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극을 세번이나 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두번까지는 봐 봤는데.. 또 어제는 다현씨 팬이 되고 처음으로 보는 의미있는 공연이기도 해요. (1st, 얼굴에 반함 → 2nd, 연기에 반함 → 3rd, 진정한 의미의 팬이 되다!)
어제의 자리 선정은 뭐, 결과적으로 좋았습니다. 예매하는 과정에서 삐걱대긴 했지만 덕분에(?) 가까이에서 실컷 볼 수 있었으니까요. 무대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좌석이라 눈 마주치긴 좀 힘들었지만요.. 그래도 슬픈 노래 부를 때는 시선을 내리깔곤 하는데 저를 바라보고 부르시는 듯 하여... 호호. 좋았어요. (이젠 쳐다본다고 민망해하지도 않음. 같이 뚫어져라 쳐다봐줬음)
극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지난 후기에 쓰여있구요, 사실 오늘은 극에 대해선 그닥 할 말이 없는 게 극을 전체적으로 보진 못했거든요. 자리가 너무 오른쪽에 치우쳐있었던데다 지나치게 무대와 가깝다보니 그저 지금 내 앞에 있는 배우 위주로 볼 수 밖에 없었어요. 다현씨 얼굴에 난 뾰루지 까지 보이는 자리였으니..
뾰루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제 다현씨 컨디션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더군요. 그렇다고 노래를 못했다거나 삑사리가 났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닌데 왠지 모르게 얼굴에 피곤이 서려있었달까요.. 분명 노래는 흥겨운데 못 본 사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라서 안타까웠어요. 그래서일까, 전에 봤을 때 보다 감정 연기는 더 격해져있었고, 화낼 때 연기는 특히 일품이었어요. 저 고운 얼굴 어디에 저런 화통(?)이 있는거야 싶은. 가까이에서 보니까 좋은 점이, 이전에는 놓칠 수 밖에 없었던 세세한 연기들을 볼 수 있었다는 건데요. 김국장님이 요즘 라디오 잘 듣고 있다니까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아역인 호영이가 노래할 차례가 되자 허리를 감싸주며 부드럽게 리드해주기도 하구요. 다른 배우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씬인데도 한 구석에서 열심히 연기에 임하고 계신 모습도 눈에 들어왔어요. 극의 마지막 부분에 최곤이 민수형에게 돌아오라며 울먹이는 씬이 있는데요. 이제 보니 호영이가 노래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감정을 잡고 계시더라구요. 그렇게 슬슬 눈물연기에 시동을 거시더니 클라이막스에 또 눈물콧물 다 쏟아내시고.. 비단 이 장면 뿐만이 아니라, 다현씨는 언제나 눈이 촉촉히 젖어있었는데요. 알고보면 여린.. 제가 생각하는 최곤의 캐릭터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모습이더군요. 형 앞에서는 재빨리 그 모습 감추며 정면을 꼿꼿이 바라보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 말이에요. 그렇게 울먹이다가도 형이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에 팟 하고 힘이 들어가는 모습, 좋아합니다.
앞서도 말했죠, 다현씨 상태가 영 좋아보이질 않더라고- 앵콜 때는 어디로 보나 무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답니다. 원래대로라면 앵콜의 마지막은 다현씨의 멋진 퍼포먼스로 꾸며지는데요. 그야말로 날라다닌다고 할 수 있는. 그런데 어제는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돌리기도 하고 (흥을 돋우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너무 자주 돌리시더군요;;) 고음 부분은 한 옥타브 낮춰 부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막이 다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빨리 들어가려 하시더이다. 이건 줄곧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않았던 저나 되니까(;;) 눈치챌 수 있었을 듯 한데, 다른 배우들은 전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혼자 등을 보이시더라구요. 옆에 계신 배우분(누구셨더라;)이 다현씨 어깨를 툭 치니까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든 것 처럼 다시 정면을 보시던데.. 뭔가 혼이 빠져나간 듯 해 보였어요ㅠ_ㅜ 아아, 누군가의 팬이 되면 이런 게 안좋다니까요. 그 날의 배우 상태까지 일일이 체크하게 되니까 즐겁게 즐기고도 뭔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아요.
며칠 사이에 극의 일부분이 수정되었더군요. 그래봤자 미묘한 차이지만.. 노래 가사도 조금 달라졌어요. 이스트리버가 영월에 내려 온 최곤을 마주하고 부르는 "락의 정신" 이란 노래. "일년 내내 가죽자켓 구름 껴도 썬그라스" 라는 가사가 "여름에도 가죽자켓" 으로 바뀌었더라구요. 썬그라스 꺼내서 만지작 거리는 거 좋아했는데.. 아, 근데 이건 멀리에서 보면 잘 안 보여요. 2층에서 봤을 땐 내가 저걸 하루 전에 봤으니까 알아보지- 했거든요. 그래서 알기 쉬운 가죽자켓으로 바뀐 건지도요. 그러고보니 어제는 썬그라스를 거의 안 쓴 거 같네요? 썬그라스 쓰는 씬이 몇 군데 있는데, 어제는 처음 영월에 내려와서 방송국에 갈 때만 쓰고, 앵콜 때도 안 썼구요. (썬그라스 안 쓰는 편이 진실된 눈을 볼 수 있어서 좋지만, 최곤= 카리스마인데..☞☜)
그리고 또 2막 처음 스타팩토리 노래에서 중간에 남자친구 사귀면 안돼! 란 대사가 있는데요. 사생활이란 없어! 로 바뀌었더라구요. 여자 연습생 뿐만 아니라 남자도 있으니까? 그래도 남자친구 사귀지 말라는 게 더 느낌이 팍 오던데 조금 아쉽.. 아, 그리고 장면이 아예 삭제된 부분도 있었어요. 처음 영월 방송국에 와서 다른 이들은 모두 나가고 강피디랑 최곤만 남아 대화(?)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화라기 보단 그냥 서로 촌스럽다, 후지다.. 한 마디씩 던지는 거죠. 그 장면이 아예 삭제되었더라구요. 이건 잘 없앴다고 봐요. 영화에서와 달리 강피디의 비중이 많이 줄었는데 거기서 강피디와 최곤의 관계까지 그리려고 하니까 어중간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 부분이 깔끔하게 정리된 거 같아요.
제가 처음 공연 보고 와서 다현씨 모습이 좀 어색하더라고 했었잖아요. 목소리 무게 잡고 하는 게 거슬린다고,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김다현만의 최곤. 최곤과 혼일체가 되었더군요. (특히 민수형을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후후) 참, 박민수가 최곤을 툭툭 치며 장난 치는 씬에서 급기야 넘어진 최곤이 마지막에 하는 대사는 다현씨의 애드립이란 걸 알았어요! 오늘은 "아이씨, 일어날 수도 없고.." 였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로 봤던 날, 급히 자세를 고쳐앉으며 "아 나~ 최곤인데~" 하는 게 좋네요^^
어제 정성화씨도 참 좋았어요. 지난 번에 제가 정성화씨는 노래는 잘 하시지만 배역에는 맞지 않는 거 같다.. 라고 했었죠. 그 말 취소! 그 땐, 바로 전 날 본 서범석씨 연기가 인상에 남아서 그랬나봐요. 어제 보니까 성화씨 그새 더 일취월장 하신데다, 연기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 그러니까 그 골격이 외소해보이기까지 하시던데요? 정말 능글맞고 맛깔스러운 박민수였어요.
참, 오늘 앵콜 때 이스트리버 드러머가 던진 스틱을 받았어요! 그러고보니 저는 첫 만남에 사인을 받질 않나.. 운이 좋군요^^