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 원작의 단편소설「열흘 밤의 꿈(夢十夜)」을 옴니버스 영화화 한 작품「유메쥬야(ユメ十夜)」에 출연합니다. 첫날 밤 부터 열흘 째 밤까지의 이야기를 각각 다른 감독, 캐스트로 제작해, 합계 10편을 하나의 영화로 하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코지는 네번째 밤에서 주인공을 연기합니다. 오늘 크랭크인 했습니다! 공개는 내년 가을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원작소설을 찾아보았지요-
넷째 밤
넓은 마당 한가운데 평상 같은 것이 있고, 그 주위에 작은 의자가 늘어서 있다. 평상은 검고 반질반질 윤이 났다. 한쪽 구석에는 네모난 상을 앞에 놓고 노인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안주는 고기 조림인 것 같다. 노인은 술기운이 올라 얼굴이 꽤 빨개져 있다. 얼굴 전체가 통통하게 윤이 흘러, 주름살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하얀 수염을 잔뜩 기르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어린아이면서도, 이 할아버지의 나이가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뒤뜰 홈통에서 물을 길어 오던 안주인이, 앞치마로 손을 닦으면서, "할아버지 올해 몇 살이세요?" 하고 물었다. 노인은 입에 가득 머금은 고기 조림을 꿀꺽 삼키고는, "몇 살인지 잊어버렸소." 하고 딴청을 부렸다. 안주인은 물기를 닦은 손을 가느다란 허리띠 사이에 찔러 넣고, 옆에서 노인의 얼굴을 보며 서 있었다. 노인은 커다란 대접 같은 그릇으로 술을 쭉 들이키고는, 하얀 수염 사이로 푸우 하고 기다란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안주인이,"할아버지 댁은 어디세요?" 하고 물었다. 노인은 숨을 기다랗게 쉬다 말고, "배꼽 속이지." 하고 말했다. 안주인은 가느다란 허리띠 사이에 손을 꽂은 채,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하고 또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또다시 대접 같은 커다란 그릇으로 더운 술을 쭈욱 들이키고는 아까처럼 숨을 푸우 하고 내쉬더니,"저쪽으로 가지." 하고 말했다. "곧장 가시는 거에요?" 하고 안주인이 물었을 때, 푸우 하고 내쉰 숨이 미닫이 문을 지나 버드나무 아래를 빠져, 곧장 냇물 쪽으로 흘러갔다. 노인이 밖으로 나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노인의 허리에 조그마한 호리병이 매달려 있다. 네모난 상자가 어깨에서 겨드랑이 밑으로 매달려 있다. 연두색 바지와 소매 없는 연두색 저고리를 입고 있다. 버선만이 노랗다. 무슨 가죽으로 만든 신발 같았다. 노인은 곧장 버드나무 아래까지 갔다. 버드나무 아래에 아이들이 서너 명 있었다. 노인은 웃으며 허리춤에서 연두색 수건을 꺼냈다. 그 수건을 종이 노끈처럼 가느다랗게 꼬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놓았다. 그러고 나서 수건 주위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마지막으로, 어깨에 맨 상자 속에서 놋쇠로 만든 엿장수 피리를 끄집어냈다. "이제 그 수건이 뱀으로 변할 테니까 보고 있으렴, 보고 있으렴." 하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수건을 보고 있었다. 나도 보고 있었다. "보고 있으렴, 보고 있으렴, 어떻게 변하는지" 하고 말하면서 노인은 동그라미 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나는 수건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건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닐리리 닐리리 피리를 불었다. 그리고 동그라미 위를 몇 번이나 돌았다. 짚신 발끝을 세워 발돋움하고 살금살금, 수건을 건드릴까 조심하는 듯 돌았다.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재미있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노인은 피리를 뚝 그쳤다. 그리고 어깨에 맨 상자를 열고, 수건을 손가락으로 살짝 집어서 상자에 던져 넣었다. "이렇게 넣어 두면, 상자 속에서 뱀이 된다. 이제 금방 보여 주마. 금방 보여 주마." 하고 말하면서 노인은 곧장 걷기 시작했다. 버드나무 아래를 지나, 좁은 길을 곧장 내려갔다. 나는 뱀이 보고 싶어서, 좁은 길을 계속 따라갔다. 노인은 이따금 "금방 된다."라거나 "뱀이 된다." 하면서 걸어간다. 나중에는 "금방 된다, 뱀이 된다, 틀림없이 된다, 피리가 울린다" 하고 노래하며 마침내 냇가로 나왔다. 다리도 배도 없기 때문에, 여기서 쉬면서 상자 속의 뱀을 보여 주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노인은 첨벙첨벙 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무릎까지 차던 물이, 차차 허리에서 가슴까지 물에 잠겨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노인은, "깊어진다, 밤이 된다, 곧장 된다" 하고 노래 부르며 계속 곧장 걸어갔다. 그리고는 수염도 얼굴도 머리도 두건도,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노인이 저쪽 냇가에 올라오면 뱀을 보여 주겠지 생각하며, 갈대가 서걱대는 곳에 혼자 서서,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끝내 기슭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넷째 밤의 주연이란건 화자인 '나' 의 역할이겠죠? 나는 어린아이이면서도.. 라는 서술이 나오는데 이건 어찌된 영문일까요. 영화에서는 성인으로 각색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