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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지/음악극 LMT

[Sound & Recording 2014. 10월호] 스페셜 리포트「Lost Memory Theatre」

by 캇짱 2014. 9. 27.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미야케 준이 작년 발표한 앨범『Lost Memory Theatre act-1』은 "잃어버린 기억이 유입하는 극장"을 테마로 아르뚜 린지나 데이비드 번, 니나 하겐 등과의 합작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그 농밀한 음악세계는 평판을 얻어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라이너 노트의 집필을 자진해서 떠맡을 정도이다. 발매 때 있었던 인터뷰에서 미야케는 속편으로 "act-2"를 낼 예정이라고 발언했는데, 예고대로 8월 20일에『Lost Memory Theatre act-2』가 발매. 비니시우스 칸투아리아, 리사 파피노, 밀빈 깁스 등 전작에 지지 않을 개성적인 아티스트와의 경연을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발매와 동시에『Lost Memory Theatre』라고 명명한 무대작품이 상연되었다. 원안・음악을 미야케가 담당하고 구성・연출에 시라이 아키라, 안무에 모리야마 카이지, 그리고 야마모토 코지, 미나미, 에나미 쿄코, 게다가 4명의 발레 댄서가 출연하는, 댄스도 연극도 아닌 그야말로 미야케의 머릿 속에서 망상한 세계가 무대 공간에 흘러나와버린 듯한 작품이었다. 과연 어떻게 이 무대가 만들어졌는지 미야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와인을 마시는 미나미와 노래하는 야마모토 코지

   거기에 얽히는 발레 댄서와 모리야마 카이지.




¶ 오랜 세월의 협력자가 발안한 "음악을 무대화한다"는 야심적인 시도


개연 전, KAAT 카나가와 예술극장 홀에 발을 들여놓으니 무대 위에는 분장대나 토르소가 놓여져있고, 마치 분장실 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쪽에는 고색창연한 U자형 프로시니엄, 그 앞을 가린 아름다운 드레이프 막. 마치 무대를 뒤쪽에서부터 보고 있는 듯한 어수선한 풍경이다. 막 안쪽에서부터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조율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니 개연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고 암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프로젝터가 약한 빛으로 투영하는 자막이 이곳이 기억을 삭제당한 자가 모이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4명의 발레 댄서가 선글라스와 헤드폰을 장착한 모습으로 등장. 이어서 모리야마 카이지와 미나미도 등장하여 흐르는 음악에 맞춰 미나미는 무선 마이크를 가지고 노래하는 기색을...그때 막이 올라가고 거기에는 제법 높낮이가 있는 3단 구성의 단 위에 10명의 악단원들의 모습이. 드디어 우측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리사 파피노가 미나미가 노래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고 밝혀진다. 머지않아 미나미는 무대에 쓰러지고, 야마모토 코지 그리고 시라이 아키라도 등장하여 모두가 기억이 기록된 칩을 원하고 안달하는 자들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기억이 유입하는 극장"이 그대로 드러난 무대인데, 이것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앨범『Lost Memory Theatre act-1』의 제작과정을 시라이와 공유한 것이었다고 미야케는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2011년 즈음, 시라이 상에게 "앨범 제작진행 중이에요"라고 말했더니 듣고 싶다고 하셔서... 이미 제작관계자와 공유용 dropbox는 만들었으므로 거기에 초대했어요. 곡이 완성될 때마다 거기에 업로드했는데 그때마다 시라이 상의 이미지가 커진 듯해서, 저의 곡을 모티브로 한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해주셨어요」


미야케와 시라이의 첫 합작은 2007년에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에서 상연된 브레히트의『서푼짜리 오페라』. 쿠르트 바일이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 유명한 이 희곡의 연출을 시라이가, 음악감독을 미야케가 맡았던 것이다. 이후, 테라야마 슈지의『중국의 이상한 관리』나 이즈미 쿄카의『천수이야기』, 뷔히너의『보이체크』등에서 합작하고, 올해에도 호리키타 마키 주연의『9 days Queen ~9일간의 여왕~』에서 아오바 이치고를 가수로 극중에 등장시키는 등 함께 의욕적인 무대 창작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시라이가 KAAT 카나가와 예술극장의 아티스틱 슈퍼바이저 취임 제1작으로 기획한 것이 이 무대인 것이다.


오랜 세월의 협력자에게서 받은 매력적인 제안에 기쁘면서도 제법 저항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미야케는 밝힌다.


「"이런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저에게 음악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의 레이어이기에, 한번 완성한 음악에 설명을 더하는 것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엄청난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곡가로서 보통 있을 수 없는 경험일 것이라는 점에서 이 기회는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아니 잠깐만... 같은 갈등이 막이 올라간 지금도 있네요(웃음)」



▲ 휠체어에 앉아 낭독하는 에나미 쿄코와 그 옆에서 천사의 날개를 들고 춤추는 모리야마 카이지




¶ 시라이 아키라가 선곡을 주도하여 우선 대략적인 흐름을 구성


미야케의 음악으로 무대 작품을 만든다는 콘셉트만으로 우선 선곡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Lost Memory Theatre act-1』과『Lost Memory Theatre act-2』그리고 그전 앨범『Stolen From Strangers』에 수록된 곡에서 골라갔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시라이 상이 각각 선곡해서 조정해가는 형태로 시작했습니다만, 도중에 저는 "이건 곡순서에 따라 전혀 달라지네" 라고 생각해서... 앨범에서도 곡순서에 따라 작품성이 달라지는데 그것과 같은 거죠. 그래서 시라이 상에게 "곡순서를 정해주세요"라고 부탁했어요. (저의 부탁에) 무척 놀라셨지만 이번 무대를 이런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대략적인 흐름을 우선 시라이 상이 만들어주셨으면 했어요」


이렇게 선곡은 시라이 주도로 시작되어 대략적인 틀을 받은 미야케가 구축하고 바로잡는 느낌이었다는 것.


「『Lost Memory Theatre act-2』에서는 일련의 피아노곡을 중심으로 하여 전체가 구성되어있습니다만, 그 피아노곡의 대부분은 시라이 상과 함께한 무대를 위해 만든 음악이에요. 무대 음악은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되지 않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려..그야말로 "로스트 메모리 씨어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런 이유도 있어서 사운드트랙이 나오지 않은 무대 음악을 제 앨범에 수록했습니다만, 시라이 상은 자신의 무대에 이미 사용한 곡을 한번 더 다른 무대에서 사용하는 것은 저항감이 있는 것 같았어요」


선곡 작업과 병행해서 미야케는 출연자 사이의 공통 인식을 높이기 위해 무대의 개요를 기록한 시놉시스를 썼다고 한다.


「이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 퍼포먼스가 성립하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즉, 결코 표면에는 나오지 않는 플롯으로써 쓴 것입니다만, 그걸 쓰는 도중에 살짝 연극적으로 이야기가 커져버렸습니다」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미야케와 시라이 두 사람이 구성해가고 연극 요소가 들어간 단계에서 타니 켄이치의 손을 빌려 텍스트화했다고 하나, 미야케 자신이 텍스트를 쓴 장면도 있다는 것.


「타니 상은 연극적인 부분을 키워주는 역할이었는데, 너무 커지면 음악에서 벗어나 스토리성이 강해져서 다른 장면에도 그걸 끌고가버려. 그게 무서워서 휴식 후에 시작되는 2막에서는 마음껏 해체하려고, 몇 장면은 제가 텍스트를 썼습니다」



▲ 미야케는 플뤼겔호른을 연주할 때는 정중앙으로 이동, 수음(收音)에는 애용하는 BLUE Baby Bottle이 사용되었다.

    그 이외에는 왼쪽에서 피아노와 RHODES MKⅡ Suitecase를 플레이. 

    RHODES에는 MOOG의 링 모듈레이터 MF-102등을 연결해 효과적인 사운드를 피로. 




¶ 배우나 댄서와 동등하게 하기 위해 뮤지션도 무대 위에서 라이브 연주


이 무대의 커다란 특징은 배우와 댄서뿐만이 아니라 미야케를 포함한 뮤지션 전원이 무대 위에 있는 것. 그 의도를 미야케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음악을 단순히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하고 싶지 않았어...음악도 배우나 댄서와 동등하게 하고 싶었어요. 역시 라이브의 힘은 크네요. 그리고 라이브 연주를 할 거라면 저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나간다면 시라이 상도 무대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웃음)」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가 행해졌지만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사전에 녹음된 소재도 흐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말씀대로 녹음한 것과 라이브 연주를 믹스했습니다만, 녹음으로밖에 나오지 않는 소리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고작해야 암비엔토(분위기)음이나 루프음, 연주자가 없는 트럼본 정도네요. 그것보다도 스트링스 쿼르테트에 사전 녹음해둔 현을 합치는 것 같은 두터움을 더하는 목적으로 사용한 게 많아요. 다만 녹음을 사용한 경우에도 라이브의 흔들림을 알 수 있도록 밸런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 라이브 연주와 녹음된 소재의 밸런스 결정은 제법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뮤지션은 첫공 10일 정도 전에 극장에 들어갔습니다만 사운드 체크를 해보니 음상(音像)이 좋지 않았어. 무대 프론트의 정가운데...딱 배우가 서는 주변에 녹음된 소재가 머무르고 뮤지션의 라이브 소리는 제일 안쪽에서 들려와. 그러면 라이브 연주자가 있는데도 녹음 같은 음상이 되어버려 이상하죠. 그렇지 않고 녹음된 소리가 고정적으로 울리면서 라이브음이 얹어진 것 같은 느낌으로 하고 싶었어요. 이번 제작에 엔지니어 zAK가 음향 어드바이저 역할로 와주셨습니다만, 그와 시라이 상과 제가 협의해서 스피커의 편성을 대폭 바꿨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프로시니엄 바로 옆에 메인을 두고, 나머지는 프론트에 고정한 것을 해체해서 양 끝으로 펼쳐보았어. 그 재편성은 매우 효과가 있어서 스테이지 위에서도 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리게 되었죠. 나머지는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녹음과의 혼합 방식을 어떻게 할까, 그리고 어떤 스피커에서 어느 파트를 어느 정도로 내보낼까를 제가 객석에 자리를 잡고 세밀하게 지시를 하면서 조정해갔습니다」


그러한 PA시스템 튜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뮤지션들의 확실한 테크닉에 의해 녹음된 소재와 라이브음은 절묘하게 융합해서 훌륭한 음상으로 극장공간에 펼쳐졌다. 


「기타 이타미 마사히로, 색소폰 미야모토 다이로, 베이스 와타나베 히로시와는 수십년 함께 해와서, 녹음을 깔고 연주해도 정석대로 하지 않을 걸 알고 그것을 기대했다고 할까(웃음) 그들의 테이스트 덕분에 처음으로 녹음 소재와의 공연이 성립했어요」




¶ 아르뚜 린지의 포르투갈어 노래를 귀로 듣고 외운 야마모토 코지의 실력


뮤지션 연주에 지지 않을 정도로 주목을 모은 것이 배우 야마모토 코지의 훌륭한 노래. 미야케 앨범에서 아르뚜 린지가 노래한 포르투갈어 노래나 산세베리노의 프랑스어 노래를 실로 유창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보이체크』를 함께해서 야마모토 군은 매우 노래를 잘하고 음감도 리듬감도 무척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포르투갈어나 프랑스어 노래를 귀로 외워서 노래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야말로 "아르뚜 린지가 되어줘"라는 느낌으로요」


야마모토는 훌륭히 그 오더에 응했지만 관객에게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가사를 일본어로 번역해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물음에 미야케는 그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논리라면 리사 (파피노)의 노래도 성립할 수 없으니까요. 애당초 제 앨범 자체가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들릴지 알 수 없는 거니까, 가사는 정말 언령(言霊)으로밖에 다루어지지 않아요. 멜로디와 합쳐졌을 때 울림만을 생각하고 있어요」




구축과 해체를 반복한 결과 완성했다고 하는 이 무대, 모리야마 카이지의 댄스에 눈을 빼앗기거나 미야모토 다이로의 색소폰 연주에 귀를 빼앗기거나 에나미 쿄코의 존재감에 압도되거나 미야케가 다루는 RHODES의 울림에 마비되거나 시라이 아키라의 코믹컬한 연기에 웃음짓거나... 실로 막연한 가운데 혼탁한 형태로 가지각색의 기억이 내 안에 남겨져가는 것이 좋았다. 연극, 댄스, 음악 모든 것이 공존하여 그들이 무엇하나 빠지면 기능하지 않는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내고 있었다. 찾아온 관객들로부터는 "실로 호화로운 무대였다" 라는 감상이 많이 전해지는 듯하나 그것은 미야케가 생각하는 잃어버린 기억 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겠지.


『Lost Memory Theatre act-2』의 부클렛에는 아래와 같은 미야케의 말이 실려있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기억의 내부에 도달할 수 있을까? 1막을 끝내고 그런 기분이 들었다. 기억은 극장의 도처에 대전해있다. 열쇠로 잠긴 관람석, 분장실 거울 앞, 막의 안쪽, 지하실 통로...그들에게는 각자 속한 방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들어가면 냄새를 맡고 호흡해보고 싶다. 2막에서는 그런 기억의 방에 죽 늘어선 극장을 환영처럼 나타내고 싶었다. 의식의 심연으로의 유혹, 밀실의 작은 방 열쇠는 어디에? Lost Memory Theatre는 이미 나의 필생의 사업이 되었다. / 계속"


앨범으로는 1막, 2막이 상연되어 더욱이 3막째가 되는『Lost Memory Theatre act-3』가 제작되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것이 완성된 때에는 그 수록곡을 채택한 무대작품『Lost Memory Theatre opus-2』가 기획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확실한 일이 아닐까.


촬영 후타이시 토모키 / 글 쿠니사키 스스무


이번 무대 사진이 실린 유일한 잡지라서 구입. 드디어 말할 수 있다! 내가 이런 걸 보고 왔다고! ㅋㅋ 

음악 전문 잡지답게 전문 용어가 잔뜩이라 해석에 애 좀 먹었지만, 흥미로운 무대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만족한다.

1막보다 2막 흐름이 훨씬 매끄럽다고 생각했는데 미야케 상이 직접 손을 댄 거였구나. 나루호도~


그나저나 음악 전문 잡지에서 칭찬받는 배우 야마모토 코지 너란 남자.. 

그 노래를 순전히 귀로 듣고 외운 거였다고? ㄷㄷㄷ

코지군을 알게 된 후 그가 하는 일에는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데

언제나 이 남자는 그걸 가볍게 뛰어넘어버려서 당황스럽다;;;

미야케 상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공연이 끝난 지금도 모를 뻔 했잖아!

이런 건 좀 더 널리 알리라고-_- (그걸 끝까지 감추는 게 또 이 남자의 대단함이지만)


시라이 상이 코지군을 신뢰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미야케 상이 코지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들들 수 있어서 좋았다. 보이체크 때부터 코지군의 음악성을 눈여겨 보셨구나. 

신뢰하니까 저런 의뢰를 할 수 있는 거고 거기에 훌륭히 응하는 배우. 멋지다!

『Lost Memory Theatre opus-2』가 상연된다면 또 이 멋진 조합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