳' 을 위해 진심으로 마음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 소타였고 라스트 보스였던 게 아닐까.
과연 최종화에선 가벼운 울림의 "아이 러브 유"가 아닌 진심어린 "아이시테루"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